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낙태와 안락사, 몹시 나쁜 살인습관입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일반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모든 이가 압박받고 있는 보건 비상상황은 비단 코로나19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공중보건의 위태로움이 발생하고, 불의와 불평등이 만연하며, 식량과 식수가 부족해지고, 불안정한 위생시설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나라도 있다. 또한 어린이와 노인, 곧 한 사회의 과거와 미래를 “폐기”하고 마는 “쓰고 버리는 문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생명학술원 총회 참석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연설하며 세상의 고통에 대한 시야를 넓히라고 초대했다. 이번 생명학술원 총회 주제는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본 공중보건: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 생명윤리, 미래”다.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들어야 합니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의 위기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더욱 강하게 울려 퍼지게 했습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부르짖음을 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의 깊게 잘 들어야 합니다!”
낙태는 살인입니다
이러한 부르짖음과 관련해 교황은 수없이 발생하는 “쓰고 버리는 문화의 희생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들의 버려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것을 허용하는 낙태법과 더불어 말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오늘날 ‘정상적인’ 방식, 매우 추악한 습관이 됐습니다. 이는 심각한 살인행위입니다.” 교황은 이렇게 준비된 연설을 시작하며 슬로바키아에서 돌아오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이미 제기한 바 있는 “두 가지 질문”을 다시 언급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옳은 일입니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인자를 고용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까?”
“감춰진 안락사”의 희생자, 노인
교황은 아이들 다음으로 노인들을 언급하며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에 노인들을 ‘폐기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인들은 지혜입니다. 우리 문명을 세운 지혜의 뿌리입니다. 그런데도 이 문명은 노인들을 폐기합니다.” 아울러 교황은 이 같이 노인들을 거부하는 태도를 가리켜 “감춰진 안락사”라고 정의했다.
“‘감춰진 안락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의약품은 비용이 비싸니, 노인들에게는 절반만 주도록 합시다.’ 이는 노인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희망을 부정합니다. 우리를 계속 전진케 하는 생명을 우리에게 주는 아이들의 희망, 노인들이 우리에게 준 뿌리에 담긴 희망을 부정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 희망을 폐기합니다. 매일 폐기합니다. 그것은 생명의 폐기입니다.” 교황은 “이렇게 쓰고 버리는 문화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어떤 법률이나 다른 법안의 문제가 아니라, 쓰고 버리는 것에 관한 문제입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가톨릭 대학, 가톨릭계 병원을 비롯해 여러분은 이 길을 가도록 허락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길은 우리가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쓰고 버리는 길입니다.”
상호 연결된 현상
이 같은 복잡한 상황 앞에서 교황은 “정치적, 사회적, 환경적 선택의 결과인 생활환경이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 “현상 간의 상호 연결을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추정”하도록 초대했다. 교황은 “같은 도시에서도 급여 수준, 학력, 거주지” 같은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심각한 불평등”을 발견하려면 다른 나라와 사회 집단에서 “기대 수명과 건강 상태”를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에 기반해 우리는 생명과 건강이 모든 이에게 동등한 근본적인 가치임을 확언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불평등을 극복하는 적절한 헌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실상 모든 생명이 동등하지 않고 모든 이의 건강이 동등한 방식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마주할 뿐입니다.”
모든 이를 위한 무상 보건의료 시스템
교황은 “상시 무상 보건의료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는 자신의 “우려”를 반복했다. “무상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와 다른 나라들은 훌륭한 무상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을 버리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무상 보건의료 시스템을 폐기할 경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상 보건의료 시스템은 매우 큰 도전입니다. 하지만 불평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의 공헌
생명학술원의 작업은 이러한 방향을 지향한다. 교황은 생명학술원이 ‘교황청 코로나19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헌한 데 대해 감사를 전하는 한편, “공동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 교황청 내에서 이뤄지는 협력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취해야 할 다른 조치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일상의 위태로움
교황은 일상의 위태로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우리가 글로벌 차원에서 코로나19를 막고 물리치기 위해 온갖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이 밀접하게 위협받는 이 역사적 시기에 우리는 취약하고 위태롭게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명 그리고 지금까지 약간 관심을 기울였거나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심각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다른 도움을 더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우선순위를 적용하지 않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백신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식수와 일용할 양식이 부족한 곳 말입니다.”
