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강진으로 큰 피해 입은 아이티와 연대
Gabriella Ceraso / 번역 이재협 신부
“몇 시간 전에 일어난 강진이 아이티를 덮쳤습니다. 수많은 사상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사랑하는 아이티 주민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희생자들을 위해 주님께 기도하고 생존자들에게 힘을 내라는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줄 것을 부탁합니다. 모든 이의 연대로 이 비극적 상황이 치유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아이티를 위해 모두 함께 성모님께 기도합시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 승천 대축일의 삼종기도를 바친 뒤 아이티의 비극적 상황을 떠올리면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이들과 함께 성모송을 바쳤다. 이 시간 동안 교황은 대서양 건너편에서 일어난 파괴와 슬픔을 기억했다. 지난 8월 14일 오전, 두 번의 강진과 이어지는 여진으로 아이티의 여러 도시가 크게 파괴되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밤 사이 구조팀은 생존자 구조작업을 중단없이 계속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아이티 남부 도시 제레미를 비롯한 그랑당스 주, 니프 주, 레장글레, 아퀴느와즈, 레카이 등이다. 도로의 붕괴로 접근이 어려워 희생자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지진의 진원지는 남부 도시 프티트루드니프로부터 약 20킬로미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약 15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의 깊이는 약 10킬로미터다. 이번 지진의 진동은 자메이카에서도 관측됐다.
약 1300명의 사망자와 5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이티 주민들은 20만 명 이상의 희생자와 수만명의 이재민을 낳은 지난 2010년의 참혹한 대지진을 떠올렸다. 약 한 달 전,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무장세력에 의해 자택에서 피살되면서 아이티는 치안 마비라는 정치적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57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아이티의 보건체계도 무너진 상태다. 이에 국제 카리타스, 유니세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즉각적인 대응 지시에 따른 미국지원사업부,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아이티와 연대하며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레미교구장, 「바티칸 라디오」 통한 호소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한 곳인 제레미교구의 교구장 고트랑 데코스트(Gotran Décoste) 주교는 「바티칸 라디오」 프랑스어 부서를 통해 여진의 위협으로 현재 야외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고충을 호소했다. 데코스트 주교는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연대를 호소할 수 있음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비참한 상황입니다. 주민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연대와 친밀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희는 성모 승천 대축일 전례를 거행하며 주교좌 성당을 비롯한 여러 성당, 학교, 집 등 건물을 무너뜨린 대지진의 처참한 시련을 겪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마음속에 성모님께서 희망을 일깨워주시길 기도했습니다. 또한 아이티 남서부에 있는 이곳 제레미교구와의 연대를 호소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바티칸 라디오」에 감사를 전합니다. 현재 교구의 55개 본당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황입니다.”
카리타스가 전한 재난지역 소식
아이티 카리타스 지부장 장 에르베 프랑수와 신부는 “긴급구조팀을 비롯한 아이티의 모든 카리타스 네트워크는 복구작업과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의 지원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를 비롯한 많은 건물이 지진으로 무너졌다. 아이티 남서부에 위치한 레카이에서는 레카이 교구장이자 전임 아이티 주교회의 의장 쉬블리 랑글루와(Chibly Langlois) 추기경의 주교관이 무너져 추기경이 부상을 입었다고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산하 해외원조개발기구 가톨릭구제회(CRS)의 아이티 지부장 아킴 리콘다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추기경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주교관에 머물던 신부 한 명이 잔해에 깔려 숨지고 직원 두 명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아울러 에르베 신부는 아이티의 열악한 도로 사정뿐 아니라 불안정한 치안 상태로 인해 복구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 사정으로 인해 피해지역으로의 접근이 어려운 상태이며, 남부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도시인 마르티상은 현재 치안 문제로 봉쇄된 상황입니다.” 카리타스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이 매우 부족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물과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천막, 위생용품, 응급물품이 부족하다. 아이티를 위한 도움을 장려하기 위해 아이티 카리타스는 긴급 구호품과 성금 모금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링크를 통해 도움에 참여할 수 있다(www.caritas.org/donate-now/haiti-earthquake-2021).
남미 교회의 연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의 연대와 일치를 위한 호소에 남미 주교와 수도자들이 “우리는 아이티의 모든 국민들과 함께한다”며 응답했다.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교회는 현재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티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아이티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수년간 헌신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인도주의적 활동과 복음선포 활동을 위해 당국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끝으로 성명은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여러 나라들과 국제 조직이 한 인류 가족으로 서로를 인식하고 아이티에 대한 지원에 힘써주길 당부했다.
미국 주교단, 기도 안의 일치
미국 주교단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대교구장 겸 미국 주교회의 의장 호세 고메스(José H. Gomez) 대주교는 “지진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집이 무너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티 주민들과 기도로 함께한다”고 약속했다. 미국 주교단은 성모 승천 대축일에 특별히 아이티 주교회의 의장 로네 사튀르네(Launay Saturné) 대주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아이티 주교단과의 연대를 표했다. “아이티의 모든 주민들이 아이티의 주보이신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의 위로와 보살핌과 어루만짐을 체험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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