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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경청할 줄 아는 마음을 찾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31일 연중 제31주일 삼종기도를 통해 경청이라는 주제를 다시 다뤘다. 교황은 이날 복음을 설명하며 주님의 말씀은 “뉴스 기사처럼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계속 되풀이되어야 하고, 자기 것으로 삼아야 하며,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전례에서 복음은 예수님께 다가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마르 12,28) 하고 물었던 한 율법 학자에 대해 들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첫째가는 계명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임을 확인하시고, 이 계명에서 둘째 계명이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나온다며,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마르 12,29-31 참조). 예수님의 이러한 대답을 듣고 율법 학자는 그 말씀이 옳다는 걸 인정할 뿐 아니라, 그 말씀을 실천함에 있어 그분께서 올바르시다는 걸 인정하며,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거의 똑같이 반복했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마르 12,32-33).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자문해 볼 수 있습니다. 어찌하여 그 율법 학자는 예수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예수님의 말씀과 동일한 말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까? 마르코 복음이 매우 간결한 문체로 구성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이러한 반복은 더욱 놀라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반복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반복은 말씀을 듣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가르침입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말씀은 어떤 뉴스 기사처럼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계속 되풀이되어야 하고, 자기 것으로 삼아야 하며, 보호되어야 합니다. 수도자들의 방법, 수도회 전통은 대담하지만 매우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합니다.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되새겨야(rumination, 되새김)” 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되새김질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너무나 영양가가 높아 삶의 모든 영역에서 되새겨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해야 합니다(마르 12,30 참조).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안에 울려 퍼지고 메아리치며 계속 공명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적 메아리가 반복되어 울릴 때, 이는 주님께서 마음에 머무신다는 것을 뜻합니다. 주님께서는 복음에 나오는 그 탁월한 율법 학자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마르 12,3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성경에 대한 유능한 주석가들을 찾지 않으시고,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며 내면을 변화하도록 내어 맡기는 온순한 마음을 찾으십니다. 이러한 까닭에 복음과 친숙해지고 항상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심지어 주머니나 가방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복음서를 읽고 또 읽으며 이에 관한 열정을 품으면서 말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할 때, 아버지의 말씀이신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시어 우리와 친밀해지시고 우리는 그분 안에서 많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오늘 복음을 예로 들어봅시다. 복음을 읽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첫째가는 계명”인 이 계명이 우리 안에 울려 퍼지고, 동화되고, 우리 양심의 목소리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하느님 말씀은 마음의 서랍 속에 갇힌, 죽은 문자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령께서 그 말씀의 씨앗을 우리 안에서 싹 틔우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은 활동하고 항상 움직이며, 살아 있고 힘이 있습니다(히브 4,12 참조). 이와 같이 우리 각자는 살아 있고, 다양하고, 독창적인 (하느님 말씀의) “번역본”이 될 수 있습니다. 그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의 유일한 말씀의 해석, 살아 있고, 다양하고, 독창적인 “번역” 말입니다. 우리는 예컨대 성인들의 삶에서 이러한 모습을 봅니다. 그 어떤 성인도 다른 성인과 똑같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율법 학자를 본보기로 삼읍시다. 예수님의 말씀을 반복하고, 그 말씀이 우리 안에 울려 퍼지게 합시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라.” 다음과 같이 자문해 봅시다. 이 계명이 정말로 내 삶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가? 이 계명이 나의 일상에 울려 퍼지는가? 오늘 저녁, 잠들기 전에, 이 말씀에 관해 양심성찰을 해보고, 오늘 우리가 주님을 사랑했는지, 우리가 만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선을 베풀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모든 만남이 이 말씀에서 오는 약간의 선과 사랑을 베풀 수 있기를 빕니다. 당신의 태중에서 하느님 말씀이 사람이 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복음의 살아 있는 말씀을 마음속에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가르쳐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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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0월 2021, 01:09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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