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체나콜로 공동체 방문 “우리의 불행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정숙
“2분 뒤면 도착합니다!” 12월 8일 오후 4시18분경 마스크와 모자를 쓴 한 소년이 로마 체나콜로 공동체(Comunità Cenacolo)의 착한 사마리아인 형제회(fraternità Buon Samaritano)에게 임박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착 소식을 알렸다. 교황은 이곳에서 지난 2020년 12월 8일 선포한 ‘성 요셉의 해’를 폐막했다. 소년과 소녀, 가족, 사제와 수녀, 공동체에 머무는 이들과 직원들이 감사, 기쁨, 환대의 표정과 함께 출입구의 차도를 따라 30분 넘게 교황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쏟아지는 비와 약간의 우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색색의 줄이 달린 막대기와 종이로 제작한 손모양의 막대기를 흔들었다. 또한 사도신경과 묵주기도를 바치며 교황을 기다렸다. 사도신경과 묵주기도는 이들이 완전한 혼돈 속에서 지낸 과거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방문을 환영합니다!”
기타와 심벌즈 연주와 함께 성령께 바치는 노래가 교황의 짙은 청색 소형차의 방문을 환영했다. 교황 전용차가 지나가자 청년들이 그 뒤를 따랐다.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의 영성지도 사제 루이지 에피코코 신부와 동행한 교황이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청년들은 노래를 불렀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교황이 미소짓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교황은 모든 이에게 인사한 다음, 3년 전 성소 위기 이후 얼마 남지 않은 FAC(그리스도인 형제의 도움) 운동의 여성 평신도 봉헌생활단이 체나콜로 공동체에 시설의 한 부분을 제공한 덕분에 “거듭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집에서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곳에서 여성 평신도 봉헌회원들은 특히 지금도 여전히 심리적 상처를 겪으며 방치돼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머니나 할머니와 같아요.”
오직 하나의 규칙: 사랑
교황을 환영한 두 어린이는 안드레아 죠르제티 씨와 그의 아내 안토니아 씨의 자녀다. 이 부부는 현재 착한 사마리아인의 책임자이지만, 과거엔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마약 중독자였다. 두 사람은 현실에서 오직 한가지를 발견하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곧, 사랑이다. 그것은 ‘마드레 엘비라(Madre Elvira)’로 잘 알려진 엘비라 페트로치(Elvira Petrozzi) 수녀가 이 공동체에 규칙으로 “정한” 그 사랑이다. 지난 1983년 7월 16일 쿠네오(피에몬테) 지방에 있는 살루초 언덕의 황폐하고 버려진 집에서 태어난 엘비라 수녀가 만든 이 공동체는 오늘날 모든 대륙(20개국 71개의 집, 특히 중남미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지난 40년 동안 공동체의 목표는 특히 마약과 알코올 중독의 터널에 빠져 영육의 고통으로 짓눌리고, 소외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환대하는 것이었다. 체나콜로 공동체는 공식 누리집에서 이를 “삶의 기쁨을 찾는 길을 잃어버리고, 기만당하고, 실망한 많은 젊은이들의 절망적인 외침에 대한 하느님의 온유한 사랑의 응답”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교황에게 실제로 이를 보여줬다.
