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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미얀마 신자들에 “목숨을 걸고서라도 복음의 증인이 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16일 로마에 거주하는 미얀마 신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혐오와 분열의 논리에 굴복하지 말고 형제애를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을 통한 헌신”을 당부하면서, “고통의 어둔 밤에” 진리이신 예수님께 충실하라고 강조했다.

번역 이창욱

당신 생애의 마지막 시간에, 예수님께서 기도하십니다. 당신 제자들과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이별의 고통스러운 순간에, 예수님께서 당신의 벗들을 위해 기도하십니다. 당신의 마음과 당신의 육신 안에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지셨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계속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 역시 삶의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순간들을 거쳐가는 법을 배웁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기도하시면서 사용하신 동사에 특별히 (주목하며) 잠시 머뭅시다. 곧, ‘지키다(custodire)’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의 사랑하는 조국 미얀마가 폭력, 분쟁, 억압으로 얼룩져 있지만, 이렇게 자문해 봅시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도록 부름 받았는가?’

첫째는 ‘신앙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탈출구를 보지 못하는 사람의 체념 속으로 떨어지거나 고통에 굴하지 않기 위해 신앙을 지켜야 합니다. 사실 복음은 예수님의 한 가지 행동을 우리로 하여금 관상하게 합니다.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 전에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요한 17,1) 기도하셨다고 전합니다. 당신 생애의 마지막 때에,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가까이 다가오는 수난에 근심의 무게를 느끼시고, 그분 위로 엄습하고 있는 밤의 어둠을 깨달으시고, 배반과 버림받음을 느끼십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그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향해 눈을 들어올리십니다. 하느님을 향하여 시선을 들어올리십니다. 악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시고, 고통에 압도당하지 않으시며, 패배하고 낙심한 이의 쓰라림에 빠져들지 않으시고, 오히려 위를 바라보십니다. 당신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되어 백성들이 근심에 빠져 달아나고 공포와 황폐가 만연할 때, 바로 그때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루카 21,28)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지상에서 서로 싸우고 무고한 피가 뿌려지더라도 하늘을 향해 눈을 높이 들어올리는 것입니다. 혐오와 복수의 논리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형제자매들이 되라고 우리를 부르시는 사랑의 하느님께 시선을 돌린 채 머무는 것입니다.

기도는 곤경의 순간에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하고, 모든 (인간적) 확신을 거슬러 희망하도록 우리를 도우며, 매일의 전쟁에서 우리를 뒷받침합니다. 기도는 문제들을 회피하기 위한 방식이라거나 도망치는 게 아닙니다. 그와 반대로, (기도는) 죽음을 씨 뿌리는 수많은 무기 가운데 사랑과 희망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갖추고 있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우리가 고통 중에 있을 때, 눈을 들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믿음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내세우려는 유혹을 이기도록 우리를 도와줍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느님께 우리의 고통을 부르짖으며, 하느님께 항의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 역시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나이 많은 한 여인이 자기 손주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느님께 화를 내는 것도 기도가 될 수 있단다.” 곤경의 순간들에 눈을 들어올릴 줄 아는, 의롭고 단순한 이들의 지혜입니다. (...) 이때의 기도는 다른 이들의 기도보다 더 하느님께서 잘 들어주시는 기도입니다. 왜냐하면 상처입은 마음에서 나온 기도이기 때문이며, 주님께서는 언제나 당신 백성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높은 곳(하늘)을 바라보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신앙을 지키십시오!

