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금요일, 칸탈라메사 강론 “교회는 형제애를 통해 일치를 가꿔가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년 연속으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약 200명의 신자들과 함께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을 거행했다. 이날 강론에서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의 형제애와 분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치유를 위해선 나 자신부터 시작해 일치를 가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박수현 

교회가 주님의 수난을 기념하는 날, 교회는 보편 지향 기도를 통해 “일치와 평화를 주시길”, 이와 더불어 “온 세상에 널리 퍼져있는 교회를 보호해 주시길” 하느님께 기도했다. 교황청 강론 전담 라니에로 칸탈라메사(Raniero Cantalamessa) 추기경은 이번 성금요일의 주님 수난 예식 강론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새로운 (믿음의) 기반을 주신 형제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나눴다. 아울러 오늘날 분열로 상처입은 가톨릭 교회 안에서 형제애를 당부했다. 그는 이러한 분열이 정치적 선택으로 인해 발생했다면서, “교회 안에서 순종의 가치와 의무를 완전히 잊어버린 채 종교와 교회보다 (정치적 선택을) 우선시하며 오히려 이데올로기와 일치”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이와 반대로 일치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정치적 양극화 반대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복음과 예수님의 모범에서 배워야 합니다. 예수님의 주위에는 강력한 정치적 양극화가 존재했습니다. 곧, 바리사이와 사두가이, 에세네, 젤롯(열혈당)이라는 네 개의 종파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 중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그들 중 누구라도 예수님을 어느 한쪽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에 강력히 저항하셨습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초기 그리스도 공동체”가 (예수님께서 바라신) 이 길에서 예수님을 충실히 따랐다고 설명하며 “이는 무엇보다도 일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양떼의 목자가 되어야 하는 목자들을 위한 모범”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음과 같이 말하며 강론을 계속했다. “그러므로 그들은 진지한 양심성찰을 먼저 해야 합니다. 이후 양떼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곧, 자신의 편으로 끌고 가고 있는지, 아니면 예수님을 향해 이끌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런 다음 그는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복음의 사회·경제·정치적 가르침을 옮기는 임무를 누구보다도 평신도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그러한 임무는 복음 안에서 찾을 수 있으며, 평신도들은 항상 타인을 존중하고 평화로운 가운데 다양한 선택 안에서 그러한 과업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일치를 가꿔가기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가 “모든 교회의 유익을 위해” 일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의 최근 이라크 사도적 순방에 대해 “전쟁과 박해에서 억압받거나 살아남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편적 주체의 일부로 느끼게 했다”며 “나머지 세계가 그들의 외침을 듣고 희망을 되살릴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느끼게 했다”고 언급했다. 교황의 지난 이라크 사도적 순방에서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다시 한 번 베드로 사도에게 위탁한 그리스도의 위임이 실현됐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루카 22,32). 

주님 수난 예식의 중심에 있는 십자가

교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다시 한번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주님 수난 예식을 주례했다. 이 예식에는 여러 추기경들과 약 200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억하는 이 예식은 제단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서 교황이 엎드리면서 시작됐다. 예식은 말씀 전례와 칸탈라메사 추기경의 강론 그리고 보편 지향 기도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 부제가 제단으로 행렬하면서 세 번에 걸쳐 십자가를 높이 들어올리며 ‘보라, 십자 나무(Ecce lignum)’를 노래하는 ‘거룩한 십자가를 보여주는 예식’(둘째 양식)이 이어졌다. (부제가 십자가를 교황에게 가져가자) 보건 지침에 따라 오직 교황만 십자가에 친구(親口)하며 경의를 표했다. 그런 다음 십자가는 신자들을 향해 제대 앞에 세워졌다.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온 인류를 대상으로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 회칙 「Fratelli tutti」의 구절을 인용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Fratelli tutti」가 형제애(의 가치)에 회의적인 오늘날의 세계에서 “상처입은 수많은 이들을 향해 빛을 밝혔다”며 “참되고 정의로운 인간 형제애에 도달하는” 몇 가지 방법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부활절이 형제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리스도께서는 ‘많은 형제들 중 맏아들’이 되셨습니다. 제자들은 새롭고 매우 심오한 의미에서 형제가 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영과 부활하신 분의 새로운 삶을 공유합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부활하신 후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제자들을 몸소 ‘형제들’이라 부르신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안식일 다음 날 아침 일찍 무덤에 도착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시어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요한 20,17).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파스카 이후 ‘형제’라는 용어가 “신앙의 형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일원을 가리킨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피에 의한 형제’입니다. 곧 ‘그리스도의 피를 나눈 형제’입니다!” “우리는 같은 피조물일 뿐만 아니라 부활의 형제들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같은 하느님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많은 형제들 가운데 맏아들’이신 같은 형제인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분열을 치유하여 형제애를 건설하기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같은) 형제들이라는 사실을 알며, 오늘날 이러한 형제애를 구축하기 위해 부르심 받았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위대한 계획이나, 야심차고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실체가 있는) 손으로, (이웃의) 가까이에서 시작하라”고 초대했다. 더불어 “이는 보편적 형제애가 우리에게 있어서 가톨릭 교회의 형제애와 함께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강조했다. “가톨릭 교회의 형제애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겉옷은 교회들의 분열로 인해 여러 조각으로 찢어졌습니다.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겉옷의 여러 조각들은 차례로 더 작은 조각으로 나뉘었습니다.” 이를 두고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그리스도의 겉옷이 지닌 인간적인 요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참된 그리스도의 겉옷은 성령에 의해 움직이는 신비로운 육체이기에 아무도 찢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눈에는 교회가 ‘하나이고, 거룩하며, 보편적이고, 사도적’이며, 세상의 끝까지 남을 것이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분열에 대해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죄책감을 더 느끼고, 이를 치유하도록 우리를 더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대를 위한 기도

올해도 보편 지향 기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빠뜨리지 않았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주 하느님께 간구했다. “주님, 병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시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소서. 주님의 평화 안에서 죽은 이들을 맞이하여 주시고, 이 모든 환난의 시간 동안 각각의 사람들이 당신의 자비 안에서 위로를 얻게 하소서.” 아울러 시련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에서 교황은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오류의 세계를 정화시켜 주시고, 질병들을 멀리하게 하소서. 굶주림을 극복하게 하시고, 죄수들에게는 자유를 주시고 (죄의) 사슬을 끊게 하소서. 여행하는 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무사히 지켜주시고, 병자들에게는 건강을, 죽은 이들에게는 영원한 구원을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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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4월 2021,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