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오로 6세 홀에서 공연한 서커스단 보며 “하느님께로 이끄는 아름다움”
Salvatore Cernuzio, Marina Tomarro / 번역 이재협 신부
광대, 불을 삼키는 사람, 발레리나, 곡예사, 저글링하는 사람, 화려한 조명, ‘라 스트라다(La Strada), 오 솔레 미오(O’ Sole mio), 오 사라치노(O’ Sarracino), 더 트루퍼(The trooper)’와 같은 전통 서커스 음악. 1월 5일 수요 일반알현의 말미를 장식한 풍경이다. 로니 롤러 서커스단(Circo Rony Roller)은 바오로 6세 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공연을 선보였다. 교황은 박수와 미소로 화답하며 공연을 관람하고, 공연을 펼친 단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공연은 아름다움, 곧 우리를 기쁘게 하는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우리로 하여금 더욱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또한 아름다움은 주님께로 가는 하나의 길입니다. 여러분의 공연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교황은 각 그룹을 향해 인사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번 서커스단에 감사를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아름다움, 곧 이렇게 완벽한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의 시간이 있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전통으로 자리잡은 바오로 6세 홀 서커스 공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로니 롤러 서커스단은 1930년대부터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바오로 6세 홀의 교황 앞에서 공연하는 일도 처음은 아니다. 바오로 6세 홀에서 펼쳐지는 서커스 공연은 새해를 맞이하는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1월 8일에는 교황 앞에서 쿠바의 ‘아쿠아 서커스단’이 공연한 바 있다. 아쿠아 서커스단은 그 이름에 걸맞게 물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과 곡예 공연을 바오로 6세 홀에 모인 신자들 앞에서 선보였다. 당시 교황은 한 서커스 단원에게 직접 원반을 던지며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공연에 대한 교회의 관심
과거에도 다른 몇몇 서커스단이 교황 앞에서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010년 12월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는 모든 서커스단과 순회공연단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국제사목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회의는 “서커스와 놀이공원: 신앙과 전통의 ‘가르침’, 글로벌 세계에서 희망의 표징”이라는 주제로 로마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지역 교회가 서커스와 순회공연을 더 잘 이해하고, 오늘날 순회공연에 종사하는 이들이 마주하는 어려움과 현실에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오랫동안 기다린 만남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의 공연을 오랫동안 준비해 온 로니 롤러 서커스 단원들은 매우 기뻐했다. 로니 롤러 서커스단의 로니 바살로 씨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교황님은 빛나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공연을 바라보시는 교황님의 감정을 보고 느꼈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공연 시간이 끝났을 때, 교황님은 공연을 좀 더 계속해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살짝 당황했지만, 늘 하던 것처럼 즉석에서 공연을 선보였죠. 이 순간은 우리가 평생 기억할 순간이었습니다. 교황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큰 기쁨이고 격려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체험은 우리 서커스단의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서커스를 하기로 결심한 아이들은 오직 이 전통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서커스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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