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교황 “성 알폰소는 하느님에게서 멀리 있는 이들의 복음화를 위한 자비의 스승”

150년 전인 1871년 3월 23일, 복자 비오 9세 교황은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를 교회박사로 선포했다. 알폰소 성인은 자비를 특징으로 하는 사목을 향한 점진적인 회심을 살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속주회 총장 신부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코로나19 대유행, 인공지능, 반민주화 위협에 처한 현실의 도전을 떠올리는 한편, 복음적 근본주의가 인간의 연약함과 대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Debora Donnini  / 번역 이창욱

“고해사제들과 윤리신학자들의 주보성인이자 스승”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가 행했던 것처럼, “복음의 요구와 인간적 연약함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윤리신학의 방식을 제시하고, 대중 복음화를 통해 그 시대 사회의 도전에 건설적인 응답”을 제공하면서,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길이 아니라, 하느님께 마음으로 다가가는 길을 항상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윤리신학의 개혁자” 알폰소 성인의 모범을 따라, 구원을 향한 여정에서 영적으로 가장 버림받은 이들을 도와주라고 권고했다. 이 여정에서 “복음적 근본주의는 인간의 연약함과 대치하지 않아야 합니다.” 교황은 3월 23일 화요일 성 알폰소의 교회박사 선포 150주년을 맞아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 학장 겸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총장 마이클 브렐 신부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방향제시를 위한 도면을 제시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알폰소 성인의 모범에 따라 윤리신학자들, 선교사들, 고해사제들이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들과 활기찬 관계를 맺고, 그들이 만나는 실제적인 어려움들을 이해하며, 그들이 가진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그들의 관점으로 실존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교황은 알폰소 성인이 살았던 시기와 교회박사로 선포된 칙서를 떠올렸다. 알폰소 성인은 “‘엄격주의와 방임주의의 상반되는 견해들이 서로 얽혀 있는 가운데 확실한 길’을 제시하며 자신의 윤리적이고 영적인 제안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밖으로 나가는 모든 교회를 위한 모델”인 알폰소 성인의 메시지가 “환대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얼굴에 (우리의) 양심을 밀착시키기 위한 주된 길”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구원은 당신 자비의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자신의 교황직무 계획을 표현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인용하며 이 같이 설명했다. 「복음의 기쁨」에는 이번 메시지의 모든 요지가 담겨있다.

현실적 도전 앞에서 선한 양심을 양성해야 합니다

교황은 이 시대의 현실적인 도전들을 가리키면서 △코로나19 대유행 및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노동의 문제 △모든 이에게 보장돼야 할 돌봄의 문제 △생명보호 △인공지능의 개입(input) △피조물 보호 △반민주화 위협 △형제애의 시급성 등의 문제를 나열했다. “만일 이와 같은 복음화 과업에서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지구의 부르짖음’과 분리한다면 우리에게 재앙일 것입니다.”

윤리신학의 차원에서, “우리 모두에게 ‘네 아우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시는 하느님의 외침”에 마주하라는 교황의 초대는 강력했다. “노예가 되어 버린 네 형제자매는 어디에 있느냐? 불법 공장이나 매춘 조직에서, 구걸에 이용되는 어린이들 안에서, 불법 노동 착취를 당하는 이들 안에서, 네가 날마다 죽이고 있는 형제자매는 어디에 있느냐?” 이어 교황은 지금과 같은 시대적 흐름 앞에선 “가장 궁핍한 이들을 망각하면서 강자들의 권리를 절대화하는 위험이 구체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필수 목표”는 “선한 양심을 양성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식별을 구체적인 삶에서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느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인 양심에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충실한 신자로 남는 데 필요한 양성 과제입니다.” 교황은 회칙 「Fratelli tutti」에 제시된 착한 사마리아인의 태도가 “이러한 방향으로 박차를 가한다”고 덧붙였다. 

귀 기울임에서 복음화로

교황은 지난 1696년 나폴리에서 태어난 성 알폰소의 삶의 발자취를 회상하면서, 성인의 신학적 제안이 “영적으로 가장 버림받은” 사람들의 연약함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데서 나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성인이) 엄격한 윤리적 사고방식으로 양성을 받았고, 현실에 귀 기울임으로써 ‘온화함’으로 회심하게 됐다”면서, 하느님 백성과 삶을 나누며 그들과 동행할 줄 알았던 (성인의) “확실한 선교적 사목을 향한 점진적 회심”에 관해 언급했다. 교황은 이 회심이야말로 “알폰소 성인으로 하여금 그가 양성 기간 동안 받았던 법률적이고 신학적인 정식을 지침 없이 재고하도록 부추겼다”며 “처음에는 일종의 엄격주의를 보였지만, 그 후 자비로운 접근으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복음화의 역동성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그 시대의 실존적 변방에서 얻은 선교적 경험, (하느님에게서) 멀리 있는 이들을 되찾고 고해성사에 귀 기울이는 것,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의 창립과 지도, 그리고 개별 교회의 주교로서의 책임”이 그를 “자비의 스승이요 아버지”가 되도록 이끌었다고 밝혔다. “‘하느님의 천국은 인간의 마음에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방임주의자도 엄격주의자도 아닙니다

알폰소 성인은 신학적 논쟁에서 “원칙의 이론적 공식”에 그치지 않고, 삶 자체가 질문을 던지도록 했다. 교황은 성인이 “그 시대의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 소외된 이들, 취약한 이들의 변호인”으로 자리매김하며 모든 이,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이 그로 하여금 성화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충실하게 했고,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일을 추구하는 양심에 봉사하는 결정적인 선택을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러므로 성 알폰소는 “방임주의자도 아니고 엄격주의자도 아닙니다. 그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의미에서 현실주의자입니다.” 교황은 이 같이 설명하며 급변하는 사회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과거와 동일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양심을 교육’하는 용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가르침은 항상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답변이 돼야 한다. 따라서 “윤리신학은 원칙이나 규범의 공식에 관해서만 성찰할 수 없고, 생각이나 관념을 넘어서는 현실에 대해 적절하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우선순위입니다.” 곧, 이론적인 원칙들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이뤄내야 할 선을 식별하는 데 있어서 양심을 동행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충분치 않습니다. 그 지식은 사회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통해 실천적인 지식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취약성에 응답할 역량이 있는 성숙한 교회

따라서 이날 메시지의 요점은 “영적 도움이 결여된 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 “개인 윤리를 극복하고 참된 선을 택할 수 있는 윤리적 성숙을 증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책임감 있고 자비로운 양심을 형성하면서 우리는 하늘나라를 바라보며 사회적 취약성에 대해 건설적으로 응답할 역량이 있는 성숙한 교회를 맞이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가장 취약한 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은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쓰고 버리는 문화에 여지를 주는 “‘가장 강한 이의 법과 경쟁의’ 논리와 싸우도록 해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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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3월 2021,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