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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니코시아의 성 십자가 성당에서 이주민과 함께한 교회 일치를 위한 기도 키프로스 니코시아의 성 십자가 성당에서 이주민과 함께한 교회 일치를 위한 기도 

피자발라 총대주교 “유럽의 미래는 지중해에서 결정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키프로스 사도 순방의 마지막 일정은 이주민과 함께하는 교회 일치를 위한 기도였다. 이 기도회는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인 피자발라 총대주교의 인사말과 함께 키프로스 카리타스 이사와 4명의 젊은 이주민의 증언으로 시작됐다.

Amedeo Lomonaco / 번역 이정숙

프란치스코 교황은 키프로스 사도 순방을 마치기 전에 지중해의 비극과 더 나은 삶을 찾아 고향을 떠나온 다양한 나라 출신의 가족과 사람들의 비극으로 관심을 돌렸다. 

피자발라 총대주교 “유럽의 미래는 지중해에서 결정됩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Pierbattista Pizzaballa) 총대주교는 니코시아의 성 십자가 성당에서 교황을 환영하며 “수천 명의 난민과 이주민 가족이 가장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과 불행에서 피신한 사람들이 “출구도 없고 미래에 대한 명확한 전망도 없이” 키프로스에 체류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이지 않게’ 머물 수 없는 이 사람들의 비극은 이주 현상에 대한 ‘글로벌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유럽의 미래는 에너지와 부의 원천뿐 아니라 우리가 직면해야 할 인적 자원, 사람들, 민족들이 횡단하는 지중해에서 결정됩니다.” 피자발라 총대주교는 지중해 없이는 “발전도 미래도 없을 것”이라며 사회·경제·개발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회는 “이러한 엄청난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이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습니다.”  

환대에 대한 도전

피자발라 총대주교의 인사말 이후 키프로스 카리타스의 엘리자베스 크리산투 이사는 키프로스의 역사와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돕기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그는 키프로스 카리타스의 우선순위 중 하나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사람들, 특히 1974년 키프로스가 분단된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키프로스는 유럽연합의 그 어떤 국가보다 더 많은 망명 신청자를 맞아들였습니다. 키프로스 카리타스는 환대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레바논, 중동, 그보다 더 먼 지역에서도 다양한 위기를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피난처를 찾아 키프로스로 왔습니다.” 크리산투 이사는 “많은 이들이 폭력, 속임수, 착취를 경험했다”며 “이들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어떠한 확신도 없이 언제나 소외된 채로 코로나19 대유행을 마주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젊은 이주민 4명의 증언

크리산투 이사 다음으로 젊은 이주민 4명의 증언이 번갈아 나왔다. 처음으로 증언한 이라크 출신의 로즈 씨는 자신의 집, 가족, 마을,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사람들이 상처 입힐 의도는 아니지만, 마치 자신을 구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질문과 마주한다고 말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왜 여기에 왔습니까? 당신의 신분은 무엇입니까? 여기에 머물 생각입니까? 어디로 가려고 합니까?’ 같은 질문들입니다. (…) 저는 매일 서류에 있는 ‘외국인’, ‘희생자’, ‘망명 신청자’, ‘난민’, ‘이주자’ 등의 네모칸에 체크 표시를 기입해서 제가 될 수 있거나, 되기를 희망하거나, 되고 싶은 모든 것을 요약해야 합니다.”

카메룬 출신의 맥콜린스 씨는 스스로를 “증오로 상처입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증오는 다양한 형태로 표현됩니다. 어떤 것은 ‘끔찍한’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곧, 다른 이들의 신체를 훼손하고, 죽이며, 뼈를 부러뜨리기도 하고, 땅에 지뢰를 매설하기도 합니다. 또한 불을 지르고, 숲을 파괴하고, 최소한의 식수를 얻을 수 있는 물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을 방치하거나 무관심을 보이는 형태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한번 경험한 증오는 잊을 수 없습니다. 증오는 저를 변하게 했고, 우리를 변하게 합니다.”

스리랑카 출신 타마라 씨는 차량의 트렁크에 숨어 탈출한 뒤 낡은 보트에 팽개쳐져 “속임수, 착취, 실종”을 경험했다. 그녀는 폭력, 폭탄, 칼, 굶주림, 고통에 대해 말하면서도, 자신의 여정에는 항상 “새로운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와 선택을 주는 안전하고 건강한 장소,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한 희망이 있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마리아미 씨는 스스로를 “꿈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저는 싸움, 복종, 도피, 눈물을 아무도 강요받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기쁨의 눈물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기 위해 좋아하는 장난감을 집에 남겨두고 한밤중에 침대에서 강제로 끌려나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는 국가 간, 그리고 한 나라의 국민들이 서로 싸우거나 해를 끼치지 않으며 각자의 자유와 인권을 부정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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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12월 2021,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