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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르트루바이 협회와의 만남 프란치스코 교황, 르트루바이 협회와의 만남 

교황 “혼인생활의 위기는 불행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오로 6세 홀에서 ‘르트루바이(Retrouvaille, 혼인재발견) 협회’ 회원들을 만났다. 교황은 다른 부부의 상처를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가족의 상처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위기는 구원 역사의 일부라고 강조하며, 인내, 존중, 의지를 갖고 배우자와 동반하는 “시간을 내라”고 초대했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6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심각한 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혼 또는 동거 부부, 별거를 원하거나 이미 별거한 부부, 이혼한 부부 등 위기에 빠진 부부를 위한 프로그램인 ‘르트루바이(Retrouvaille, 혼인재발견) 협회’의 회원 600여 명을 만났다. 협회는 배우자와의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위기에 빠졌거나 상처 입은 혼인생활을 돕고 사랑의 관계를 재건한다. 지난 1977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르트루바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에 150개 이상의 공동체가 있으며 17만5000쌍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02년부터 4개의 공동체로 구성돼 있으며, 로레토 지역에 본부를 두고 있다. 

위기가 아닌 갈등을 두려워하십시오   

교황은 연설에서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에 “함께” 모여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에 빠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갈등에 빠지면 마음을 닫아버려 해결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위기는 여러분을 약간 주춤거리게 하고 불쾌하게 만들지만, 위기에서 벗어난다면 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며, 혼자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교황은 위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갈등을 두려워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혼인생활 위기를 기회로

교황은 유감스럽게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위기’라는 단어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위기가 “관계의 질적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에서 가족 위기 문제를 다뤘다면서(232-238항 참조), 위기라는 단어에 더해 부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또 다른 핵심 단어인 ‘상처’에 대해 성찰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위기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종기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상처’는 여러분에게 핵심 단어이자 ‘르트루바이 협회’의 일상 어휘의 일부입니다. 상처는 여러분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사실 여러분은 위기를 겪고 치유된, 상처 입은 부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상처 입은 또 다른 부부를 도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가정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위기를 감수하며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바오로 6세 홀의 르트루바이 협회
바오로 6세 홀의 르트루바이 협회

부부의 상처, 귀중한 선물

교황은 부부들이 살아온 경험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다른 부부들에게 봉사하는 협회에게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것이 “개인 차원에서도 교회 차원에서도 귀중한 선물”이라며, 다른 부부들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오늘날, 위기는 불행이 아니라 여정의 일부이며, 하나의 기회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증언할 줄 아는 부부들을 위해서는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여기서 교황은 사제와 주교도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는 이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대화 없이 우리 자신에게만 갇혀 있는 사제와 주교가 될 것입니다.”

“신뢰를 받으려면 경험해 봐야 합니다. 그것은 이론적인 담론이 될 수 없습니다. 곧, ‘경건한 권고’가 되면 안 됩니다. 그것은 신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삶으로 증거합니다. 여러분은 위기를 겪었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의 도움으로 여러분은 나았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이 경험을 함께 나누기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과 제자들에게 당신의 상처를 보여주신 부활하신 예수님에 관한 두 가지 성경 구절을 언급했다. 교황은 이 구절들이 협회가 항상 고려해야 하는 복음 구절이라며, 이 두 인물 사이의 연결이 “아픔과 상처를 통해 이겨냄”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인물은 이미 교부들의 문헌에서도 항상 예수님으로 인정돼 왔습니다. 여러분의 경험은 이 사마리아인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임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곧, 영광스러운 몸에 상처를 간직한 분이십니다. 이러한 까닭에,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이 말하는 바와 같이, 그분께서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그 상처 입은 사람과 우리 모두의 상처에 연민을 느끼십니다.”

부부, ‘동반하는’ 공동체의 주인공

교황 연설의 중심에는 “2014-2015년 가정 시노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중 하나”인 ‘동반’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어려움에 처하거나 이미 갈라선 많은 부부의 현실에 대한 가장 중요한 대답이라고 교황은 단언했다. 여기서 교황이 강조하는 것은 “동반하는 공동체의 주역으로서 부부를 직접 참여시키는” 사목자들의 사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르트루바이 협회의 경험이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교회 안에서 새로운 현실을 일깨우시는” 성령께 귀 기울이며 “아래로부터” 탄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엠마오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주님께서 그들과 함께 나란히 길을 걸으셨다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위기에 귀를 기울이십니다. 그분께서는 그들이 말하고 표현하도록 초대하십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을 어리석음에서 일으켜 세우시고, 이미 존재하고 이미 기록된 다른 관점을 드러내시어 그들을 놀라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셔야 한다는 것을, 위기는 구원 역사의 일부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

교황은 “위기는 구원 역사의 일부”라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두 차례 반복했다. 아울러 인간의 삶은 실험실이나 알코올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은 무균의 삶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간의 삶은 위기에 처한 삶이며, 매일 불거지는 온갖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다시금 성경의 장면으로 돌아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려고 멈추어 서서, 그들과 함께 머무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동반이란, 위기 상황에 가까이 머물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종종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인내, 존중, 의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동반돼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로레토대교구장 달 친 대주교 “용서는 모든 진정한 관계의 구성요소”

이탈리아와 다른 8개국에서 온 250쌍 이상의 부부와 일부 자녀가 참석한 교황과의 만남에 앞서, 여러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함께 2년 동안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가정사목국을 담당했던 마르코 비아넬리 신부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마르코 신부는 상처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상처 입은 가정을 동반한 경험이 소중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주교대의원회의(세계주교시노드)의 시기에 자신의 환경에만 머물지 말고 교회에 매우 유용한 봉사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협회 회원들과 교황의 만남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로레토 성모 대희년의 일부다. 로레토대교구장 겸 로레토 성지 교황대리 파비오 달 친(Fabio Dan Cin) 대주교는 르트루바이 협회 여정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달친 대주교는 교황에 대한 인사말을 통해 “함께 남고자 하는 열망은 서로 상처받는 고통보다 더 중요하다”며 “용서의 힘은 모든 진정한 관계의 구성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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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11월 2021,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