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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보호벽에서 바깥으로 나가야 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신자들은 교황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으로 돌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31일 성령 강림 대축일 부활 삼종기도에서 오순절에 대해 설명했다. 교황은 예수님이 용서를 통해 초대 교회를 “선교 사명에 준비되고 화해하는 공동체”로 만드셨음을 떠올렸다. 부활 삼종기도 말미에는 우리가 “코로나19 대유행 위기 이후의 시기를 긍정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나은 존재”가 돼야 한다고 격려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성 베드로 광장이 개방된 오늘, 우리는 다시 광장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정말 기쁜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 위에 성령의 강림을 기억하면서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냅니다. 오늘 복음(요한 20,19-23 참조)은 우리를 파스카 저녁으로 이끌며 제자들이 숨어있던 위층 다락방에 나타나신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여줍니다. 제자들은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19절). 부활하신 예수님이 말씀하신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첫 마디는 일반적인 인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곧, 용서를 표현합니다. 제자들이 저버렸던 진리를 말하기 위해, 제자들에게 주어진 용서를 의미합니다. 화해와 용서의 말입니다. 우리 역시, 타인에게 평화를 빌어줄 때, 그를 용서해주고 그에게 용서도 청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그들이 본 것을 믿기조차 힘들어하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평화를 주십니다. 다시 말해 제자들은 빈 무덤을 목격했고,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여인들의 증언도 과소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용서하십니다. 언제나 용서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평화를 당신의 벗들에게 주십니다. 잊지 맙시다. 예수님은 결코 지치지 않고 용서해주십니다. 용서를 청하는 것에 지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예수님은 용서를 베푸시고 당신 곁으로 제자들을 모으시면서, 그들이 교회, 곧 당신의 교회를 이루게 하십니다. 그 교회는 선교 사명에 준비된 공동체, 화해하는 공동체입니다. 어떤 공동체가 화해하는 공동체가 아니라면, 선교 사명에 준비된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내부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할 준비를 갖춘 공동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사도들의 삶을 뒤집고 그들을 용기 있는 증인으로 변화시킵니다. 사실 주님은 뒤이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21절). 이 말씀은 사도들이 성부께서 예수님에게 맡기신 사명과 똑같은 사명을 계속하도록 파견되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나도 너희를 보낸다.” (다락방에) 갇혀 있을 때가 아니고, 신세타령할 때도 아닙니다. 스승과 함께 보냈던 시기, “좋았던 시절”을 한탄할 때가 아닙니다. 부활의 기쁨은 엄청나게 큽니다. 자기 자신 안에 담아 놓을 수 없는 폭발적인 기쁨입니다. (타인에게) 주기 위한 기쁨입니다. 부활 시기의 주일들을 통해 우리는 우선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다음에는 엠마오의 제자들과 만나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어 착한 목자, 고별연설, 성령의 약속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모든 장면은 선교 사명을 위해 제자들의 신앙을 - 그리고 우리의 신앙도 - 강화하도록 방향이 정해진 것입니다.

선교 사명을 북돋우기 위해,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당신의 영을 주십니다. 복음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22절). 성령은 죄를 불태우고 새로운 사람들로 창조하는 불이십니다. 제자들이 세상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랑의 불꽃이십니다. 보잘것없는 이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을 (...) 총애하는 애틋한 사랑입니다.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때 우리는 성령을 받고 그분의 선물도 받았습니다. 곧, 지혜(슬기), 통찰(깨달음), 식견(깨우침), 용기(굳셈), 지식(앎), 공경(받듦), 경외(두려워함)입니다. 이 마지막 선물, 곧 경외(두려워함)는 처음에 제자들을 꼼짝 못하게 마비시켰던 두려움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주님을 위한 사랑입니다. 그분의 자비와 선하심에 대한 확신입니다. 결코 그분의 현존과 지원이 부족하지 않으며, 그분이 가리키시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신뢰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은 우리 안에 살아 계시는 성령의 생기 넘치는 현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줍니다. 성령은 우리에게도 우리의 “다락방”이라는 보호벽, 작은 집단들의 보호벽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용기를 줍니다. 무익한 습관에 젖어 우리 자신을 가두거나 정체된 삶 속에 안주하지 않게 말입니다. 이제 우리의 생각을 마리아를 향해 들어 올립시다. 성령이 내려오셨을 때, 성모님은 사도들과 함께 그곳에 계셨습니다. 성모님은 첫 공동체와 함께 오순절의 놀라운 체험을 했던 주인공이십니다. 교회를 위해 선교 사명의 뜨거운 정신을 얻도록 성모님에게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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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5월 2020,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