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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호소 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호소 

교황, 평화 위한 무장해제…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예전보다 나아져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1-13일 열리는 제4회 파리평화포럼에 메시지를 보내고 “군사력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는 군비경쟁이 이미 대규모 인도주의적 비극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류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고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책임지는 희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정숙

“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한 구체적인 집단적 약속” 없이 평화를 이룰 수 없다. “군사력 균형”을 명분삼아 전쟁 ‘억지(deterrence)’ 논리로 정당화되는 군비 지출 증가는 이미 “대규모 인도주의적 비극”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예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으며”, 우리의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고 “인류의 깊은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허비해서는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1-13일 “글로벌 격차 줄이기”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4회 파리평화포럼 주최자 및 참석자들을 향한 메시지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면서 예전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성찰

교황은 평화, 훌륭한 거버넌스,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는 이번 행사의 성찰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 더 나아지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포럼이 지원한 80개 프로젝트 중 우선순위는 8개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바다, 기후, 우주, 생물의 다양성과 같은 코먼 스페이스(common spaces) 보호 △디지털 세계의 더 나은 거버넌스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의 공공영역 보호 △가짜 뉴스와 언론에 대한 위협에 맞서 싸우기 △남녀평등 실현 △남남협력 강화 △사회적, 연대적 경제를 통한 자본주의 개혁 등이 있다.

가장 편한 길을 포기하십시오: “정상상태”로 돌아가기

교황은 역사적 국면에서 인류가 가장 편한 길인 소위 “정상상태로 돌아가는 것”과 교황이 지난 2020년 9월 유엔 총회에 요구한 바와 같이 “우리의 생활방식과 경제·사회적 시스템을 전환하고, 변화하고, 재고하기 위해 구체적인 기회”를 잡는 것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던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현실에서는 부와 경제성장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유보돼 있는 반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하지 못했습니다. 지구는 근시안적인 자원 착취, 오염, ‘쓰고 버리는’ 소비주의에 의해 약탈당했고, 전쟁과 대량 살상 무기 실험으로 상처를 입었습니다.” 

“또한 정상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기만족, 민족주의, 보호무역주의, 개인주의, 고립’에서 힘을 받는 동시에 가장 가난한 우리의 형제자매를 배제하는 옛 사회구조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입니까?”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지 못합니다

교황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다음 세대의 ‘경로’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글로벌 공동체라는 사실, 그리고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고 오로지 함께라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어 교황은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예전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첫째이자 가장 시급한 주제는 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한 구체적인 집단적 약속 없이 평화를 만드는 협력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군비 지출은 이미 ‘냉전’ 종식 당시 기록된 수준을 넘어섰고, 매년 체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군사력 균형 명분

교황은 각국 정부가 “군사력 균형을 명분으로 한 전쟁 ‘억지’ 논리를 남용함으로써 이 같은 ‘재무장’을 정당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은 “주로 무력의 사용이나 위협에 기반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이 “평화를 건설하고 유지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말했다. 교황은 실제로 ‘억지’ 논리가 “대규모 인도주의적 비극을 초래하면서 많은 경우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를 인용했다.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신뢰에 의해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억지’의 논리는 전쟁무기가 다른 모든 제조품과 같은 판단 기준으로 고려될 수 있고,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자유롭게 판매될 수 있다는 자유시장의 논리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 강조돼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수년 동안 무기시장의 전 세계적인 확장을 무비판적으로 목격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확실한 희망: 불의는 불가피한 것이 아닙니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리 사회와 생활방식의 한계와 결점”을 드러냈다면서도, 우리가 “희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희망이 “우리로 하여금 꿈을 크게 꾸게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도록 초대하기” 때문이다. 희망은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행동을 장려한다. 

“저는 그리스도교 전통, 특히 교회의 사회 교리와 다른 종교 전통도 마찬가지로 불의와 폭력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우리의 운명도 아니라는 확실한 희망을 여러분의 모임에서 확신시키길 바랍니다.” 

공동선의 길로 나아갑시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의 결과에 직면한 우리의 양심이 “책임지는 희망”, 곧 불의로 얼룩진 옛 ‘정상상태’로 돌아가는 쉬운 방법을 따르지 말고 도전을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부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활방식과 경제·사회 시스템을 재고하는” 기회로 위기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교황은 책임지는 희망이 우리로 하여금 “쉬운 해결책의 유혹을 거부할 수 있게 하고 공동선의 길, 가난한 이들과 공동의 집을 돌보는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고 말했다. 

“우리의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 이 기회를 허비하지 맙시다. 진보를 가져오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보다 정의로운 방법을 결정적으로 채택합시다. 이러한 신념에 힘입어 자연의 선물을 보존하면서 모든 이의 필요에 부응하는 경제 모델과 인류의 온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선견지명 있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가능합니다.”

교황은 “심각한 위기의 시기에 예레미야 예언자가 백성들에게 한 이 말씀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며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갈림길에 서서 살펴보고 옛길을 물어보아라. 좋은 길이 어디냐고 물어 그 길을 걷고 너희 삶이 쉴 곳을 찾아라”(예레 6,1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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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월 2021,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