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성 생활의 날’ 미사 ‘축성 생활의 날’ 미사 

“하느님께서는 아무런 계산도 하지 않는 인내심으로 사람을 기다리십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볼 수 있고, 그 빛을 온 세상에 전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거행하며 축성 생활자들에게 이 같은 소망을 전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역사와 우리 마음의 밭에 역사하시며”, 희망과 자비를 심어 주신다고 말했다. 미사 말미에는 다음과 같이 수도자들에게 권고했다. “험담”은 멀리하고, “유머감각은 잃지 마십시오.”

Adriana Masotti / 번역 김호열 신부

(교회는) 주님 봉헌 축일에 ‘축성 생활의 날’을 지낸다. 이날 전례에서 루카 복음서의 구절은 마리아와 요셉이 성전으로 데려온 아기 예수님 앞에서 의롭고 나이든 시메온이 보여준 반응과 여예언자 한나의 반응을 전해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남녀 수도자 대표들이 함께한 가운데 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은 시메온의 인내심을 강조하면서 시메온이 보인 행동에 초점을 맞춰 강론했다. (시메온의 인내심은) 오늘날의 남녀 축성 생활자들의 삶에서도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인내심이다. 미사는 교황이 불켜진 초를 손에 들고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미사에 참례한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로 불켜진 초를 손에 들고 있었다. (미사 시작 전) 어둠에 둘러싸였던 대성전은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초 축복과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마친 다음, 교황이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 이르러 (미사를 시작하고), 말씀의 전례가 시작되기 직전에서야, 불이 밝혀져 구석구석을 비췄다. 

시메온의 인내심

루카 복음사가는 시메온이 평생 동안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성전에 봉헌된) 그 아이를 보았을 때 그 아이가 ‘사람들을 비추기 위해 온 빛’임을 알아보았다고 전한다. 교황은 강론을 시작하면서, “하느님께서는 특별한 사건을 통해 오시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우리 일상의 단조로움”과 우리가 하려는 작은 일 안에 현존하신다는 것을 시메온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메온은 인내심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시간의 흐름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제 나이든 사람이지만, 마음의 불꽃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긴 생애 동안 때때로 상처받고 낙담했을지 모르지만, 희망은 잃지 않았습니다.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하느님의) 약속에 충실했습니다. 과거의 쓰라림이나 인생의 황혼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우울함에 자신을 내팽개쳐 두지 않았습니다.”

항상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의 인내심

시메온은 그가 구원을 보는 날까지 깨어 있을 수 있었다. 끈기 있는 기다림을 희망할 줄 알았다. 교황은 시메온이 기도를 통해 인내심을 받았고, (이스라엘) 백성의 체험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이 백성은 주님께서 자신들의 불충에도 지치지 않으시고 항상 회심하길 기다리시는 “자애롭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심을 항상 믿었다. 교황은 “시메온의 인내심은 하느님의 인내심의 거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완전함을 요구하지 않으시고 마음의 열정을 요구하시며”, 우리가 당신 말씀을 듣지 않을 때도 우리에게 말씀하려 하신다고 말했다. 

“이것이 우리 희망의 이유입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지치지 않으시고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지침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희망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당신으로부터 멀어질 때, 그분께서 우리를 찾으러 오십니다. 우리가 넘어질 때, 그분께서 우리를 일으켜 주십니다.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매다 돌아올 때, 그분께서 두 팔 벌려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분의 사랑은 인간적인 계산에 따라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사랑은 항상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불어넣어줍니다. 우리에게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힘(resilienza, 회복탄력성)과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르쳐줍니다.”

“저는 로마노 과르디니를 기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내심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변화할 시간을 주시기 위해 우리의 나약함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에서)”

우리의 인내심

우리는 하느님과 시메온을 보면서 인내심이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 교황은 인내심이 단순히 관용이나 어려움에 대한 참을성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내심은 약함의 표시가 아닙니다. 우리가 ‘짐을 짊어질 수’ 있게 해주고,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굳셈입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점들을 견디게 해주고, 타인들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이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리가 선 안에서 인내하게 만들고, 지루함과 게으름이 우리를 엄습할 때도 걸음을 멈추지 않게 합니다.”

