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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 외곽에 있는 코키노트리미티아 난민캠프의 이주민들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 외곽에 있는 코키노트리미티아 난민캠프의 이주민들 

해외 유입 이주민 증가로 어려움 겪는 국가, 키프로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키프로스·그리스 사도 순방을 며칠 앞두고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수많은 이주민들이 중동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키프로스 섬의 해안에 상륙하고 있는 상황을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은 갖가지 어려움으로 유럽의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이들이 지닌 극도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Andrea Sarubbi / 번역 이재협 신부

토리노 태생으로 로마에서 자란 32세의 페데리코 리베키(Federico Ribechi) 씨는 3년 반 동안 키프로스에 살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정치학 학사학위를, 벨기에에서 이주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 2018년 5월 유럽연합(이하 EU) 국제 자원봉사단의 일원으로 키프로스의 수도 니코시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그는 카리타스와 만남을 갖고 2019년부터 ‘니코시아 카리타스 이주민 센터’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페데리코 씨는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은 제 역량이 이곳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의 이주민들 중 한 명은 저처럼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는데, 왜냐하면 키프로스에 도착하는 이주민의 민족 구성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 페데리코 씨와의 일문일답:

구체적으로 최근 상황이 어떻게 변했나요?

“제가 자원봉사단으로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카리타스에 등록된 이주민 수가 1000명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만 명에 이릅니다. 이주민 캠프도 세 곳으로 늘어났고요. 먼저 시리아 출신 이주민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규모의 코피누 캠프가 있습니다. 또한 2년 전 만들어진 큰 규모의 푸르나라 캠프는 망명을 신청하려는 모든 사람이 거쳐야 하는 곳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 림네스 캠프가 있는데, 이 캠프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아직 이곳을 떠난 이주민들이 없고 비정부단체(NGO)도 이곳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주민들의 출신 지역도 변했나요?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초기에 키프로스에 도착한 이주민들은 주로 아랍과 중동 지역 출신이었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있는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같은 지역 출신이 많았죠. 또한 인도를 비롯한 주변 지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말에 카메룬에서 불어권 진영에 맞선 영어권 진영의 ‘영어권 분리’ 분쟁이 발발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고국을 등지고 유럽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리비아가 아닌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가려 했는데, 이 경우 1000유로를 비자 비용으로 내고 터키계 키프로스 지역으로 도착합니다. 이곳은 하나의 철조망으로 EU에 속한 남키프로스와 경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철조망을 건너는 것은 분명 불법이지만 이들이 지중해에서 맞이할 위험에 비하면 훨씬 덜 위험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 키프로스 섬에 도착하는 이주민의 대다수는 카메룬뿐 아니라 콩고민주공화국과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입니다.”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에게 그리스,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경유국이고, 이주민들의 최종 목적지는 프랑스, 독일, 영국과 같은 나라를 최종 도착국으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키프로스에서는 더욱 복잡할 듯한데요. 

“바로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키프로스는 이주민들이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떠나기는 매우 어려운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 터키나 그리스 같은 나라들은 자국 해안을 매우 잘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주민들이 배 한 척으로 운을 시험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또한 당연한 얘기지만 불법적으로 EU 지역에 들어간다고 해도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행기를 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위조 여권을 구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체포돼 수용소로 옮겨지죠. 이런 상황에서 키프로스에 도착하는 이주민의 숫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키프로스에서 지내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이주민 문제인가요?

“아닙니다. 이주민 문제는 두 번째고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 적어도 정부에게는 – (그리스계 남키프로스와 터키계 북키프로스로 갈라진) 섬의 분열입니다. 저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이 문제로 한숨을 쉽니다. 우리 교회의 뒤쪽 지역은 유엔이 통제하는 완충지역인데요. 이곳에는 버려진 건물, 완전히 불규칙한 도로, 초소 등이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정말 유령 도시 같은 느낌이죠.”

2004년, 키프로스의 통일을 위한 국민투표가 있었는데, 터키계 사람들은 이를 찬성했지만,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그리스계 사람들은 반대했습니다. 여전히 재통일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런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치·역사적 이유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복지와 관련된 감춰진 실질적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스계 키프로스인들은 EU에 소속돼 있고, 재통일이 이뤄지지 않아도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곳 남키프로스에는 노숙자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리스계 키프로스인들은 경제적으로 굳건한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관광이 활성화되고 국가 재정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1인당 국민소득은 그리스 본토보다 높습니다. 이곳에서 더 잘 살고 잘 벌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그리스 사람들이 키프로스로 넘어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들은 이를 터키계 키프로스인들과 공유할 생각이 없습니다. 터키계 키프로스인들은 이 상황의 희생자들입니다. 모국을 떠나 키프로스 섬의 북쪽 지역에 도착하는 많은 터키인들은 부모가 터키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남부 지역에서 여권 발급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황은 더불어 살아가는 문제를 어렵게 만들겠는데요.

“민족적 차원에서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그러합니다. 반면 종교적 차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키프로스 섬은 모든 이를 위한 땅이기 때문입니다. 키프로스 섬의 남부에서는 정교회, 로마 가톨릭 교회, 마로니트 동방 가톨릭 교회, 큰 규모의 아르메니아 공동체, 많은 무슬림 등 여러 민족이 다양한 신앙을 가지고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섬의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적으로 그래왔던 것처럼 하나의 종교만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도 순방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많은 이주민들에게 특별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저희가 이번 주 금요일 오후 산타 크로체 성당에서 마련한 교회 일치를 위한 기도에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했습니다. 심지어 믿지 않는 사람들도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교황님의 방문이 매우 아름다운 표지라고 생각하며, 교황님이 두 가지 메시지를 주고자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향해 이주민들의 상황이 우리 신앙의 진실성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메시지는 여러 단체와 기관을 향한 메시지로, 유럽의 일부가 폭력과 장벽으로 이주민 문제에 대응하는 시대에서 인도주의와 환대가 유일하게 가능한 해답이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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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1월 2021,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