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황청 홍보부에 “사람들에게 도달하기 위한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이 되십시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재협 신부
교황은 300명이 넘는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이하 교황청 홍보부)’의 직원들이 모여있는 비오궁을 방문해 만나는 직원들과 일일이 손인사를 나누고 미소 지었다. 몇 명과는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교황은 「바티칸 라디오」 이탈리아어 생중계에도 잠시 출연해 모든 직원들을 향해 “사람들에게 도달하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여러분이 여기서 하는 일은 훌륭하고도 위대하며 고된 일입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달하길 바랍니다.” 교황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가?”라고 스스로 매일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왜냐하면 모든 조직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잘 갖춰진 조직을 만들고 훌륭한 일을 하고자 하지만, 정작 도착해야 할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동치는 산에서 생쥐 한 마리가 나온 것처럼요.” 이어 교황은 교황청 홍보부가 “각자 (결정을 위한) 충분한 자유를 누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역량을 지닌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도구가 되도록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언제나 승인만을 요구하는 수동성은 조직을 마비시킵니다.”
신문사와 라디오 및 기술위원회까지, 한 시간여의 방문
교황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발간 160주년과 「바티칸 라디오」 방송국 개국 90주년을 맞아 비오궁을 방문했다. 교황은 오전 8시50분부터 9시50분까지 약 한 시간 동안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편집회의 참관을 시작으로 주님탄생예고 경당에서의 기도, 라디오 생중계 출연, 교황청 홍보부 장관을 비롯한 신문, 라디오, 바티칸 뉴스 관계자들과 마르코니 홀에서 만남을 가졌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편집회의 참관
오전 8시50분, 교황청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Paolo Ruffini) 박사와 차관 루치오 아드리안 루이스(Lucio Adrian Ruiz) 몬시뇰은 비오궁 입구에서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3층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편집국장 안드레아 토르니엘리(Andrea Tornielli) 박사를 비롯해 편집부국장 세르지오 첸토판티(Sergio Centofant) 박사와 알렌산드로 지소티(Alessandro Gisotti) 박사가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르니엘리 편집국장은 교황에게 「바티칸 뉴스」 편집실을 간단히 소개한 뒤, 몇 달 전 비오궁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편집실로 안내했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편집장 안드레아 몬다(Andrea Monda)는 회의실에서 교황을 맞이하고 어떤 제목들로 당일 신문 1면을 구상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1936년 12월 17일 목요일 신문
1978년부터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서 일한 편집실 최고참 피에트로 디 도메니칸토니오(Pietro Di Domenicantonio) 편집팀장은 교황에게 1861년 7월 1일자로 발행된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창간호를 내보였다. 이어 1936년 12월 17일 목요일, 곧 호세 마리오 베르골료가 태어난 날의 신문 1면의 복사본을 전달했다. 몬다 편집장은 교황에게 “그날이 목요일이었던 것을 알고 계셨어요?”라고 물었고, 교황은 “몰랐죠. 그런데 신문에 제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없네요! 제가 태어난 시간은 밤 9시”라고 답했다. 몬다 편집장은 “아쉽게도 발행이 이미 끝났어요. 하지만 저희가 빠뜨린 것은 아닙니다!”라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펜과 마이크
몬다 편집장은 교황에게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발간 100주년인 1961년 7월 1일, 당시 「바티칸 라디오」 프로그램 총책임이었던 프란치스코 펠레그리노(Francesco Pellegrino) 신부가 작성한 기고문도 소개했다. 펠레그리노 신부는 당시 “펜과 마이크”라는 제목으로, 교황청의 두 미디어인 신문과 라디오가 “한 가정의 형제 같은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몬다 편집장은 여러 언어로 발행하는 주간지 책임자들을 소개하며 특별히 가르멜회가 남인도 케랄라에서 사용하는 말라얄람어판을 출판하는 데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복자 오스카 아르눌포 로메로 대주교 탄생 백주년 기념으로 발행한 2017년 8월 스페인어판 특집호는 라틴아메리카에서 50만부가 인쇄됐다고 말했다.
