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사태, 평화에 대한 용기와 전쟁의 실패
Amedeo Lomonaco / 번역 이재협 신부
5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랑스 가톨릭 일간지 「라크루아」(La Croix)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해보자고 초대했다. “과도하게 서구적인 민주주의 모델이 이전에 강력한 정부가 존재했던 이라크나 (...) 혹은 부족사회였던 리비아 같은 나라로 수출됐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역사적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는 특히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시도, 보다 일반적으로는 서구의 시도가 실패한 것이 분명해진 시대에 항상 시사적인 문제다. 이 같은 지역에 군사력으로 민주주의를 이식할 수 있는가? 전쟁은 언제나 돌이킬 수 없는 모험으로 판명될 것인가?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의 상황뿐 아니라 이라크가 겪은 참화를 바라보며, ‘평화의 스승들’인 역대 교황들의 예언자적 선견지명을 다시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6월 8일 평화를 위한 역사적 만남의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만남에는 ‘예’, 충돌에는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대화에는 ‘예’, 폭력에는 ‘아니오’라고 말해야 합니다. 협상에는 ‘예’, 적대행위에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협정 내용의 준수에는 ‘예’, 도발에는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진실된 모습에는 ‘예’, 표리부동한 모습에는 ‘아니오’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 큰 용기와 굳건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평화의 명분
“평화의 명분은 모든 개별 이해타산이나 무기 사용에 대한 모든 신뢰보다 더 강합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이 중대한 국제적 긴장의 시기인 1963년 반포한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서 표명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Fratelli tutti」에서 다시 언급한 이 확신은 내전의 위험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직면한 오늘날에도 강력하게 울려 퍼진다. 아프가니스탄의 곤경은 새로운 갈등으로 번져 나갈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도 안 된다. 전운이 감돌더라도 대화를 모색하고 평화를 건설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1992년 1월 교황청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폭탄으로는 한 국가의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 같이 말한 것은 1991년 유고슬라비아 전쟁으로 끔찍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충격적인 사진이 공개되고 무기의 굉음이 끝난 직후였다.
평화의 명분을 우선시하기
오늘날 또 다른 충격적인 사진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해진다. 현재 이곳은, 카불 공항에 몰려들어 이륙하려는 항공기의 바퀴에 매달린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절망에, 알지도 못하는 군인이나 외교관들의 손에 자녀를 넘기고 조국을 떠나게 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절망이 더해지는 곳이다. 그러나 가장 어두운 그림자와 극도의 고뇌 속에서도 희망의 빛과 평화의 명분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시리아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기도 기간 중에 “평화의 길을 걸어가고 고통과 죽음의 소용돌이를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해 물으며 이렇게 답했다. “가능합니다. 누구에게나 가능합니다!” 교황은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이가 자신의 양심을 깊이 바라보고 다음과 같은 말을 경청하면서 힘을 내길 빕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개인적 이익에서 벗어나고, 마음을 무디게 하는 무관심을 극복하며, 죽음의 논리를 이겨내어 대화와 화해에 마음을 엽시다. 형제자매들의 고통을 바라보고, 또 다른 고통이 더해지지 않도록 우리의 손을 멈추고, 깨진 화합을 다시 건설합시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
현재 시련의 시간을 보내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겐 화합의 재건이 필요하며,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지난 1965년 유엔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외친 대로 자신들의 울부짖음을 세계에 닿게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 전쟁은 안 됩니다! 평화가 모든 민족과 온 인류의 운명을 이끌어야 합니다!” 무기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1991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를 강조했다. “그 어떤 국제적 문제도 무기에 의지한다면 적절하고 합당하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또한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도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당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 우세했다. 결국 1991년 1월 17일, 걸프전이 발발했다. 군사적 선택은 다시 한 번 시련과 고통을 더했다.
평화 속에 살아가기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지난 2013년 회상한 것처럼,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하느님의 선물”이자 “인간의 작품”인 진정한 평화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평화의 실현은 무엇보다 하느님 안에서 한 인류 가족인 존재라는 인식에 달려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불 사태를 바라보며 2021년 8월 15일 삼종기도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무기의 굉음을 멈추고 대화의 테이블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저와 함께 평화의 하느님께 기도해주십시오. 그래야만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남녀노소 모든 국민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 완전한 상호 존중 속에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아프카니스탄 주민들이 평화의 길, 형제애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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