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원주민 문제 해결 위해 캐나다 방문 소망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6일 주일 삼종기도 당시, 몇 주 전 일어난 비극적이고 잔혹한 참상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갑자기 공포의 진원지로 부각된 곳은 캐나다 캠룹스 원주민 기숙학교다. 지난 5월 말 캐나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캠룹스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215구의 캐나다 원주민 유해가 발견됨에 따라 반복적으로 자행됐던 과거의 잔혹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유해 발견 소식에 북미 주교단은 즉각 “내 탓이오”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원주민 공동체를 위한 지원과 보호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단은 원주민과 화합의 일환으로 교황의 캐나다 방문을 요청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10월 27일 오전 교황의 캐나다 방문 일정이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폭력이 남긴 교훈
이 무시무시한 발견 뒤에는 학대의 역사가 있다. 180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 기숙학교에 수용된 약 15만 명에 이르는 원주민 아이들 중 4000여 명이 여러 형태의 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1978년 완전 철폐된 이 정책은 원주민 어린이들을 백인 사회 동화를 위해 가족으로부터 분리해 기숙학교에 수용하고, 원주민 언어 사용을 금지했으며, 아동 성 학대도 은밀히 자행했다. 이미 지난 2015년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7년 간의 조사 끝에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연방 정부가 결정한 정책의 틀 안에서 원주민 아이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대우와 시련, 특히 영양실조 문제를 상세히 밝혀냈다.
트라우마를 넘어 희망으로
앞서 언급한 유해 발견 외에도 또 다른 가톨릭계 기숙사인 메리벌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도 익명의 무덤 715개가 발견됐다. 이 참혹한 사건에 가톨릭 기관이 관련된 것에 대해 캐나다 주교회의는 먼저 원주민 아이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수많은 아이들의 죽음에 깊은 아픔을 전하고, “역사적 트라우마와 원주민이 마주했던 역경의 유산”이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통감했다. 이후 주교단은 원주민 공동체와 관련한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며, 원주민 보호와 지원을 위한 구체적 노력에 힘쓰고 있다.
“긴 여정”
특히 화해의 여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최대 5년 동안 3000만 달러의 예산이 할당됐다. 여러 프로그램, 목표, 기금사용은 토착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며, 여러 교구, 본당, 교회기관이 원주민 인권 회복 문제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레지나대교구장 도널드 볼렌(Donald Bolen) 대주교는 최근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과정이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원주민의 정의를 되찾기 위한 여정에 동행할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숨겨선 안 되며, 명확히 잘못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 용서를 청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의와 화해를 위한 구체적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