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교황의 성탄 축하인사 교황청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교황의 성탄 축하인사 

교황, 교황청에 “우리는 여정 중인 쓸모 없는 종… 갈등에는 ‘아니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21일 자신의 협력자들인 교황청 관료들에게 성탄 축하인사를 전하며 연설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점철된 이번 성탄에 평화와 평온함을 유지합시다. 성탄을 은총의 시기로 살면서 위기 안으로 들어가고 성령에 의해 인도되도록 우리 자신을 맡깁시다.”

Gianluca Biccini / 번역 이창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야기된 “위기에 관한 성찰”은 (교회 내에서 벌어진) “어제와 오늘의 스캔들” 때문에 “성급하게 교회를 단죄하는 것을 경계하게” 한다. 아울러 “위기를 갈등(분쟁)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위기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반면, 갈등이나 분쟁은 “항상 대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의 때는 성령의 때라고 말하는 겸손”을 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복음에 비추어 위기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은 시신을 부검하는 것으로만 그치기” 때문이다. 이 언급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통적으로 (매년 성탄절에 앞서) 성탄 축하인사를 나누기 위해 사도궁 ‘베네디치오네 홀’에서 교황청 관료들과 추기경들과 만난 자리에서 행한 연설의 세 가지 주요 내용이다.

구유처럼 “무장해제”

교황은 한나 아렌트의 통찰에서 실마리를 잡았다. (인간은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스승인 하이데거의 입장에 반하여) 그녀는 “1900년대의 전체주의의 폐허 위에서”, “복음이 ‘한 아이가 우리 가운데 태어났다’고 선포했던 짧은 문장” 안에 있는 “세상이 보존하고 있는 기적”을 깨달았다. 교황은 “우리가 무장해제되고, 겸손하며, 본질적인 자세를 갖출 때라야”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상황에서 성 바오로가 제시한 삶의 계획(에페 4,31-32 참조)을 실현”할 때라야 제 자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가 요청하듯 구유 장면에 우리가 있는 것으로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교황은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의 성탄, 보건위기와 사회경제적 위기의 성탄”에서 “‘위기’란 흔히 말하는 상투어라거나 기득권층이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채찍질은 무관심할 수 없는 시련의 시험대가 됐고, 동시에 우리가 회심하고 진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큰 기회가 됐습니다.”

희망 없는 분석의 위험

성경도 “‘체로 쳐서 가려낸’ 사람들, ‘위기의 인물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교황은 그들이 바로 “이 위기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성취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아브라함, 모세, 엘리야, 세례자 요한, 타르수스의 바오로와 예수님을 사례로 들었다. 예수님은 “유혹에서 위기를 겪고나서 공생활을 시작하셨고” 겟세마니의 위기로 넘어가셨다. 교황은 이 모든 것이 “때때로 우리 교회의 분석은 희망 없는 이야기처럼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 희망이야말로 “우리의 근시안적인 시선이 깨달을 수 없는 것”을 명백히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에서 각자 겸손하고, 신중하며, 조용하고, 성실하고, 전문적이고, 정직한 활동을 통해 증거하는 많은 이들이 드러내는 것처럼, 하느님은 계속해서 당신 나라의 씨앗을 자라게 하십니다. 우리 시대 또한 나름의 문제가 있지만, (...) 주님은 당신 백성을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비록 “문제들은 즉각 신문에 실리지만, 희망의 표징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뉴스거리”가 된다. 

“교회의 개혁을 헌 옷에 새 천 조각을 대고 꿰매듯이(루카 5,36 참조) 생각하거나, 혹은 단순히 새 교황령을 작성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교회의 개혁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연약함이 복음을 방해하지 말아야

교황 연설의 두 번째 열쇳말은 ‘갈등’이다. 교황은 만일 교회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라는 통상적인 “범주”로 “이해한다면” 쪼개지고, 양극화하고, 교회의 고유한 본질을 왜곡하거나 타락시키고 만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살아있기 때문에 고유한 위기 안에서 영원히 한 몸입니다. 결코 승자와 패자로, 갈등에 휘말린 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는 두려움이 퍼져나갈 것입니다. 공동합의적이지 못하며 더 엄격한 교회가 될 것이고, 성령께서 교회에게 선사하신 다양성과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먼, 확일화와 평준화된 논리를 강요할 것입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 교황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우리를 내어 맡기며 우리가 위기에 들어가는 것을 저항하는 모든 것은 이 시련의 때에 우리를 외롭고도 무익한 처지에 남게 할 뿐입니다.” 교황은 한마디로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모든 위기 아래 항상 쇄신의 정당한 요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쇄신하기를 바란다면, 전면적으로 준비된 자세가 필요합니다.” “교회의 개혁을 헌 옷에 새 천 조각을 대고 꿰매듯이(루카 5,36 참조) 생각하거나, 혹은 단순히 새 교황령을 작성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의 개혁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약함이 복음 선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과 책임이 필요하다.

미궁에 빠지지 말기

교황은 마지막으로 성탄 축하인사를 전하며 “우리가 갈등 속에서 살기를 그만두고 여정 중에 있음을 느끼는 상태로 돌아온다면 정말 멋진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갈등이란 “거짓된 여정이고, 목적도 목표도 없이 방황하는 것이며, 미궁 속에 빠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첫 번째 악”이 “험담”으로 이끄는 것처럼 “에너지 소모”에 불과하다. 교황은 교황청 관료들이 각자 봉사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면서, “가장 먼저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는 단지 ‘쓸모 없는 종들’에 불과하고, 이 종들에게 주님은 자비를 베푸셨다”는 사실에 대해 “충분한 인식”을 갖추라고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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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2월 2020,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