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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정원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위해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정원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위해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묵주기도 대장정 마지막 날 “가능한 빨리 모든 이가 백신 접종할 수 있길”

5월 한 달간 다섯 대륙의 성모성지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위해 한마음으로 바친 묵주기도 대장정이 바티칸 정원에서 막을 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이기주의와 무관심, 전쟁과 폭력의 매듭을 풀어” 달라고 기도했다. 이날 바티칸 정원에는 아이들과 가족들, 사제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병자들과 실직자들을 위해, 과학기술 연구의 공동선을 위해, 일상생활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주님께서 전 세계를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지켜주시길 계속해서 기도합시다. 그 누구도 배제되는 일 없이, 모든 이에게 백신이라는 안전장치가 보급될 수 있길 기도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 종식을 위한 바티칸 정원의 묵주기도에 참석해 하느님과 동정 마리아께 이 같이 기도했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 앞에서 바친 교황의 기도엔 고통과 희망, 감동과 감격이 교차했다.

교황은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오늘 저녁 우리는 매듭을 푸시는 당신의 모습이 그려진 성화 앞에 모였습니다. 사실 현재 우리 삶을 옥죄고 우리 활동을 제약하는 매듭이 참 많습니다. 그 매듭은 이기주의와 무관심의 매듭, 사회·경제적 매듭, 폭력과 전쟁의 매듭입니다.”

전 세계 묵주기도 대장정 종료

5월 31일 바티칸 정원의 묵주기도는 5월 한 달간 진행한 묵주기도 대장정의 마지막 날이었다. 묵주기도 대장정은 지난 5월 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이 몸소 막을 올렸다. 31일 동안 전 세계 곳곳의 가톨릭 신자들은 영상을 통해, 혹은 직접 각 나라의 중요한 성모성지에 방문해 묵주기도를 바쳤다. 나이지리아에서 아르헨티나, 필리핀에서 벨기에, 호주에서 보스니아에 이르기까지, 5월 한 달간 모든 이가 “보건의료 종사자를 위해, 실직자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중환자실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이들을 위해, 전쟁 중에 있는 나라를 위해, 축성생활자와 사제를 위해, 새로운 미래 세대를 위해, 병자와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해” 기도했다.

바티칸 정원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정원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작기도

교황은 묵주기도를 시작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거룩하신 어머니 마리아님, 우리는 5월 한 달의 여정을 보내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당신께 봉헌된 많은 성지의 신자들과 기도 안에서 일치했습니다.”

“저희는 매일 묵주를 손에 들고 자비의 어머니이신 당신을 바라보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길, 인류가 보다 더 안전한 일상의 삶을 회복할 수 있길 간청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한 목소리로 청하는 기도

보편 교회의 한 목소리는 이날 바티칸 정원에서 두 눈을 살짝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인 교황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지난 2020년 3월 27일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위해 홀로 기도했던 잊지 못할 그날처럼,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상처입은 인류의 많은 짐을 짊어졌다. 교황은 다섯 대륙을 휩쓴 죽음의 파도가 그치길, 또한 그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에 불어닥친 비극적인 영향이 종식되길 기도했다. 

교황과 함께 기도한 온 인류

하지만 작년 3월과는 달리 이날 오후 교황은 혼자 기도하지 않았다. 바티칸 정원 곳곳에는 교황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 여러 가족, 아이들, 주교들, 신부들, 젊은이들,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의자에 앉거나 서서 함께 기도했다. 바티칸 정원에 모인 이들뿐 아니라 전 세계 각 지역에서 동시에 함께 기도하는 많은 신자들의 모습이 생중계로 송출됐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이탈리아 수화어 번역도 함께 제공됐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 행렬

