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교황청 직원들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직원들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교황청 직원들과의 만남 “더욱 일치하는 직장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23일 바오로 6세 홀에서 바티칸 시국과 교황청의 여러 부서의 직원들과 만나 “평온함을 가져오는 성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하고, 조부모와 노인들을 소홀히 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운 시기에 교황청이 “고용을 보장”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Amedeo Lomonaco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누군가의 아빠, 엄마, 자녀, 조부모인 바티칸 시국과 교황청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도 성탄의 기쁨을 누리게 하신 하느님께 감사하자며 성탄 축하인사를 전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는 사랑이 구체화되는 곳, 서로 가까이 다가가는 곳, 온유한 사랑이 있는 곳,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있는 곳”에서 태어나신다며 “거기에 하느님께서 계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예를 들어 가족 중에 더 이상 쉽사리 외출할 수 없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계시다면,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그분들을 만나러 갑시다. 찾아가서 그분들을 홀로 두지 맙시다. 혹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전화를 걸어 잠시 대화를 나눕시다. 하지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그분들을 찾아 뵙고 그분들 곁에서 함께 지냅시다.”

조부모를 소홀히 대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쓰고 버리는 문화’에 많은 조부모와 노인들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가정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의 순수한 눈이 보기에 차별을 조장하는 행동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연로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한 가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연로하여 식사 시간마다 수프를 흘리는 일이 있었고, 그래서 식탁은 매일 지저분했죠. 어느 날,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때문에 친구들을 식사에 초대할 수도 없고, 더는 이렇게 못 살겠구나. 이제부터 할아버지는 부엌에서 식사를 하셔야겠다. 아빠가 할아버지를 위해 아주 멋진 식탁을 하나 만들어 드릴 거야.’ 그렇게 할아버지가 부엌에서 식사를 한 지 일주일이 되던 어느 날,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니 10살 된 아들이 나무와 못과 망치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물었죠. ‘뭘 만들고 있니?’ ‘책상 만들어요, 아빠.’ ‘갑자기 웬 책상이니?’ ‘아빠를 위한 것이에요. 아빠가 나중에 나이 들면 써야 하니까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행동한 대로, 자녀들이 우리에게 똑같이 할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여러분, 조부모와 노인을 부디 소홀히 대하지 마십시오. 지혜로운 분들입니다.”

평온함의 선물을 가져오는 성탄

보건위기를 비롯한 여러 위기가 가득한 시기이지만, 교황은 성탄이 “평온함을 가져오는”, 특히 “어렵고 걱정 가득한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평온함을 주는” 성탄이 되길 빌었다. 

“모든 가정에는 걱정과 어려움이 있지만, 분명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더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가정 안에서 평온함의 선물을 받길 기도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가정에 경제적, 심리적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저는 다시 격리된 생활을 하고 원격수업을 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특별히 기억합니다.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각자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용 보장

교황은 직원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노동이라는 주제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교황은 노동과 관련해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안내하는 지침들, 곧 노동자의 권리 존중과 공동선을 강조했다.

“작년에 제가 여러분에게 말한 것처럼, 우리는 고용을 보장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직장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죠. 물론 봉쇄기간을 버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에 어떤 문제들이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어요. 언제나 노동자의 권리와 공동선을 존중하면서 대화와 만남을 통해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요셉 성인의 중재를 청합시다

교황은 노동과 관련해 우리에게 “훌륭한 성인”이 계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요셉 성인은 예수님과 동정 마리아의 보호자”이시며 “교회의 수호성인”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올해 성 요셉의 해를 지냈습니다. 저는 이것이 참 기뻤습니다. 요셉의 해를 보내면서, 요셉 성인이 우리 삶과 가정 안에 언제나 가까이 계시고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느끼는 한 해가 됐길 빕니다. 우리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우리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심난한 상황을 요셉 성인에게 의탁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기도 안에서 요셉 성인에게 의탁할 수 있습니다. 복음서에는 요셉 성인이 직접 말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곧, 요셉 성인은 말수가 적은 분이지만,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요셉 성인에게 의탁하십시오. 성인은 하느님의 뜻에 귀를 기울이고 망설임 없이 실천에 옮긴 분입니다. 저는 항상 요셉 성인에게 이런저런 지향으로 기도합니다. 그러면 요셉 성인은 언제나 응답해 주십니다.”

가정은 섭리를 체험하는 공간

교황은 요셉 성인이 잠든 사이에 꿈을 통해 “하느님께서 여러 번 당신의 뜻을 드러내셨다”고 말했다. “첫째, 요셉이 마리아를 맞아들일 때, 둘째, 헤로데가 예수님의 생명을 위협해 이집트로 떠나야 했을 때, 셋째,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 넷째, 나자렛에 자리를 잡을 때입니다.” 교황은 주님께서 꿈을 통해 요셉에게 “여정을 위한 지침”을 내려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는 공상이나 환청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 충실하고 성가정의 여정을 이끄는 가르침이었습니다. 하느님 섭리의 현현이었습니다.” 여기서 교황은 ‘섭리’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해 보자고 초대했다. 

“요셉과 마리아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가정은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하는 특권적인 공간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과 모든 가정에게 이렇게 당부하고자 합니다. 부부의 선익을 위해, 자녀들의 선익을 위해, 온 가족의 선익을 위해 하느님의 길로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아버지의 손길을 체험하십시오. 하느님의 계획이 언제나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 계획은 종종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인내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하는 데 있어 믿음이 필요합니다. 곧, 하느님만이 우리와 우리 가족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는 큰 믿음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모든 노고에 감사합니다

교황은 우리도 요셉 성인처럼 “하느님의 메시지를 받기 위해 나 자신을 버려야 한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저는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여러분은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더욱 일치하는 직장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하십시오. 여러분과 여러분의 모든 가정에 기쁜 성탄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모든 노고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23 12월 2021,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