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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승천 대축일 “겸손이 우리를 하늘로 이끄는 비결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삼종기도 훈화에서, 작음과 섬김의 길을 통해 지상에서 천상으로 가는 여정에 성모님께서 우리를 동행해주시길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우리 역시 영광의 운명으로 부르신다는 사실을 “가장 겸손하고 가장 높으신” 성모님이 일깨우신다고 설명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성모 승천 대축일을 축하합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승천 대축일인 오늘, 복음에서 ‘성모찬송(마니피캇)’이 두드러집니다. 이 찬송가는 하느님의 어머니의 “사진”과 같습니다. 마리아의 마음은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7-48 참조). 

이 비천함, 이 겸손이 바로 마리아의 비결입니다. 하느님의 눈길을 마리아에게로 끌어당긴 것이 바로 겸손입니다. 인간적인 눈은 언제나 위대함을 추구하고 화려한 것에 현혹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겉모습을 보지 않으시고 마음을 보시며(1사무 16,7 참조), 겸손에 매료되십니다. 마음의 겸손이 하느님을 매료시킵니다. 오늘,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겸손이야말로 우리를 하늘로 이끄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겸손(umiltà)”이라는 단어는 “흙, 땅”을 뜻하는 라틴어 ‘후무스(humus)’에서 유래했습니다.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높은 곳, 하늘에 도달하려면, 땅처럼 낮은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를 가르쳐주십니다.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재능이나 재산, 혹은 우리의 성과 때문에 우리를 들어 높이시는 게 아니라, 겸손 때문에 우리를 들어 높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겸손을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자기 자신을 낮추는 이, 섬기는 이를 들어 높이십니다. 사실 마리아는 자기 자신에게 “직함”이나 “호칭”을 붙이지 않으십니다. 그저 종이라고 스스로를 부르실 뿐입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종”(루카 1,38)이십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자신을 위해 다른 무엇을 찾지도 않으십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각자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문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겸손한가? 나는 타인들이 나를 알아보길, 내가 인정받고 칭찬받길 바라는가, 아니면 섬기려고 노력하는가? 마리아처럼 나는 귀 담아 들을 줄 아는가, 아니면 단지 말만 하고 주목받길 원하는가? 마리아처럼 나는 침묵할 줄 아는가, 아니면 항상 재잘거리는가?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다툼이나 논쟁을 진정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항상 남보다 앞서려고만 애쓰는가?’ 이런 질문들을 생각해봅시다. ‘과연 나는 겸손한가?’

마리아는 자신의 작음을 통해 가장 먼저 하늘을 얻습니다. 마리아의 성공 비결은 바로 자신이 보잘것없는 사람임을 깨닫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임을 인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라면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자신을 비우는 사람만이 하느님으로 채워집니다. 마리아는 바로 자신의 겸손 때문에 “은총이 가득한”(루카 1,28)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겸손은 항상 출발점이며, 우리가 믿음을 갖는 출발점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가 되는 것, 다시 말해 ‘하느님이 필요한 이들’이 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있는 이는 하느님께 내어드릴 자리가 없지만 –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 겸손을 유지하는 이는 주님께서 큰일을 하시도록 합니다(루카 1,49 참조).  

시인 단테는 동정 마리아를 “피조물 중에 가장 겸손하고 가장 높으신 분”(『신곡』, 천국편 제33곡 2)이라고 정의합니다. 역사상 가장 겸손하고 가장 높으신 피조물이 최초로 영육과 함께 온 존재가 하늘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마리아는 일평생 대부분의 삶을 집안에서 살았습니다. 그녀는 평범하고 겸손하게 살았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나날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나날은 종종 침묵 속에서, 다른 나날과 똑같이 이어졌습니다. 한마디로 겉보기에는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눈길은 항상 마리아에게 머물렀습니다. 마리아의 겸손, 기꺼이 하려는 마음, 죄에 물들지 않은 마음의 아름다움에 놀라워하시면서 말입니다. 

이는 우리 각자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매일 똑같은 나날, 피곤하고 종종 힘든 나날을 살고 있는 여러분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역시 이 영광의 운명으로 부르신다는 것을 마리아는 일깨워주십니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표현이 아닙니다. 진리입니다. 이는 정교하게 다듬어낸 아름다운 결말도, 신심 깊은 환상도, 거짓 위로도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성모님이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는지 생생하고 참되게 표현한 진실이자 순수한 현실입니다. 자녀의 사랑으로 오늘 성모님을 기념합시다. 기쁘지만 겸손하게, 언젠가 성모님과 함께 하늘에서 함께한다는 희망으로 활기차게, 성모님의 축일을 지냅시다! 

이제 지상에서 천상으로 가는 여정에 우리를 동행해주시길 성모님께 기도합시다. 성모님께서 이 여정의 비결이 겸손이라는 단어 안에 담겨 있음을 우리에게 떠올려주시길 빕니다. 이 단어를 잊지 맙시다. 또한 작음과 섬김이야말로 이 목표, 곧 하늘나라에 도달하기 위한 비결임을 일깨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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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8월 2021, 11:05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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