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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아, 교황 “이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을 잊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6년 폴란드 사도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 전날인 1월 26일 수요 일반알현의 말미에 수백만 명의 유다인과 다양한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희생된 대학살을 기억했다. 교황은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자고 호소했다. 또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생존자인 리디아 막시모비치 여사를 다시 만났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정숙

“이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모든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고통인 인종차별과 반유다주의의 악이 다시 만연한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세대의 정신과 마음에 새기려는 듯 이 같이 힘주어 말했다. 수요 일반알현이 열린 1월 26일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가족의 생명을 앗아간 쇼아(Shoah, 홀로코스트)의 상징인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해방 76주년 기념일인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 전날이었다. 교황은 이날 일반알현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수백만 명의 유다인과 다양한 국적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몰살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자와 가정에 호소

교황은 모든 이, 특히 “새로운 세대에게 공포의 흑역사에 대한 인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교육자들과 가정”에게 호소했다. 이 호소는 앞으로도 이 공포에 계속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마지막 생존자들이 세상을 떠날 때 그러한 사실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교황은 “우리가 이를 결코 잊지 말아야 인간 존엄성이 두 번 다시 짓밟히지 않는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 리디아 여사와 포옹

호소는 포옹이 됐다. 수요 일반알현을 마치며 교황은 바오로 6세 홀 계단 아래쪽에서 벨라루스 태생의 폴란드 출신 리디아 막시모비치 여사와 인사를 나눴다. 리디아 여사는 3살 때 어머니와 함께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에 수용된 이후 어머니와 서로 헤어졌고, 성인이 되어 러시아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강제수용소의 극악무도함과 요제프 멩겔레 박사가 자행한 생체실험의 살아있는 증인인 리디아 여사와 교황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교황은 지난 2021년 5월 26일 교황청 사도궁 내 산 다마소 안뜰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을 마치며 리디아 여사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바 있다. 당시 교황은 77년 동안 공포를 잊지 못하게 만든 수용자 번호 “70072”가 새겨진 그녀의 팔뚝에 입을 맞추려고 무릎을 꿇었다. 리디아 여사는 일반알현 직후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의 입맞춤은 저에게 힘을 줬고, 세상과 화해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늘도 교황에게 건네줄 몇몇 선물을 마련했다. 교황은 선물을 건네는 리디아 여사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쓰다듬었다. 리디아 여사는 최근 솔페리노에서 출판된 『미워하는 법을 몰랐던 소녀』라는 자서전과 자신이 매우 공경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의 만남을 캔버스에 인쇄해 교황에게 선물했다. 

리디아 막시모비치 여사를 만난 교황
리디아 막시모비치 여사를 만난 교황

“엄청난 비극”

교황은 지난해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에도 삼종기도를 통해 “무관심은 용납될 수 없고 기억하는 것은 의무”라며 “이 끔찍한 비극”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각자 자신의 마음속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고 말하면서” 기도하도록 신자들을 초대했다.

지옥 같은 아우슈비츠에서 침묵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교황의 초대는 지난 2016년 폴란드 사도 순방 중 지옥 같던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안의 고통의 순례에서 보여준 몸짓으로 드러났다. 그 어떤 문장이나 그 어떤 연설보다 훨씬 웅변적인 몸짓, 곧 침묵이었다. 교황은 처형의 벽 앞이나 성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낸 감방에서, 생존자들과 포옹하고 대리석 기념물 사이를 고개 숙인 채 걷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교황의 영혼에는 단 하나의 기도만 남아 있었다. 그 기도는 바로 대학살 수용소의 방명록에 스페인어로 기록돼 있다. 

“주님, 당신의 백성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그처럼 많은 잔혹한 행위를 용서하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우슈비츠 방문 (2016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우슈비츠 방문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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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월 2022,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