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여성을 상처 입히는 것은 하느님을 모욕하는 일”
Benedetta Capelli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의 첫날에 마리아의 모성적이고 관대하며 열매 맺는 사랑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성자께서 겪으신 불의 앞에서 고통을 받아들인 마리아의 태도, 단순한 시선으로 “다시 태어나고 성장하는 길”인 희망을 심어주는 어머니의 모범이다.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를 거행하고 강론을 통해 “어머니들과 여성들은 세상을 착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얻기 위해 세상을 바라본다”며 “여성들은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꿈과 현실을 구체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생명을 주고 여성이 세상을 보호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어머니를 널리 알리고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여성을 겨냥한 폭력이 얼마나 많은지요! 이제 멈추십시오! 여성을 상처 입히는 것은 여인에게서 인성을 취하신 하느님을 모욕하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통해 인성을 취하시지도 스스로 인성을 취하시지도 않으셨습니다. 여인을 통해 그렇게 하셨습니다. 여인에게서 인성을 취한 것처럼, 어머니 교회는 자녀들에게서 인성을 취합니다.”
예수님의 가난, 기쁜 소식
교황은 구세주를 찾는 “목자들을 위한 기쁨의 표징”인 구유를 성찰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예수님께서 어떻게 태어나셨는지 보여주는 구유는 우리에게 “두려움보다 사랑을” 불어넣는다.
“구유는 우리를 위한 양식이 되시는 분을 예언합니다. 예수님의 가난은 모든 사람, 특히 소외된 사람들, 버림받은 사람들, 세상의 눈에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입니다. 하느님께서 거기로 오십니다. 지름길이나 유아용 침대도 없는 곳입니다! 하느님께서 구유에 누워 계신 아름다운 모습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믿음을 열매 맺게 하는 시험
‘구유의 스캔들’을 견뎌야 했던 마리아의 마음은 남달랐다. 교황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영광과 마구간의 비참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 하고 물었다. 교황의 대답은 모호하지 않다. 곧,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것”이다. 교황은 마리아가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낙담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침묵했다”고 설명했다. “성모님께서는 불평 대신 다른 부분을 택하셨습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한밤중에 나타난 영광에 대한 목자들의 기쁨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마리아가 있다.
“이는 우리 내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두 가지 다른 태도입니다. 목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목자들의 놀라움은 신앙의 초기 단계를 일깨워줍니다. 그것은 모든 것이 쉽고 단순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들어오시고 우리를 놀라움으로 가득 채우시는 하느님의 새로움에 기뻐합니다. 하지만 마리아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태도는 초기 단계의 신앙이 아니라 성숙한 신앙의 표현입니다. 방금 막 생겨난 믿음이 아니라, 결실을 맺는 믿음입니다. 시련과 시험을 거친 다음에 영적 결실을 맺기 때문입니다.”
구유의 스캔들
기대와 현실이 충돌하는 가운데 “오늘 하느님의 어머니께서는 이러한 충돌에서 유익을 얻으라”고 가르치신다. 이는 현실이나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황은 이것이 “다시 일어서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십자가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은 출산의 고통처럼 더욱 성숙한 믿음을 낳습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어머니에게서 이러한 태도를 배웁니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일종의 ‘구유의 스캔들’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마리아가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했다며, 특정 사건을 “골라내거나 선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리아는 자신에게 오는 삶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위장하거나 꾸미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을 마음속에 간직했습니다.”
보편성의 어머니
교황은 마리아의 두 번째 태도인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 곧 묵상하는 태도에 대해 설명했다. “마리아는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비교하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숨겨진 실마리를 찾으며 함께 모아들입니다.”
“마리아는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다음과 같은 놀라운 작업을 수행합니다. 곧, 마리아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한데 모아들입니다. 그것들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함께 모아들입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마리아를 보편성(포용성, cattolicità)의 어머니로 부릅니다. 우리는 마리아가 갈라놓지 않고 하나 되게 하신다는 측면에서 그분을 가톨릭이라고 감히 부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마리아는 그러한 것들의 완전한 의미를 하느님의 관점에서 알아듣습니다.”
어머니들의 시선
일어난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방식은 긴장의 순간에도 생명이 자라나게 하는 어머니들의 방식이기도 하다. 교황은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대할 때 문제 그 자체에 골몰하기보다는 폭넓은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마리아의 태도입니다. 마리아는 골고타 언덕에서도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아프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를 돌보는 모든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머니들의 눈에서 얼마나 큰 사랑을 보는지요! 심지어 그들은 눈물짓고 있는 와중에도 희망의 이유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현실적이고 의식적인 시선이지만, 고통과 온갖 문제를 넘어 새로운 희망을 낳는 보살핌과 사랑에 대한 더 넓은 관점을 선사합니다.”
교회는 여성이자 어머니입니다
교황은 “어머니들이 하는 일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며 “어머니들은 장애물과 불화를 극복하고 평화를 심어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머니들이 “인생의 다양한 실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분열의 철조망 대신 친교의 실을 엮어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어머니입니다. 교회는 여성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교회에서 여성을 위한 자리는 여성이자 어머니의 마음이 빛날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면 찾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교회 내 여성의 자리입니다. (...) 교회는 어머니입니다. 교회는 여성입니다.”
주님은 십자가를 변화시키십니다
교황은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님께서는 신실한 분이시며 십자가를 부활로 바꾸실 수 있다는 기쁜 확신으로” 하느님 어머니의 보호 아래에 있도록 초대했다. 교황은 강론 말미에 신자들을 일어서게 한 다음, 에페소의 신자들이 성모님께 드린 호칭인 “거룩하신 천주의 성모님”을 세 번 반복하게 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