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진정한 쉼이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18일 연중 제16주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를 통해 일중독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조급함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야 타인을 가엾이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쉼, 관상, 연민 간의 유대가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의 생태를 이룬다고 말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전례의 복음에서 살펴본 예수님의 태도(마르 6,30-34 참조)는 인생에서 중요한 두 가지 측면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첫 번째는 ‘쉼’입니다. 선교사명으로 지친 상태에서 돌아와 열정적으로 자기들이 한 일을 모두 보고하는 사도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온유한 사랑으로 초대하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쉬라는 초대장입니다.

이렇게 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비록 당신 제자들이 설교의 기적 때문에 행복한 것을 보며 기뻐하시면서도, 찬사와 질문을 늘어뜨리지 않으시고, 그들의 육체적·내적 피로를 염려하십니다. 왜 그러시는 걸까요? 왜냐하면 제자들이 위험을 인식하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위험은 우리에게도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일중독에 빠질 위험, 행동주의의 덫에 빠질 위험 말입니다. 행동주의는 우리가 얻는 결과와 우리가 궁극적인 주인공이라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게 합니다. 이런 일이 교회 안에서도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요! 우리는 바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모든 것이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급기야 예수님을 소홀히 대하며 언제나 우리 자신을 중심에 두는 위험을 초래합니다. 이런 까닭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과 함께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자고 초대하십니다. 육체적인 휴식뿐 아니라, 마음의 휴식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플러그를 뽑아내는 것”으론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쉬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상황의 핵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중독에서 휴가중독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잠시 멈추고, 침묵 중에 머물고, 기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의 요구를 등한시하신 게 아니라, 매일 모든 일에 앞서, 침묵 안으로, 아버지와의 친밀함 안으로, 기도 안으로 물러나시곤 했습니다. ‘좀 쉬어라’는 주님의 따뜻한 초대가 우리를 동반해야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효율성이라는 명분을 주의합시다. 우리의 의제에 따라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을 멈추도록 합시다. 잠시 멈추고, 휴대폰을 끄고, 자연을 관상하고, 하느님과 대화하는 가운데 다시 태어나는 법을 배웁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바라던 대로 쉴 수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제자들을 찾아내고 사방에서 몰려왔습니다. 그 순간 주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두 번째 측면입니다. 곧, ‘연민’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하느님의 방식은 가까이 다가감, 연민, 온유한 사랑입니다. 복음 안에서, 성경 안에서, 얼마나 자주 우리는 이런 문장을 발견하는지요.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예수님께서는 벅찬 마음으로 군중에게 다가가시어 가르치기 시작하십니다(마르 6,33-34 참조). 이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단순히 조급함에 마음이 빼앗기지 않아야 마음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해야 할 일들과 자기 자신에게 휘말리지 않고, 타인 그리고 그들의 상처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연민은 관상에서 나옵니다.’ 만일 우리가 참으로 쉬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참된 연민을 겸비할 수 있습니다. 만일 관상적인 시선을 함양한다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태도 없이 우리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주님과 긴밀한 관계에 머물고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을 무디게 하지 않는다면, 해야 할 일들이 우리에게서 힘을 앗아가거나 우리를 삼켜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 말을 새겨들으십시오. 우리는 “마음의 생태”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생태는 쉼, 관상, 연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름휴가 기간을 놓치지 맙시다! 

침묵, 기도, 관상을 함양하시고 당신 자녀들인 우리를 위해 언제나 따뜻한 연민으로 움직이시는 성모님께 이제 기도를 바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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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월 2021, 23:32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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