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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르협회를 맞이하는 교황 라자르협회를 맞이하는 교황 

교황, 라자르협회 만남 “외로움·상처 가득한 실존의 변방으로 가십시오”

가난한 이와 노숙자를 돌보는 프랑스 라자르협회가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이 협회는 다양한 연령대의 젊은이들과 함께 ‘공동’ 아파트에서 가난한 이와 노숙자를 환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을 통해 “무관심과 이기주의로 가득한 환경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데 있음을 알아듣게 해준다”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과 프랑스 라자르협회(Associazione Lazare)와의 만남은 가족 같은 친숙한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교황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연령대의 젊은이들과 함께 10년 동안 ‘공동’ 아파트에서 가난한 이와 노숙자를 환대하며 지속적으로 보살펴 온 협회의 업적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난 2006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라자르협회는 현재 다른 나라로 진출하고 있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다. 지난 5월 21일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협회 관계자들을 처음 맞이한 교황은 8월 28일 협회 설립 10주년을 축하했다. 이날 바오로 6세 홀에서의 만남은 새롭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소보다 참석자들과 가까운 단상에 자리한 교황은 협회의 사명, 특히 “외로움과 슬픔, 내면의 상처와 삶에 대한 열정의 상실”에 빠진 이들을 만나기 위해 실존의 변방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문을 여는 용기, 아무도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젊은이들의 감동적인 증언을 들은 교황은 준비한 연설문을 내려놓고 “여러분의 증언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증언들 가운데 많은 경험을 비유한 “문”에 대한 이미지를 언급했다. “열린 문과 닫힌 문의 경험, 그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들이 내 앞에서 문을 닫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방금 여러분 가운데 몇몇에게서 들은 이 경험은 우리 각자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면을 잘 살펴본다면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문이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고 자물쇠를 걸어 잠급니다. 다른 사람들은 문을 두드리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환대 받지 못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문으로 들어가는 걸 두려워해서 창문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많은 상황이 “나는 문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하나의 물음으로 이어진다. 교황은 “문은 하느님”이라고 답했다. “‘나와 그 문은 어떤 관계인가? 나는 나를 위해 문을 열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가? 아니면 나는 문을 두드리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내가 두드리지 않고도 다른 누군가가 열어주기를 바라고 있는가?’ 문이신 하느님을 대하는 태도는 저마다 다릅니다.”

라자르, 궁핍의 바다에 떨어진 작은 물 한 방울

살다보면 때로는 “문을 두드리는 겸손”이 필요하고, 때로는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누구든지 나를 위해 하느님이라는 문을 열어줄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 다음엔 “내 뒤에 있는 문을 닫지 말고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라자르협회는 이러한 “문 여는 일”을 수년간 해 왔다. 교황은 협회가 “문지기”여서 그 일을 한 게 아니라 “처음 여러분 각자에게 문이 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그 일을 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라자르협회가 궁핍의 바다에 떨어진 한 방울의 물과 같다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작은 한 방울이지만 그 의미는 아주 소중하다. “계속 나아가십시오! 라자르협회는 많은 필요에 비해 미소한 존재입니다. 인력이나 적절한 장소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작은 누룩도 크게 부풀릴 수 있고 작은 씨앗도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라자르협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자신이 작다는 사실을 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협회가 권력이나 자부심 혹은 안주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크다고 믿는다면,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뻗어 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부요함은 은행에 있지 않고 작은 존재가 되는 데에 있습니다.”

환대하고, 배려하며, 경청하는 것이 진정한 가치

교황은 연설에서 “여러분이 매일 살아내고 있는 공동생활과 형제애 속에서 아름다운 경험을 하고 있는” 라자르협회의 모든 사람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여러분에게는 여러분 자신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부르심 받은 사회적 우애의 본보기가 될 기회가 있습니다.”

“무관심,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가득한 환경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하고 봉사하는 데 있음을 알아듣게 해줍니다.”

교황은 “이처럼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길러 갈 때에야 우리는 아무도 배척하지 않는 사회적 우애와 모든 이에게 열린 형제애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느님 보시기에 소중한 가난한 이들

이어 교황은 협회가 매일 환대하는 가난한 사람과 병자 그리고 노숙자들에게로 향했다. 교황은 그들에게 낙심하지 말라고 권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에서 여러분은 고립되고 거부당하고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마십시오. (…) 번져 나가는 기쁨의 희망을 마음에 키우면서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여러분의 삶의 증인은 가난한 이들이 진정한 복음 전파자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들은 복음화되고 주님의 기쁨을 나누며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도록 부름받은 첫 번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지난 5월 협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의 마음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이 여러분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더라도 여러분은 소중합니다. 주님 보시기에 여러분은 아주 많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특권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삶의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우십시오.”

거저 주는 사랑에 대한 확신

교황은 “여러분의 신념과 믿음을 굳건히” 지키라고 권고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협회가 펼쳐온 사명에 만족하지 말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라고 초대했다. 

“차갑고 메마른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랑의 불꽃을 여러분의 주위에 퍼뜨리십시오. 협회 회원들 간의 우정과 나눔의 삶에 만족하지 말고 그 이상으로 더 나아가십시오. 거저 주고 거저 받는 사랑을 확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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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8월 2021,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