교황은 준비된 연설문을 내려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도자들이나 지역 사회 지도자들이 빈민가 주민들에게 하루에 여러 번 비누와 물로 몸을 씻으라고 충고하는 것을 들을 때 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때로는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빈민가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곳에는 물도 없고, 그들은 비누가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지도자들은 ‘안 됩니다. 집 밖에 나가지 마세요!’라고만 말합니다. 그러나 빈민가 주민들에게 집이란 그들의 마을입니다.” 교황은 “공중보건에 대해 생각할 때 이러한 현실을 잘 살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평하고 보편적인 백신 분배
교황은 “공평하고 보편적인 백신 분배에 대한 약속”은 환영한다면서도 “건강과 생명 증진의 필요를 위해 동일한 정의 기준을 요구하는 더 넓은 분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2년 동안 제기된 수많은 심각한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촉발된 “의견의 포화상태(l’inflazione di discorsi)”는 일종의 집단적인 조바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교황은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깊이 성찰하고 모든 이를 위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엿보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위기보다 더 나쁜 것은 우리 자신 안에 갇혀 그것을 허비하는 비극입니다.”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예전과 동일하게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더 잘 되든지, 혹은 더 나빠지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예전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선택은 우리 손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학문 간의 시너지
교황은 “우리 공동의 집(지구)”과 인류 가족 사이의 상호 의존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위기가 우리 사회, 특히 서구 사회가 잊어버리는 경향인 “심오한” 상호 연결을 뚜렷이 드러냈다며, 이에 대한 “쓰라린 결과가 우리 눈앞에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 시대에서 “이러한 해로운 경향을 전복시키는 게 시급하다”며 “서로 다른 학문 간의 시너지”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생물학과 위생학, 의학과 전염병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지만 경제학과 사회학, 인류학과 생태학도 필요합니다. 이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에 더해 보건의료 시스템, 가정, 직장, 환경에 관한 조치를 위한 기술적, 정치적, 윤리적 기준을 식별하는 문제입니다.”
심각한 문제 및 자원 동원
공중보건 분야에서 이 접근법은 특히 중요하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제가 심각하여 주의를 끄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심각한 문제가 적절한 대응의 결여로 간과되고 있습니다.” 교황은 말라리아와 결핵과 같은 “특정 질병의 파괴적인 영향”과 “불안정한 위생 조건 때문에 충분히 예방 가능함에도 매년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례를 생각해보자고 초대했다. 이어 “이 현실을 코로나19 대유행이 야기한 우려와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에너지 및 자원 동원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다른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이 계속해서 “미래에도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면서, 최근 주요 20개국(G20)이 추진한 것과 같은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이의 건강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개토론회 참여
교황은 생명학술원이 “다른 국제기구의 여정의 동반자”가 되라고 격려했다. “공동의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공개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용을 ‘축소’하지 않고 현재 사회적 맥락에서 적절한 언어와 이해할 수 있는 주장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인류학적 제안이 “오늘날의 남자와 여자들에게 임신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생명에 대한 기본권을 재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팔리아 대주교 “아무도 홀로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생명학술원장 빈첸초 팔리아(Vincenzo Paglia) 대주교는 총회 개회 인사말에서 “모든 이를 굴복시킨” 이러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서 배운 “교훈”을 떠올렸다. 팔리아 대주교는 총회의 주제를 암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모두 취약하지만 아무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인류 가족도, 피조물 그 자체도 말입니다. 한마디로 보건은 오직 공공의 것이고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그렇게 되지 않으면 공중보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홀로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슬플 것입니다. 또한 참으로 매우 심각한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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