실망을 넘어 신뢰하며 기다리기

그렇다면 인내심을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가? 교황은 남녀 축성 생활자들을 언급하면서 세 개의 “장소”를 제시했다. 첫 번째 장소는 “우리의 개인적인 삶”이다. 그곳은 바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열정을 가지고 응답한 후에 걸어가는 여정이며, 실망과 좌절을 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로는 우리의 일에 대한 열정이 우리가 원했던 만큼의 결과에 미치지 못하고, 우리가 뿌리는 씨가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도의 열정은 식어버리고, 영적 건조함에 더 이상 아무런 대처도 못합니다. 우리 축성 생활자들의 삶에서 실망을 준 기대 때문에 희망이 닳아 없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인내해야 하며, 하느님의 시간과 하느님의 방식으로 신뢰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약속에 충실하십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약속에 충실하시다는 것, 바로 이것이 주춧돌입니다.”

교황은 축성 생활자들의 삶을 때때로 공격하는 내적 슬픔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것이 “우리 내면을 갉아먹는 벌레”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내적 슬픔에서 우리가 도망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생활에서 인내하는 법을 알아야

인내심을 살아야 하는 두 번째 장소는 공동체 생활이다. 공동체 생활은 항상 평화로운 것도 아니며 항상 분쟁이 없는 곳도 아니다. 따라서 “평화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사랑과 진실 안에서 (자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교황은 영적 식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성무일도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다가 거칠게 출렁일 때 물고기를 볼 수 없지만, 바다가 잔잔할 때 물고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어 “우리의 마음이 요동치고 참을성이 없으면 우리는 결코 좋은 식별을 할 수 없고 진실을 볼 수 없다”며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는 상호 간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견디는 것, 다시 말해 형제자매들의 삶과 심지어는 형제자매들의 약점과 결점까지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는 것입니다. 모두 함께 이를 기억합시다. 주님은 우리를 독창자로 부르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교회 안에 독창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독창자로 부르지 않으십니다. 합창단의 일원으로 부르십니다. 때로는 음 이탈이 나더라도 항상 함께 노래하라고 부르십니다.”

자비로 세상을 바라보기

인내심은 세상과의 관계에서도 살아야 한다. 세상이 바로 인내심을 살아야 하는 세 번째 장소다. 교황은 “인내심을 가지고 빛을 기다리며, 잘 풀리지 않는 일들에 대해” 주님께 불평하지 않았던 시메온과 한나의 태도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우리는 불평불만의 포로로 남지 않기 위해 이러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어떤 이들은 불평불만의 달인이고, 불평불만의 학위를 딴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불평불만에 아주 능숙한 이들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불평불만은 우리를 속박합니다. 우리는 자주 이와 같은 말을 듣습니다. ‘세상은 더 이상 우리 말을 듣지 않아요.’ ‘더 이상 성소자들이 없습니다. 우리는 문을 닫아야 해요.’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아, 나에게 하는 말이니!’ 이처럼 불평불만의 이중창이 시작됩니다. (…) 때로는 역사와 우리 마음의 밭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인내심에 반대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조바심을 보입니다.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돼. 지금, 지금, 지금 바로 해야 해.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작지만 가장 아름다운 미덕인 희망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저는 희망을 잃은 많은 남녀 축성 생활자들을 보았습니다. 단지 참을성이 없어서 희망을 잃은 것입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용기 있는 인내심

교황은 축성 생활자들에게 “우리 삶에 대한 도전”처럼 들리는 말과 가만히 멈추어 있을 수 없는 삶에 비추어 양심성찰을 하도록 권고했다. 교황은 “우리 눈도 구원의 빛을 볼 수 있고, 그 빛을 세상에 전할 수 있도록” 시메온과 한나의 인내심을 하느님께 청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성령의 권유에 귀 기울이며 “삶의 여정을 걸어갈 용감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험담은 멀리하되, 유머감각은 잃지 마십시오

미사를 마치면서 교황청 수도회성(정식명칭: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 성) 장관 주앙 브라스 지 아비스(Joao Braz de Aviz) 추기경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교황에게 짧은 인사말을 전했다. 이에 교황은 브라스 지 아비스 추기경을 비롯해 모든 남녀 축성 생활자들이 세상에서 행하는 일과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에 보여준 증거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교황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 생활을 위한 유용한 권고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험담을 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험담을 피하는 방법은 자기 자신과 상황 심지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좋은 마음으로, 웃어넘길 줄 아는 것입니다. 유머감각을 잃지 않되, 험담은 피해야 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권고하는 이것은, 말하자면, 너무 성직자적인 조언이 아니라 인간적인 조언입니다. 인내심을 유지하기 위한 인간적인 조언입니다.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 대해 험담하지 마십시오. (험담이 나오면) 혀를 깨무십시오. 그리고 유머감각을 잃지 마십시오. 유머감각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교황의 마지막 말은 많은 어려움과 성소자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에 대한 격려의 말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용기를 내십시오. 주님께서는 위대하십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주님의 뒤를 따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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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월 2021,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