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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메시지와 교황 강복 “하느님은 세상의 위기 속에서 태어나시지만, 희망이 위기보다 더 강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의 중앙 발코니에서 교황 강복을 하기에 앞서 성탄 메시지를 통해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과 민족, 학대 피해 아동, 독거 노인과 난민, 그리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떠올렸다. 교황은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과 미디어로 연결된 이들에게 전대사를 부여한다고 선포한 후 교황 강복을 내렸다.

Amedeo Lomonaco / 번역 박수현

“세상을 창조하시고 역사와 인류의 여정에 의미를 부여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육신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Loggia delle Benedizioni)’의 성탄 메시지에서 “말씀이 우리와 대화를 나누시려고 육신이 되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 세상에 오시면서 우리에게 “만남과 대화의 길”을 보여주셨다고 설명했다. 이 길은 무엇보다 “마음을 닫으려 하고, 혼자서 해 내려고 하며, 외출을 포기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일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을 강화하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침묵 속에 가려진 엄청난 비극

교황은 국제적 차원에서도 “대화를 회피할 위험이 있다”며 “복잡한 위기로 인해 장기적 대화의 길보다 지름길을 선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삼종기도와 ‘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교황 강복(Urbi et Orbi, 우르비 엣 오르비)’에 앞서 고통받고 있는 지역의 비극과 일반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전쟁의 비극을 떠올렸다. 

“참으로 진정한 평화의 근원이신 구세주의 탄생 소식이 우리와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동안에도 우리는 여전히 많은 갈등과 위기와 모순을 보게 됩니다. 이것들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알아차리지도 못합니다. 우리는 그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는 엄청난 비극들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형제자매들의 고통과 절망의 외침을 듣지 못할 위험을 무릅쓰고 있습니다.”

시리아, 이라크, 예멘을 생각합시다

교황은 교황 재임 기간 동안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7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있는 시리아와 2021년 3월 5-8일 사도 순방의 중심에 있는 나라인 이라크의 국민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을 떠올렸다. 또한 지난 2015년 3월 발생한 내전으로 최소 1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다친 예멘에서 고통으로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10년 넘게 수많은 희생자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난민을 낳은 전쟁 속에서 살아온 시리아 국민을 생각해 봅시다. 오랜 분쟁 끝에 여전히 다시 일어서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라크를 바라봅시다. 예멘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입시다. 예멘은 모든 사람에게서 잊힌 거대한 비극이 몇 년째 침묵 속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매일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베들레헴과 레바논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계속되는 긴장”과 전체 가정의 75퍼센트가 빈곤에 허덕이는 레바논의 위기를 언급했다. 아울러 예루살렘의 라틴 총대주교가 성탄 밤 미사를 집전했던 베들레헴으로 시선을 돌리자고 초대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계속되는 긴장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사회적, 정치적 결과를 낳고 있음을 기억합시다. 예수님께서 빛을 보신 곳, 순례자들이 성지에 이르지 못하게 막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람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베들레헴을 잊지 맙시다. 매우 우려되는 경제적, 사회적 상황과 함께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을 생각해 봅시다.”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교황은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우리가 대화에 열려 있을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예수님께 청합시다. 이 축제의 날에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화해와 형제애를 향한 온갖 열망을 불러 일으켜 달라고 간청합시다.” 교황은 중동의 힘겨운 화해의 길과 식량이 부족한 아동이 최근 4개월 사이 330만 명 증가한 아프가니스탄의 극적인 상황도 기억했다.

“아기 예수님, 중동과 전 세계에 평화와 화합을 주소서. 고국을 떠나도록 강요된 이들에게 인도적 원조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주소서. 40년 이상 많은 사람들이 고국을 등지게 한 분쟁으로 가혹한 시험을 받아온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위로하소서.”

미얀마와 우크라이나가 빛과 도움을 찾길

교황은 여러 나라를 언급했다. “모든 이들의 임금이시여, 정치 당국을 도우시어 긴장과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사회에 평화를 주소서.” 교황은 폭력으로 점철된 나라 미얀마와 지난 12월 12일 삼종기도에서 무기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던 우크라이나를 언급했다.