이날의 묵주기도는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를 모시고 행렬을 거행하며 시작됐다. 행렬을 시작할 때는 바티칸 정원에 그림자가 한 점도 없었으나, 행렬을 마칠 즈음엔 일몰의 햇빛이 성 베드로 대성전의 쿠폴라(돔)의 그림자를 바티칸 정원 잔디 위로 드리우기 시작했다. 성화 행렬은 분수와 담쟁이 덩굴로 세워진 아치를 지나 정원 중심으로 다다랐다. 이번 묵주기도를 위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위치한 ‘성 베드로 암 페를라흐’ 성당에 모셔져 있던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의 새 사본을 로마로 가지고 온 사람은 아우크스부르크교구장 베르트람 요하네스 마이어(Bertram Johannes Meier) 주교다.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목하던 시절부터 이 성화를 매우 좋아했다. 산타 마르타의 집에 사본을 하나 걸어놨을 정도다. 교황은 인류의 어머니이신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를 바라보며 코로나19로 시련을 겪는 모든 남자와 여자, 어린이와 가정의 구원을 위한 중재를 기도했다.

“거룩하신 어머니, 당신께 기도합니다. 우리를 물적·영적으로 짓누르는 매듭을 푸시어 당신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쁨으로 증거하게 하소서.”

교황은 묵주기도를 시작하기에 앞서 교황 트위터 계정(@Pontifex)에 9개 언어로 동일한 기도를 게시한 바 있다.

바티칸 정원에 모셔진 성모님 성화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는 독일 화가 요한 게오르그 멜키오르 슈미트너가 1700년경에 그린 유화 작품이다. ‘성 베드로와 바오로 협회’의 젊은이들이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와 바티칸 시국 경비대의 의전을 받으며 성모 성화를 들고 입장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이 잘 보이는 바티칸 정원의 전망 좋은 곳에 성화가 안치되는 동안, 로마교구 합창단과 아르치나조 로마노 밴드가 성가를 불렀다.

기도하는 교황
기도하는 교황

스카우트와 어린이들

성화를 안치한 후 흰 옷을 입은 아이들이 성화 앞에 헌화했다. 이 아이들은 비테르보 지역 소재 ‘산타 마리아 델라 그로티첼라’ 성당에서 막 첫영성체를 한 아이들이다. 이 본당은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센터를 운영한 비테르보 지역 보건당국에 장소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성 도미니코 데 구스만’ 본당에서 견진성사를 받은 청소년들, 로마 스카우트 소속 청소년들, 몇몇 가족과 수녀들도 꽃을 봉헌했다.

청소년들과 가족들이 바친 기도

환희의 신비로 바친 묵주기도는 다양한 그룹의 선창으로 진행됐다. 먼저 ‘가톨릭 액션’ 소속 청년들이 관련 복음 구절을 읽고, 이어 신혼부부 혹은 출산을 앞둔 가족들, 한 명의 수녀를 탄생시킨 청각장애인 가족 등이 선창했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일상생활의 회복을 위해”, “회사의 직원을 보호하다 생존의 한계에 이른 기업을 위해”,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폭력에 희생되는 이들을 위해”, “연대하지 않고 불의가 만연한 사회적 긴장상황이 해소되도록” 기도했다. 또한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주의를 내려놓길”, “과학적 업적이 특히 가난한 이들과 약한 이들을 위한 유산이 되길”, “교회가 언제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내고 만연한 무관심에 맞서길” 기도했다. 

성모 성화에 왕관을 씌워주는 교황

정원 잔디밭 한가운데에 자리한 교황은 이 간절한 모든 기도의 순간을 마음에 새겼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 앞으로 나아간 다음, 성모님의 머리에 보석으로 장식한 왕관을 씌워드렸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머리에 씌워드린 왕관은 ‘프라텔리 사비’ 보석 장인들이 제작했다. 

교황, 전 세계 30곳의 성모성지에 감사 인사

교황은 예식을 마치며 한 달간의 여정을 준비한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와 의장 리노 피시켈라(Rino Fisichella) 대주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교황은 각 지역의 주교들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한 달 동안 매일 묵주기도에 참여한 30곳의 성지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는 여러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하느님 백성이 이번 묵주기도 대장정에 동참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많은 성지의 노력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공정한 백신 분배를 위한 호소

교황은 공정한 백신의 분배를 위한 강한 호소를 덧붙였다.

“주님께서 전 세계를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지켜주시길 계속해서 기도합시다. 그 누구도 배제되는 일 없이, 모든 이에게 백신이라는 안전장치가 보급될 수 있길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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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5월 2021,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