교황 “인류는 전쟁 챔피언…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안주영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8일 클레멘스 홀에서 교황청 동방교회성 총회 참석자들의 예방을 받았다. 교황청 동방교회성 장관 레오나르도 산드리(Leonardo Sandri) 추기경의 인사말이 끝난 후 교황은 우선 교황청 동방교회성과 교황청립 동방대학을 설립한 베네딕토 15세 교황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선종 100주년을 맞은 베네딕토 15세 교황이 반포한 자의 교서 「하느님의 섭리로」(Dei Providentis)를 인용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에는 자녀들 사이에서 어떠한 차별도 없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라틴 교회도, 그리스 교회도, 슬라브 교회도 아닌 가톨릭(보편) 교회”라고 말했다. “라틴 민족이든 그리스 민족이든 슬라브 민족이든 다른 국적을 지닌 사람이든 모두 똑같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베네딕토 15세 교황이 “전쟁의 잔혹성을 ‘무익한 대학살’”이라고 비난했음을 상기했다.
‘무익한 대학살’... 전쟁은 여전히 생명을 앗아갑니다
교황은 “이라크 분쟁을 막기 위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호소가 경시된 것과 마찬가지로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베네딕토 15세 교황의 경고도 경시됐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연설 원고를 내려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수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교황과 선의를 지닌 사람들의 경고는 경시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최고의 상은 전쟁에게 주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모순이지요. 우리는 전쟁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비극인지요. 인류는 과학과 사상의 진보를 자랑스러워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지요. 하지만 평화를 이루는 일에는 뒤로 물러섭니다. 오히려 전쟁하는 데 챔피언이 됐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태도에 대해 기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중동과 동유럽 지역의 위협적인 전운
교황은 제삼천년기에서 선임 교황들의 비난과 호소를 또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기를 바랐다면서도, 인류는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중동, 시리아, 이라크,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의 분쟁으로 인한 대학살을 목격했습니다. 동유럽 대초원 지역(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경지역)에는 여전히 위협적인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무력 도발은 가난한 이들과 무고한 이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편, 레바논에서도 비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일용할 양식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방 가톨릭 교회 신자들의 디아스포라
교황은 수많은 이들이 “동방 가톨릭 교회의 모국” 땅을 떠나고 있다면서, 그들 중 많은 이가 동방 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보전, 발전시킨 이들의 후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방 가톨릭 교회의 모국”에는 비참한 상황과 고통 속에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공동체의 영웅적인 믿음이 함께 섞여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동방 가톨릭 교회 신자들을 가리켜 “바람을 타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먼 곳으로 이동하는 오래된 식물의 줄기와 가지에 있는 씨앗”이라며 디아스포라의 운명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들이 실제로 수십 년 동안 “먼 대륙에 살면서 바다와 대양을 지나 평원으로 건너왔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동방 가톨릭 교회가 캐나다, 미국, 중남미, 유럽, 오세아니아에서 벌써 교구들을 설립했다며, 그 외 다른 지역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라틴 주교들에게 위임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라틴 주교들은 각 교회의 수장, 총대주교, 대주교 등이 파견한 사제들을 통해 사목활동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전례는 하느님의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빚어냅니다
교황은 교황청 동방교회성이 막 마친 동방 교회법의 전례 규정 적용에 관한 훈령 25주년을 기념하는 전례 총회에서 다뤘던 복음화라는 주제를 소개했다. 교황은 교회의 사명과 관련해 “다양한 전통의 풍요로움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하느님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를 받는 체험은 의견 변화나 “사회학적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있다면서, 그러한 체험이 바로 전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에서 시작된 시노드 여정에 대한 염려를 이어갔다.
“시노드 여정은 의회가 아닙니다. 다양한 의견을 낸 후 요약하거나 투표에 부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시노드 여정은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아울러 주교시노드와 고대 시노드의 전통을 지닌 여러분의 교회 안에서, 이 현실의 증인은 다름아닌 여러분입니다.”
교황은 전례는 “동방 교회가 특별히 반복해 강조하는 것처럼 지상의 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례는 “현실도피나 보존관리를 위한 휴식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례 거행을 위해 모이는 것은 하느님을 바라보고 형제자매들에게 나아가 그리스도를 선포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서로 경청하고 배타주의를 피하십시오
교황은 총회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여러 교회의 전례위원회 내에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교황청과 자문위원들과 함께 여정에 나서자는 초대입니다.” 아울러 서로의 전통과 각자의 연구 여정에 귀를 기울이라고 강조했다.
“전례 거행 형식과 관련해 실제로 각 교회 내에서 다른 종류의 분열을 나타내는 전례적 배타주의를 피하면서, 주교시노드가 규정하고 사도좌가 승인한 대로 일치를 이뤄야 합니다.”
전례 안에서의 일치를 증거해야 합니다
교황은 로마 가톨릭 교회와 거의 항상 동일한 전례문을 공유하는 동방 정교회(Chiese Ortodosse)와 오리엔트 정교회(Chiese Ortodosse Orientali)의 형제들과도 일치의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과 같이 경고하며 연설을 마쳤다.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들의 가시적인 일치를 향한 여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시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세상은 우리의 친교의 증언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전례 논쟁으로 추문을 일으킨다면, 유감스럽게도 최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만, 이는 분열의 대가를 치르는 게임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