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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성인은 침묵을 가르쳐줍니다. 침묵은 성령께서 말씀하시고 위로하시는 공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15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통해 예수님의 지상의 아버지이신 요셉 성인에 대한 네 번째 교리 교육을 이어갔다. 교황은 우리 안의 하느님 말씀이 스스로 드러날 수 있도록 침묵을 가꾸는 법을 요셉 성인에게서 배우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우리가 침묵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우리의 말은 “아첨, 거짓말, 중상모략”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성 요셉에 대한 교리 교육

4. 침묵의 사람인 성 요셉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셉 성인에 대한 교리 교육의 여정을 이어갑시다. 그동안 우리는 ‘성 요셉과 그가 살았던 환경’(11월 17일), ‘구원 역사 안에서의 성 요셉’(11월 24일), ‘의로운 사람이자 마리아의 배필인 성 요셉’(12월 1일)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요셉 성인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곧, 침묵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침묵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침묵은 중요합니다. 성탄절을 생각하며 읽었던 지혜서의 한 구절이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무거운 침묵이 밤을 덮고 있을 때, 당신의 말씀이 땅 한가운데로 내려왔습니다”(지혜 18,14 참조). 가장 고요한 순간에 하느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이 시대에서 침묵은 별로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침묵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음서들은 나자렛의 요셉의 그 어떤 말도 우리에게 전해주지 않습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가 과묵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더 깊은 의미가 존재합니다. 요셉 성인은 자신의 침묵을 통해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다음과 같은 말을 확인시켜 줍니다. “말씀(Parola), 곧 사람이 되신 말씀(il Verbo fatto uomo)이 커지실 때 말들은 줄어듭니다.” 예수님, 곧 영적인 생명이 자라는 만큼 말들은 줄어듭니다. 끊임없이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은 줄여야 합니다. “광야에서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고 외치는 이”(마태 3,3 참조)인 세례자 요한은 말씀이신 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이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셔야 하고 내가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셉 성인은 자신의 침묵을 통해 ‘살이 되신 말씀의 현존’, 곧 예수님께 공간을 마련하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요셉 성인의 침묵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경청’으로 가득 찬 침묵, ‘행동하는’ 침묵, 자기 자신의 위대한 내면을 드러내는 침묵입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당신 아드님이셨습니다. 말씀은 항상 영원한 침묵 속에서 말씀하시며, 침묵 속에서 우리 영혼이 그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집의 이 “학교”에서 매일 마리아와 요셉의 모범을 보시며 성장하셨습니다. 예수님 스스로 당신의 일상에서 침묵의 공간을 찾으셨던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마태 14,23 참조). 당신 제자들에게도 당신을 본받아 그러한 체험을 하도록 초대하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우리 각자가 요셉 성인의 모범에 따라 ‘침묵으로 활짝 열린 삶의 관상적 차원’을 회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우리 모두는 침묵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침묵은 우리를 다소 두렵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침묵은 우리에게 각자의 내면으로 들어가 우리 자신의 가장 진실된 부분을 마주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두려워합니다. 사람들은 말하고, 말하고, 말하고, (...) 혹은 라디오를 듣거나 텔레비전을 봅니다. 사람들이 침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침묵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조용히 머무르는 방법을 모른다는 하나의 사실에서 비롯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침묵의 공간을 가꾸는 법을 요셉 성인에게서 배웁시다. 그 안에서 또 다른 말씀, 곧 말씀이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예수님을 모셔 오시는 성령께서 나타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수많은 걱정, 유혹, 욕망, 희망의 목소리와 매우 자주 혼동되는 이 말씀을 알아채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침묵의 실천에서 오는 이 훈련이 없다면 ‘우리의 말도 병들 수밖에’ 없습니다. 침묵을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의 말도 병듭니다. 침묵하지 않는다면, 진실을 밝히는 대신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말은 아첨, 허영, 거짓말, 비방, 중상모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집회서가 “많은 이들이 칼날에 쓰러졌지만 혀 때문에 쓰러진 이들보다는 적다”(집회 28,18)고 우리에게 일깨워주듯 경험에서 나온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자기 형제를 헐뜯고 이웃을 비방하는 자는 살인자라고 말입니다(마태 5,21-22 참조). 혀로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믿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우리가 때때로 혀로 사람을 죽인 일이 없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생각해보는 일이 우리에게 큰 유익이 될 것입니다. 

성경의 지혜는 “혀에 죽음과 삶이 달려 있으니 혀를 사랑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는다”(잠언 18,21)고 말합니다. 야고보 사도는 자신의 서간에서 이 오래된 주제, 곧 말이 가진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힘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누가 말을 하면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 그는 자기의 온몸을 다스릴 수 있는 완전한 사람입니다. (…) 혀도 작은 지체에 지나지 않지만 큰일을 한다고 자랑합니다. (…) 우리는 이 혀로 주님이신 아버지를 찬미하기도 하고, 또 이 혀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된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야고 3,2-10).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요셉 성인에게서 침묵을 가꾸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침묵은 우리를 새로 나게 하고, 위로하고,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성령께 내어드리는 우리 일상의 내적 여백입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가꾸라는 말입니다. 우리 각자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봅시다. 우리는 종종 일을 하다가, 그 일을 마치는 즉시 다른 일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찾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렇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우리를 표면적인 것에 빠져들게 합니다. 마음의 깊이는 침묵과 함께 자라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침묵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성찰과 성령께 여백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가끔 우리는 침묵의 순간을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침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침묵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갖게 될 마음의 유익은 우리의 혀, 우리의 말, 특히 우리의 선택을 치유할 것입니다. 실제로 요셉 성인은 행동과 침묵을 일치시켰습니다. 요셉 성인은 말하지 않고 행동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어느 날 제자들에게 하신 다음의 말씀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우리가 말할 때, 말은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는 오래 전에 발표된 “빠롤레(Parole, 말), 빠롤레, 빠롤레, (…)”라는 가사의 노래를 기억합니다. 실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침묵하고 올바르게 말하는 것, 때로는 혀를 조금 깨무는 것이 어리석은 말을 하는 것보다 좋을 때가 있습니다. 

요셉 성인께 드리는 기도로 교리 교육을 마칩시다. 

침묵의 사람 성 요셉이시여, 

당신께서는 복음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으니,

헛된 말을 금하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고,

올바르게 이끌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지지하는 말의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게 하소서.

비방이나 중상모략과 같이

상처주는 말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다가오시고,

항상 말과 행동을 일치시킬 수 있게 우리를 도우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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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2월 20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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