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녹 성모 성지 아일랜드의 녹 성모 성지 

교황 “성모님의 침묵은 가장 표현력이 강한 언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일랜드의 녹(Knock) 성모 성지가 성체와 성모 마리아의 특별한 신심을 위한 국제성지로 승격됐음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Davide Dionisi / 번역 박수현

“여러분은 선교사들의 민족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아일랜드) 사제들이 고국의 땅을 떠나 선교사들이 됐는지 (언제나)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많은 나라로 이주해서도 항상 녹(Knock)의 성모님에 대한 신심으로 살아가는 많은 (아일랜드) 신자들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19일 금요일 아일랜드 녹 성모 성지가 성체와 성모 마리아의 특별한 신심을 위한 국제성지로 승격됐음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교황은 “거의 한 세기 반 동안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신앙을 물려주었고, 녹의 성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묵주기도를 바치는 일상의 실천들을 이어 왔는지”에 대해 회상했다.

성모님의 침묵은 하나의 언어입니다

교황은 다음의 사실을 강조했다. “기도하는 자세로 양팔을 올리신 동정 마리아의 모습은 이 성지에서 희망의 메시지와 같이 기도의 삶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근본적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발현하실 때 성모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성모님의 침묵조차도 언어입니다. 실제로 그것은 우리에게 전달되는 가장 표현력이 강한 언어입니다. 녹에서 성모님의 메시지는 신앙을 위한 침묵의 위대한 가치를 알려줍니다.” 교황은 신비 앞에서의 침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침묵은) 단순히 이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류 구원을 위해 희생된 어린양처럼 우리 모두를 위해 당신을 바치신 예수님의 사랑의 신비에 의해 지지되고 도움을 받으며 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교황은 “거대한 사랑의 신비 앞에서의 침묵은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믿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 외에 다른 대답을 찾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침묵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침묵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치실 때 요구하신 것입니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6-8).

발현과 순례자들

142년 전, 녹 지역에서 어린양과 십자가가 높이 솟은 제단을 향한 곳에서 성 요셉과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와 함께 성모 마리아의 고요한 발현이 목격됐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1979년 성모님 발현 100 주년에 이곳을 찾아 황금 장미를 봉헌한 이후, 이곳은 중요한 순례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도 1993년 콜카타의 데레사 성녀가 녹 성지를 방문했으며 이어 지난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일랜드 사도적 순방을 계기로 녹 성지를 방문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녹의 성모님께 모든 학대의 피해자들을 위해 중재해 주시기를, 아울러 이런 학대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의 결심을 굳건히 해 주시기를 청했다.

큰 책임감

교황은 영상 메시지에서 (녹 지역의) 신자들에게 녹 성지가 성체와 마리아 신심의 국제성지로 승격된 것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은 세계 각지에서 여러분을 찾아오는 모든 순례자들을 환영하는 표시로 항상 팔을 활짝 벌리고 환영해 주십시오. 그러나 순례자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마십시오. 다만, 상호 형제애 속에서 같은 기도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하는 형제나 자매로 바라봐 주길 바랍니다.” 아울러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영상 메시지를 끝맺었다. “환대는 사랑과 결합됩니다. 또한 환대는 하느님의 말씀과 힘을 주시는 성령의 은총을 받도록 열린 마음을 갖는 데 효과적인 증거가 됩니다. 성체 안에서 우리를 부활하신 주님과 일치하게 하는 성체의 신비는 아드님의 복음의 순례자가 되신 동정 마리아처럼 언제나 선교하는 제자들이라는 사명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성모님께서 당신의 자비로운 얼굴로 우리를 보호하시고 위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투암대교구장, “이정표”

녹 성지가 위치한 투암의 대교구장인 마이클 니어리(Michael Neary) 대주교는 3월 19일을 아일랜드 역사에서 가장 많은 순례객이 방문한 성지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정의하며, 주교들이 제시한 요청을 받아들인 교황과 교황청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니어리 대주교는 예수님을 기르신 아버지 ‘성 요셉의 해’를 선포한 이번 해에 성 요셉 대축일을 국제성지 승격 발표일로 선택한 것에 대해 특별히 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바라본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성 요셉이 지난 1879년 8월 21일 성모 마리아의 발현 이야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성 요셉은 142년 전 발현이 있던 그날 저녁, 발현 장소에 있던 15명의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으신 성모 마리아의 오른편에 나타났다.

녹의 성모 마리아 공경

녹 지역의 성모 마리아 공경은 특별 교회조사위원회에서 발현의 진위를 인정한 후 지난 1936년 승인됐다. 이 성지는 아일랜드 서부 마요 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년 150만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성모 마리아에게서 천상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성모 발현 이후 며칠 동안 지속된 수많은 기적과 치유가 성지 내에 기록돼 있다. 당시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던 한 여성은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 성체 현시와 함께 병자성사를 받은 이후 걷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아일랜드 교회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여성에 대한 치유를 기적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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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3월 2021,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