도움받은 사람이 도움주는 사람이 됩니다
혼인한 뒤 지금은 슬하에 네 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과거에 마약 중독자였던 마르코 씨가 그 예다. 그는 환영의 노래와 춤이 끝난 후 건물 강당에서 딸꾹질과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는 가슴으로 교황을 맞이했다.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은 저는 용서받고 사랑받았다고 느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메타돈(마약)이 아닌 수호천사를 발견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저에게 항상 ‘잘 지내세요?’라고 물었고, 저는 이 질문을 회피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저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 지내세요?’라고 물어봅니다.” 이는 다양한 형제회 안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지나온 길을 설명하는 모범적인 대답이다. 엘비라 수녀와 그의 협력자들이 환대하며 돌보던 이들은 기도, 일, 동행의 여정을 마친 후 다른 이들을 돕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을 내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 요셉에 관한 영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도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삶의 일부다. 수리 작업, “내면의 청소를 상징”하는 외부 청소 작업, 공예실 워크샵, 유럽 순회 공연을 위해 청소년들이 구상하고 만든 뮤지컬 등은 중요한 프로젝트 활동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어가 중단되자 체나콜로 공동체의 젊은이들은 2년 동안 훌륭한 프로젝트에 전념했다. 곧,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영화다. 아마추어가 만든 영화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 음악과 대본을 갖춘 이 본격적인 장편영화는 메주고리예의 두 공동체, 곧 생명 캠프와 기쁨 캠프의 생활인들이 메주고리예의 언덕 사이에서 촬영했다는 게 특징이다. 교황은 강당에서 성 요셉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영화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아라”를 관람했다. 영화의 대화와 구성은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Patris corde)와 교서에 인용된 저서 『아버지의 그림자』(The Shadow of the Father)에서 영감을 얻었다. 연출을 맡은 감독은 영화 상영이 끝나자 “이 영화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다시 태어난 이야기
영화 상영 직후 몇몇 배우들이 영화 속 의상을 입고 교황에게 자신들에 대해 증언했다. 지금은 그저 “행복한” 20세의 아리아나 씨는 섭식장애와 어른이 되는 걸 두려워했던 자기 자신에 대해 말했다. 각종 성분으로 뒤섞인 “마약에 빠져” 살던 루카와 다비데 형제는 때때로 “벌레가 뇌를 파먹는 것” 같았던 과거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덕분에 “어려운 순간에도 일어설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체나콜로 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니엘레 씨는 “성 요셉 같은 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끝으로 크로아티아 출신 카테리나 씨는 처음엔 성모님을 믿지 않았지만 점차 성모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교황은 체나콜로 공동체의 창립자 엘비라 수녀(84세)의 영상도 시청했다. 엘비라 수녀는 현재 병들어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다. 살루초에 위치한 체나콜로 공동체의 모원 지도신부인 스테파노 아라뇨 신부는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에 그녀의 삶은 소진되고 무너졌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격려
새롭게 태어남과 동행, 용기와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경청한 교황은 체나콜로 공동체에 감사를 표하며 특히 이 젊은이들의 여정을 격려했다. “현실, 진리, 우리의 불행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꾸며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시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는 영혼과 마음을 꾸며내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이어 다음과 같이 격려했다. “여러분과 같은 상황에 처한 많은 젊은이들을 도우십시오. ‘더 나은 길이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용감하게 말하십시오.”
폐자재로 지은 경당
기숙사 구조로 지어졌으나 지금은 부엌에서 나는 좋은 음식 냄새와 소파와 탁자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간의 가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큰 집 내부를 지나온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봉헌된 경당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경당을 축성하고, 성 요셉의 해를 폐막하기 위함이다. 상징적인 공간인 경당에서 상징적인 행동을 엿볼 수 있다. 목재와 흰 대리석으로 젊은이들이 지은 이 경당은 사실 전적으로 “그들의 창의력과 손”으로 세워진 것이다. 젊은이들은 쓰레기 매립장과 쓰레기통을 찾아 다니며 석회석 조각, 떡갈나무 대들보, 기타 폐자재들을 모았다. 스테파노 신부는 “여기서 하는 일의 구체적인 사례”라며 “우리는 버려진 것으로 멋진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 젊은이들은 예전엔 악의 삶에서 최악의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선의 삶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 발견합니다.”
성 요셉의 해를 마치는 기도
교황은 경당을 축성하고 참석한 모든 이와 함께 기도한 직후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나누길 원했다. 이어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성모님의 배필이신 요셉 성인에게 드리는 기도를 함께 바칠 수 있도록 기도문을 나눠줬다.
구세주의 보호자시며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이시여,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외아드님을 맡기셨고
마리아께서는 당신을 신뢰하셨으며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보호 속에서 성장하셨나이다.
복되신 요셉이시여,
저희에게도 아버지가 되시어
삶의 여정에서 저희를 이끌어 주소서.
저희를 위하여 은총과 자비와 용기를 얻어 주시고
모든 악에서 저희를 지켜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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