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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삶의 시련 속에서도 하느님과 가까이 있는 사람은 희망을 찾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4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미사를 거행하며 지난 한 해 동안 선종한 17명의 추기경과 191명의 대주교와 주교들을 기억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 교황은 역경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권고했다. “말도 안되는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Tiziana Campisi / 번역 김호열 신부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을 기다리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순하게 신뢰하며 주님을 기다립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한 해 동안 선종한 17명의 추기경과 191명의 대주교와 주교들을 기억하는 미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고통을 가중시키는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날 교황의 강론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신뢰 가득한 인내와 온유한 마음으로 함께하고 “고통의 도가니를 통해 침묵 속에서 기다리는 법을 알게 하는 기나긴 내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삶의 마지막이자 가장 큰 시험인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먼저, 지금 이 순간의 시련이 있고, 지금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순간을 위해 주님께 은총을 청합시다. 이곳에서, 바로 이곳에서 우리를 위해 오시는 주님의 구원을 기다릴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가장 어두운 순간 안에서의 하느님의 실재

교황은 우리 각자가 이 점에 있어서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생의 어려움과 문제들 앞에서, 인내하며 침착함을 유지하기란 어렵습니다. 짜증이 나고, 종종 허탈감이 찾아옵니다. 이처럼 우리는 비관주의와 체념의 유혹을 강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어둡게 보고 낙담하고 불평하는 어조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교황은 “고통이 우리의 마음을 힘든 순간에 연연하도록 이끌기 때문에”, “과거의 좋은 기억조차 우리를 위로할 수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괴로움은 커지고 인생은 불행의 연속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주님은 전환점을 마련하십니다. 주님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바닥을 치고 있는 것 같은 바로 그 시점에 말입니다. 깊은 심연 속에서, 말도 안 되는 고통 속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바로 그 순간에 다가오십니다. 괴로움이 절정에 이르면,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희망이 다시 피어납니다.”

고통은 희망의 눈빛으로 바라봐야 할 신비

교황은 주님과 가까이 있는 사람은 생생한 고통 속에서 괴로움이 드러나는 것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고통을 희망이 들어가는 문으로 바꾸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종종 성공이 우리를 눈멀게 할 뿐 아니라 피상적이고 교만하게 만든다면서, 하지만 믿음 안에서 이겨내는 시련은 “그 혹독함과 눈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게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거듭난 시련은 “부차적인 것들을 버리게 하고, 어둠 너머를 바라보도록 가르치고, 주님께서 진정으로 구원하신다고, 심지어 모든 것을 변화시키시며 죽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느끼도록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고통이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다면, 바로 이 신비 안에서 “시련에 빠진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의 부성애를 새로운 방식으로”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어려움 속에서도 아들의 곁에 있어줌으로써 아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아버지처럼” 하느님께서는 고통 속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황은 “구속된 죽음의 신비 앞에서”, “다른 시각으로 역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님의 구원을 기다리며 온유하고 신뢰하는 침묵 속에서 불평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힘을 청합시다. 형벌처럼 보이는 것이 은총으로 밝혀질 것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 사랑의 새로운 증거 말입니다. 소란 피울 필요 없이 침묵 중에 주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법을 아는 것은 하나의 예술입니다. 주님의 구원은 성덕에 이르는 길 위에 있습니다. 이를 함양해 나가도록 합시다.”

하느님을 기다리는 기술

교황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대에 하느님을 기다리는 기술이 훨씬 더 소중하다며, “모든 사람이 이 온순하고 희망적인 기다림을 믿음으로 증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인은 고난의 중대함을 저평가하지 않고”, “주님께로 시선을 들어올려” 시련 속에서도 주님께 의지하고, 고통받는 이를 위해 기도하며, 이웃을 구체적으로 섬기기 위해 “시선은 하늘을 향하되 손은 항상 땅으로 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교황은 지난 한 해 동안 선종한 추기경과 주교들을 다시금 기억하며, 그들이 천국의 기쁨을 누리길 염원하면서 강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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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11월 2021,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