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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시의 성녀 글라라 봉쇄수녀원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아시시의 성녀 글라라 봉쇄수녀원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교회의 고통과 죄를 어깨에 짊어지십시오”

11월 12일 오전 아시시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가난한 이들을 만나기에 앞서 성녀 글라라 봉쇄수녀원을 방문했다. 교황은 글라라회 수녀들에게 교회가 부패하지 않고, 주교와 사제들이 관리자가 아니라 사목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Amedeo Lomonaco / 번역 안주영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제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저는 그분께서 지나가실 때가 두렵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2일 오전 아시시의 성녀 글라라 봉쇄수녀원의 수녀들과 만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글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만남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기도 모임을 하기에 앞서 이뤄졌다. 교황은 수녀들에게 관상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권고했다. 이어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창문에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관심의 의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생각을 잘하는 정신은 “잡담할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주님 안에서 깨어있으려면 ‘평온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순간, 곧 “예수님을 따르는 기쁨, 예수님과 동행하는 기쁨”의 “첫 순간에 마음이 느꼈던 것”에 대한 기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때와 결합돼 있는 다음의 결정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초대했다. 

“하느님께서 왜 나를 부르셨을까? 경력을 쌓으라고 부르셨을까? 이 직책 혹은 저 직책에 올라가라고 나를 부르셨을까? 아닙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부르신 것입니다.”

교회를 위해 전구해 주십시오

마음이 평온하려면 기도하고 “일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손이 더해져야 한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은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의 말씀을 상기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마십시오”(2데살 3,10 참조). 이어 정신, 마음, 손이 각각 해야 할 일을 할 때, 축성생활자들의 균형은 “사랑과 열정으로 충만”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는 “주님이 지나가실 때 하시는 말씀을 듣지 못한 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기 쉽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성녀 글라라 봉쇄수도원 수녀들의 소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은 교회의 현안과 교회의 고통, 또한 감히 말씀드리자면, 교회의 죄, 우리의 죄, 주교들의 죄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교들은 모두 죄인입니다. 여러분의 어깨에 사제들의 죄, 축성된 영혼들의 죄도 올려져 있습니다. (…) 그것들을 주님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그리고 교회를 위한 전구와 함께 ‘그들은 죄인입니다만 잊어 주시고,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십시오.”

죄로 말미암아 부패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교황은 죄인이 되는 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죄로 말미암아 부패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위험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부패한 자는 용서를 청할 줄 모릅니다.” 죄를 “정상적인 태도”로 간주하는 이 부패의 길은 “거의 돌아오기 어려운 편도 승차권”만 통용된다. 하지만 죄인들의 삶은 “용서를 청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서, “용서를 구해야 할 필요성”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교황은 성녀 글라라 봉쇄수녀원 수녀들에게 “교회가 부패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부패한 수녀, 신부, 주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자질”을 지녔다고 지적하면서 “최고의 부패는 최고의 악이다(Corruptio optimi pessima)”라는 오랜 격언(대 그레고리오 성인의 말씀)을 인용했다. 따라서 교황은 늘 “죄인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겸손”이 필요하다며,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항상 용서하시며, 우리와는 다르게 바라보시고, 모든 것을 용서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서를 청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마십시오

교황은 현재 94세가 된 부레노스아이레스의 카푸친 수도회 소속 고해사제가 자신에게 한 말을 회상했다. 교황은 오늘날에도 이 고해사제의 고해소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남자, 여자, 어린이, 청년, 노동자, 신부, 주교, 수녀 등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 그분에게 고해성사를 받으러 갑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좋은 고해사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고해사제가 자신의 주교관에 찾아와 다음과 같이 속마음을 털어놨다고 교황은 말했다. “저는 이따금씩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용서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저는 성당에 가서 감실을 바라보며 주님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주님, 저를 용서하소서. 저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너무 쉽게 용서했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신다”면서 사제가 죄를 너무 많이 용서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 고해사제와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오로지 용서를 청하는 겸손만 요구하신다”고 강조했다.

사제들이 관리자가 아니라 사목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십시오

교황은 성녀 글라라 봉쇄수녀원 수녀들에게 특별히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교회를 생각하십시오. 노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십시오. 그들은 종종 쓰고 버리는 물건처럼 간주됩니다.”

“가정들을 생각하십시오. 아빠와 엄마가 생계를 꾸리고 먹고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십시오. 자녀들을 잘 교육하는 방법을 알 수 있도록 가정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어린이와 젊은이, 그리고 많은 상처를 주는 다양한 세속적 위협을 생각하십시오. 수녀들, 여러분처럼 축성된 여성들, 학교와 병원에서 일해야 하는 수녀들을 생각하십시오. 사제들을 생각하십시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려고 가르멜회에 입회했습니다.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참으로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끝으로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 사제들이 관리자가 아닌 사목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사제인 주교와 신부가 사목자가 되는 것, 곧 사목자로서의 본성(pastoralità)을 지닐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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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월 2021,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