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고난회 제47차 세계총회(2018년) 참가자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예수고난회 제47차 세계총회(2018년) 참가자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예수고난회에 메시지 “예수님 사랑의 불을 세상에 전하십시오”

“사랑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처럼, 사랑으로 십자가에 못박힌 이들만이 인류 역사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이들을 효과적인 말과 행동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도회 창립 300주년 기념 대희년을 지내는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예수고난회)’ 회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세상의 요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예수고난회 영성의 핵심 키워드는 기쁨, 예언, 희망이라고 말했다.

Gabriella Ceraso / 번역 김호열 신부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이하 예수고난회)’의 소명은 “파스카 신비를 삶의 중심으로 하여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기억을 증거하고 선포하는 것”이다. 예수고난회는 수도회 창립 300주년을 맞아 오는 2020년 11월 22일 주일 특별 대희년을 개막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월 15일 주일 수도회 총장 요아킴 레고(Joachim Rego) 신부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선물이자 기쁨인 대희년 행사에 함께한다고 전했다.

축성생활의 모든 영성과 마찬가지로 예수고난회 회원들의 영성도 삼위일체의 신비에서 비롯되며 하느님 섭리에 의해 선택된 이들을 통해 교회에 뿌리내린다. 따라서 그 영성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창립자들의 진취적 창의성”을 되살리면서 “시대의 새로운 요구”에 열정적으로 부응해야 한다고 교황은 말했다. 아울러 우리가 기도하고 시대의 표징을 읽음으로써 성령의 빛으로 “인류의 기대”에 응답할 수 있는 것처럼, 수도회 창립 300주년 기념은 “새로운 (사도적)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앞날을 대비하는 적절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화 속 인류는 동행을 필요로 합니다

교황은 예수고난회 회원들에게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사랑을 알리기 위해 새로운 생활방식과 새로운 형태의 언어를 찾아” 예수고난회의 정체성의 핵심을 증거하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오늘날의 상황은 완전히 변화된 세상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풍요롭게 했던 주요 문화들의 가치뿐 아니라 그 존재의 내밀한 구조까지 의문에 부쳐집니다. 자연과 우주는 인간의 조작으로 인해 고통과 쇠퇴의 영향을 받으며(로마 8,20 참조), 우려스러운 퇴행의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교 사명의 쇄신: 감사, 예언, 희망

교황은 (지난 2018년) 예수고난회 제47차 세계총회 참가자들에게 선교 사명의 쇄신에 관해 말했다. 교황은 선교 사명을 새롭게 하기 위해 강조했던 감사, 예언, 희망 등 세 가지 여정을 다시 언급했다. 

“감사란 과거를 ‘마니피캇(Magnificat, ‘찬양하다’를 뜻하는 라틴어)’의 태도 안에서 살고, 성체성사적 태도 안에서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체험입니다.” 예수고난회 회원들에게 있어서 이는 십자가상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 사랑의 기억으로 ‘고난의 기억(memoria passionis)’을 역사 안에서 지속하는 것을 뜻한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아울러 예언은 “성령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으로 현재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마음 깊은 곳과 피조물 전체에 깃든 성령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이들, 곧 “영혼의 숨결처럼 기도하는 이들에게”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랑의 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세상에서 ‘고난의 기억’이 여러분을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예언자로 만들어주길 빕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이란 예수고난회의 공동체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땅에 떨어져) 썩어 열매를 (30배, 60배, 100배) 수확할 수 있는 씨앗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역량이라고 교황은 설명했다. 이어 희망은 “없는 것에 불평하는 대신 있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의 사랑으로 세상에 불을 지피십시오

이 같은 묵상에 비추어 교황은 예수고난회 회원들의 미래에 대해 수도회 창립자인 십자가의 성 바오로의 말에서 영감 받은 자신의 희망을 말했다. 이는 가장 위대한 하느님의 사랑, 다시 말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사랑’에 뿌리를 둔 선교 활동으로 세상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아울러 교황은 선교란 “예수님을 향한 열정(passione)”이며 동시에 “그분 백성을 향한 열정”임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요구에 대한 여러분의 헌신을 강조하는 것에 지치지 마십시오. 이 선교적 소명이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의 십자가에 못박힌 이들, 곧 가난한 이들, 힘없는 이들, 억압받는 이들 그리고 여러 가지 형태의 불의에 의해 버림받은 이들에게로 향하길 바랍니다. 이 과업을 수행하려면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부활하신 분과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여러분의 내적 쇄신에 대한 신실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랑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처럼, 사랑으로 십자가에 못박힌 이들만이 인류 역사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이들을 효과적인 말과 행동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교황은 말로만 복음을 전파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 고유의 사랑 안에서 체험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선포, 그리고 믿음 안에서 선포를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는 성령의 역사하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계속 의식하는 한편, 자신의 목숨을 온전히 바치기까지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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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1월 2020,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