지키기의 두 번째 측면은 ‘일치를 지키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을 일치 안에 지키기 위해 성부께 기도하십니다. 사랑과 형제애가 다스리는 한가족, “(모두) 하나가”(요한 17,21) 되도록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의 마음을 아셨습니다. 때로는 누가 가장 높은 사람이 될지, 누가 명령하게 될지에 관해 그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이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곧, 분열이라는 질병입니다. 종종 우리는 이러한 분열을 우리 마음 안에서 경험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내면적으로 분열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분열을 가정, 공동체, 사람들, 심지어 교회 내에서도 경험합니다. 일치를 반대하는 수많은 죄들이 있습니다. 곧, 시기, 질투, 공동선 대신에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타인을 반대하는 판단 등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사소한 분쟁들이 여러분의 나라(미얀마)가 오늘날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큰 규모의 분쟁들을 반영합니다. 당리당략, 이윤과 권력에 대한 갈망이 우위를 점할 때, 충돌과 분열이 반드시 폭발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파스카 이전에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것은 일치입니다. 왜냐하면 분열은 항상 분열시키는 큰 거짓말쟁이, 분열자인 악마에게서 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치를 지키도록, 예수님께서 성부께 애원하신 이 진심 어린 탄원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곧, (모두) 하나가 되는 것, 한가족을 이루는 것, 우정, 사랑, 형제애의 유대를 살아가도록 용기내는 일입니다. 특히 오늘날, 형제애가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요! 저는 몇몇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여러분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와 형제애를 위한 책임은 언제나 아래로부터 나옵니다. 각자는, 작은 일에서, 자신의 역할을 행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 작은 일에서 형제애의 건설자가 되도록, 형제애를 씨 뿌리는 이가 되도록, 폭력을 조장하기보다 무너진 것을 재건하기 위해 일하도록 헌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로서 이를 행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대화, 타인에 대한 존중, 형제의 보호, 친교를 촉진합시다! 그리고 파벌의 논리, 분열하는 논리, 타인을 거부하며 우리 각자를 중심에 두는 논리가 교회 안에 들어오게 하지 맙시다. 이런 논리는 파괴합니다. 가정을 파괴하고, 교회를 파괴하고, 사회를 파괴하고, 우리 자신도 파괴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요소는 ‘진리를 지키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을 진리 안에서 거룩하게 해달라고 성부께 청하십니다. 제자들이 당신의 사명을 이어가기 위해 세상으로 파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지킨다는 것은 생각이나 관념을 수호하거나 혹은 어떤 교조나 정책, 신조 체계를 방어하는 경비병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분의 복음으로 거룩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리란, 요한 사도의 표현에 따르면, 성부의 사랑의 계시이신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도 이 세상의 기준을 따르지 않도록 기도하십니다. 제자들이 우상들에게 현혹되지 않고, 그분과의 우정을 지키도록 기도하십니다. 제자들이 복음을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논리에 굴복시키지 않고, 당신의 메시지를 온전히 지키도록 말입니다. 진리를 지킨다는 것은 삶의 모든 상황에서 예언자가 되는 것, 다시 말해 복음으로 거룩해지는 것, 그리고 이런 일이 세태를 거스르는 대가를 치를 때조차 (복음을) 증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때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타협하고 싶어하지만, 복음은 타인을 위해 우리의 목숨을 내어주면서 진리 안에 그리고 진리를 위해 변함없이 서있으라고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그리고 전쟁, 폭력, 증오가 있는 곳에서, 복음에 충실하고 평화의 장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을 통한 헌신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말입니다. 오직 그렇게 할 때 변화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미지근한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진리 그리고 복음의 아름다움으로 거룩해지길 바라십니다. 악이 갈수록 더 강하게 보일 때, 그리고 고통의 어둔 밤에서조차 우리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증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저는 여러분 국민의 고통을 주님의 제대 위로 가져와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평화롭게 바꿔주시도록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곤경의 순간에도 신앙을 지키고, 일치의 건설자가 되고, 복음의 진리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도록 우리를 돕습니다. 제발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아버지께 기도하시고, 당신의 기도 안에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대가를 치르신 상처들을 아버지께 보여드립니다. 이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를 악에서 지켜주시고 우리를 악의 권세에서 해방시켜주시도록,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하시고 전구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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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5월 2021, 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