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콩고 수도 브라자빌 외곽의 ‘푸아이에 나자렛 고아원’에 보낸 의약품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콩고 수도 브라자빌 외곽의 ‘푸아이에 나자렛 고아원’에 보낸 의약품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 

교황, 콩고의 한 고아원에 아이들을 위한 의약품 선물

콩고 수도 브라자빌 외곽에 위치한 ‘푸아이에 나자렛 고아원’에 겸형 적혈구 빈혈증 치료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자선소와 주 콩고 교황대사관을 통해 의약품을 보냈다. 고아원을 운영하는 엘리스 부아쿠아니투 수녀는 고아원 아이들의 서명을 담아 교황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저희에게 보내주신 선물은 가장 최근의 교황님 회칙의 제목이 교황님 소명의 계획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줍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안드레아, 아다, 레이디, 오딜리아, 임마큘레, 조이스, 바네샤, 멜리나, 생 투드, 앙토니 메르샤, 제시카, 프랑크, 다니엘 베니, 글루와, 아나엘… 어떤 아이들은 삐뚤삐뚤한 글씨로, 어떤 아이들은 성과 이름을 모두, 혹은 뾰족한 ‘M자’나 별모양을 넣어 이름을 장식했다. 콩고 수도 브라자빌 외곽에 위치한 ‘푸아이에 나자렛 고아원’의 아이들 22명은 자신들의 서명을 이 같이 담아 교황에게 편지를 보냈다. 10월 3일자로 발송된 이 편지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공책 3장에 파란색 펜으로 직접 작성한 편지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편지는 교황이 겸형 적혈구 빈혈증 치료를 위해 고아원에 보낸 의약품 선물에 대한 감사편지다. 유전성 혈액 질환 치료제는 고사하고 물과 음식이 거의 없는 이 지역에서는 관련 의약품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구한다 해도 그 비용은 엄청나다.

교황에게 도움의 손길 요청

고단한 삶과 한정된 물자의 부족함 속에서도 절망에 굴하지 않고 푸아이에 나자렛 마을의 어린이들은 종이와 펜을 들어 교황에게 도움을 청했다. 교황은 이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교황자선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Konrad Krajewski) 추기경과 주 콩고 교황대사관을 통해 10월 초 의약품을 담은 몇 박스의 소포를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는 콩고 푸앵트누아르 출신 엘리스 부아쿠아니투(Elise Vouakouanitou, 63세) 수녀에게 보냈다. 각 소포 박스에는 빨간 글씨로 “교황의 선물”이라고 적혀 있었다. 

엘리스 수녀가 교황에게 보낸 감사편지
엘리스 수녀가 교황에게 보낸 감사편지

“큰 감사”

엘리스 수녀는 교황에게 직접 손으로 편지를 쓴 인물이다. “교황님, 저희를 기억해 주시고 저희 고아원의 오딜리아와 엘리스 두 자매를 위해 보내주신 의약품은 성경의 말씀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옹알이하는 아이와 같지만, 저희 마음은 하느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황님, 보내주신 의약품을 통해 저희는 하느님께서 우리 주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님을 통해 저희를 찾아오셨다는 사실을 믿고 확신합니다. 저희는 하느님께서 교황님께 축복을 내려주시길, 하느님의 은총과 힘을 교황님께 내려주시길 기도합니다.” 엘리스 수녀와 푸아이에 나자렛 고아원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무한한 관심을 보여준 교황과 하느님, 그리고 대사관에 “큰 감사”를 전했다. “이번에 보내주신 선물을 통해 저희는 교황님의 가장 최근의 회칙 제목(Fratelli tutti, 모든 형제들)의 뜻을 깨닫게 됐습니다. ‘모든 형제들’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라, 교황님이 교회로부터 그리스도의 이름 안에서 수락하신 임무와 사명의 계획이었습니다. 네, 저희는 우리 모두가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푸아이에 나자렛 어린이들의 서명
푸아이에 나자렛 어린이들의 서명

푸아이에 나자렛 고아원의 형제애

푸아이에 나자렛 고아원에서는 매일 이 형제애를 체험한다. 이곳은 집도 없고 미래도 불확실한 아이들이 음식뿐 아니라 안식처와 몸을 누일 침대를 제공받으며 그리스도교 가치에 따른 통합적 교육을 받고 있다. 엘리스 수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보편적 사랑과 형제애를 자주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매일 나이도 다양하고 출신 환경도 다양한 아이들을 먹이고 돌보는 어려움을 전했다. “고아원 아이들은 버림받았거나, 부모가 있지만 정신적 어려움이 있어 맡겨진 아이들입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아이들 중 몇몇은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인데, 관련 약물만 있으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심각한 경우 줄기세포 또는 골수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엘리스 수녀는 의약품을 수입에 의존하거나 그 가격이 비싸 구입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치료하기 힘든 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엘리스 수녀는 수도회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및 의료적 돌봄 사업으로 그녀를 지원하는 이탈리아의 한 협회와 협력하고 있다. 

한 가족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엘리스 수녀와 협력하고 있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 임마큘레는 몇 년 뒤 감사의 표시로 고아원을 위해 봉사하는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됐다. “개인적으로 봉사는 참 좋은 경험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더 성장하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함께 기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비록 이곳의 우리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함께 지내는 이들을 나의 아빠, 엄마, 형제자매로 느낍니다.” 푸아이에 나자렛 고아원은 이곳에서 함께 살고 일하는 이들에게 “한 가족”이 되고자 한다. 나자렛의 성가정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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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0월 2021,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