“편협함과 폭력이 종종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기도와 예배의 장소를 겨냥하고 평화로운 얼굴을 흐리게 하는 미얀마의 사람들을 도우소서. 온갖 장애물을 무릅쓰더라도 믿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빛과 지지의 원천이 되시어 만남과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게 하소서. 암처럼 퍼진 분쟁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소서.”

아프리카 민족을 위한 화해

교황은 아프리카를 떠올리며 폭력과 심각한 불평등에 시달리는 이들의 고통스러운 외침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평화의 임금이시여, 국민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진지한 토론을 통해 에티오피아가 화해와 평화의 길을 다시금 발견하도록 도우소서. 국제 테러의 폭력을 경험하는 사헬 지역 사람들의 외침을 들으소서. 분열, 실업, 경제 불평등에 시달리는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사람들을 보소서. 수단과 남수단에서 내전으로 고통받는 많은 형제자매들의 고통을 덜어주소서.”

아메리카 대륙에서 연대가 널리 퍼지길

교황의 성탄 메시지는 아메리카 대륙도 기억했다.

“모든 인류의 권리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대화, 상호존중, 인식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 사람들의 마음에 연대, 화해, 평화 공존의 가치가 널리 퍼지기를 기원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위로

교황은 폭력의 재앙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 학대의 희생자가 된 아이들, 홀로 사는 노인들을 기억했다. 그들과 가족들을 위해 교황은 하느님의 아드님께 위로를 청했다.

“하느님의 아드님,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에 만연한 여성폭력의 희생자를 위로하소서. 괴롭힘과 학대로 고통받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소서. 노인들, 특히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베푸소서. 교육의 주요 장소이자 사회 조직의 기초인 가정에 평온과 일치를 주소서.”

특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치료와 백신

교황은 보건 비상 사태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코로나19 대유행의 비극과 백신에 대한 희망도 언급했다.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병자들에게 건강을 되찾아 주시고, 보건 위기와 그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선의의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주소서. 필요한 치료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시고, 특히 가장 궁핍한 이들에게 백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하소서. 가족, 환자, 가장 연약한 이들을 돌보는 데 관심과 헌신을 보여주는 모든 이들을 보호하소서.”

전쟁 포로와 이주민

교황은 전쟁 포로, 난민, 망명자들을 위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께 기도하며 모든 이들이 무관심하게 남아 있지 않도록 당부했다.

“베틀레헴의 아기 예수님, 내전과 전쟁 그리고 최근의 분쟁으로 생겨난 많은 포로들과 정치적 이유로 수감된 이들이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우리가 이주민, 난민, 망명자들의 곤경을 보고도 무관심하지 않도록 하소서. 그들의 시선이 외면당하지 않게 하시고,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인류애를 부정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삼아 그들의 비극을 잊지 않도록 하소서.”

공동의 집인 지구를 존중합시다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의 중심 주제를 언급하며 기후변화로 영향을 받는 동시에 많은 경우 인간에게 학대당하고 있는 지구의 고통스러운 외침을 기억했다.

“육신이 되신 영원한 말씀이시여, 우리 공동의 집(지구)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소서. 우리 공동의 집은 종종 우리의 소홀함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미래 세대가 생명을 존중하는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정치 지도자들이 효과적인 합의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평화의 길을 걷기

교황은 성탄 메시지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가 따라야 할 길을 제시했다. 교황은 “우리 시대의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를 위해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이 계시기에 희망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분께서는 모든 일에 도움을 필요로 하시며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으신 갓난아기였습니다. 그분은 다른 모든 아이들처럼 말하는 것을 배우길 원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서로 형제자매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대화하는 법을 배우길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우리를 위해 태어나신 그리스도님, 우리가 당신과 함께 평화의 길을 걷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라고 기도하며 성탄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그런 다음 삼종기도를 바쳤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라디오와 텔레비전, 미디어를 통해 연결된 모든 이들에게 교회가 정한 전대사를 부여하며 교황 강복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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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2월 2021,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