주님탄생예고 경당에서 기도
9시8분경 교황은 주님탄생예고 경당으로 향했다. 교황은 경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20명가량의 직원들과 제55차 홍보 주일에 직접 작성한 기도문을 함께 바쳤다. 지난 5월 16일 교황은 “‘와서 보시오’(요한1,46). 사람들을 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만나 소통하기”라는 주제의 홍보 주일 담화문 말미에 기도문을 첨부한 바 있다. 참석자들은 “우리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진리를 찾아 길을 나서도록 이끌어주시고”, “주님께서 이 세상에서 머무시는 곳을 알아보는 은총과 본 대로 전할 수 있는 정직함을 주시길” 기도했다.
「바티칸 라디오」 생방송
기도를 마친 뒤 교황은 「바티칸 라디오」 이탈리아어 채널 생방송을 위해 5층으로 향했다. 스튜디오로 가는 길에 교황은 복도에서 만난 「바티칸 라디오」, 「바티칸 뉴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여러 언어 부서 편집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했다. 이어 교황은 「바티칸 뉴스」와 「바티칸 라디오」 담당 마시밀리아노 메니케티(Massimiliano Menichetti)와 「바티칸 라디오」 이탈리아어 채널을 담당하는 루카 콜로디(Luca Collodi)가 기다리는 9번 스튜디오에 입장했다. 교황은 “제가 마음으로 신경쓰는 한 가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듣고 신문을 읽는가?”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작업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이 여기서 하는 일은 훌륭하고도 위대하며 고된 일입니다. 번역과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달하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소식이 도달하는가?’ 왜냐하면 모든 조직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잘 갖춰진 조직을 만들고 훌륭한 일을 하고자 하지만, 정작 도착해야 할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요동치는 산에서 생쥐 한 마리가 나온 것처럼요. (...) 여러분 모두는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랍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는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예수님의 메시지가 도달하고 있는가? 이것이 중요합니다. 매우 중요합니다!”
비오궁 2층 기술위원회 방문
교황이 생방송을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서자 브라질 출신 직원이 교황에게 라틴아메리카의 전통차인 마테차를 건넸다. 교황은 마테차를 맛보고 스페인말로 “차에 사용된 찻잎은 아르헨티나가 아니라 브라질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고 이야기를 건넸다. 이어 교황은 2층으로 내려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홀에 모인 기술위원회와 다른 몇몇 홍보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교황은 9시40분경 마지막 일정으로 1층 마르코니 홀에서 파올로 루피니 장관과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편집국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만났다. 루피니 장관은 라디오와 누리집의 50여개국에 이르는 여러 언어 부서 대표자들의 이름을 소개했다. 이어 교황의 방문이 “교황청 홍보부의 모든 직원들에게 위로와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만나게 될 어려움 가운데서도 힘을 내서 나아갈 기쁨을 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르코니 홀에서의 교황 말씀
교황은 교황청 홍보부의 많은 직원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어 기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이를 이렇게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비오궁에 마련된 홍보부가 아주 잘 조직돼 있음을 봤습니다. 홍보업무의 통합이 보기 좋습니다.” 교황은 동시에 이처럼 크고 복잡한 시스템은 그 기능을 잘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훌륭함과 잘 갖춰진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기적으로 잘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큰 원수는 기능주의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한 부서의 책임자, 혹은 그 부서의 장관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저에게는 7명의 차관이 있습니다. 모든 일이 잘 돌아갈 때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러 차관에게 갑니다. 차관은 ‘잠시만요, 곧 답을 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장관에게 전화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능주의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어떤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능주의는 치명적입니다. 조직을 마비시키고 죽입니다.”
“유기적인 조직은 창의성을 자극합니다”
교황은 분명하게 말했다. “얼마나 많은 사무실이 있고, 스튜디오가 잘 꾸며졌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능을 잘 발휘해 유기적인 조직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황청 홍보부가 기능주의의 희생양이 되지 말고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하길 바랍니다. 유기적인 조직은 창의성을 자극합니다. 여러분의 작업은 언제나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창의성으로 앞장서 나가야 합니다. 이것을 유기성이라고 부릅니다.” 교황은 “지나친 체계를 가진 업무 조직은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말 뿐이며,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여러분은 조심하십시오. 어떤 기능주의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업무는 유기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 기능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어떤 조직이 기능을 잘 발휘하려면, 각자가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유가 필요합니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역량을 갖추고, 승인받고, 승인받고, 승인받기 위한 과정을 없애십시오. 이것은 조직을 마비시킵니다. 기능주의적인 조직이 아닌, 기능을 잘 발휘하는 조직이 되십시오.”
이후 교황은 마르코니 홀의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9시50분에 비오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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