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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기도운동 영상 메시지

“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오늘날 너무나도 혹독한 시련에 처한 인류를 위해 자비의 증거자들로서 더 깊은 일치를 이루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기도운동을 위한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번역 김단희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를 위한 영상 메시지를 마련했다. 성령 강림 대축일에 우리는 성령의 권능으로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부활에 관한 첫 번째 설교를 알아듣고 받아들여 일치를 이룬 일을 기념한다. 웰비 대주교는 지난 2016년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Thy Kingdom Come)’ 기도운동을 시작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온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기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특별한 시간을 나누도록 초대한 바 있다. 교황은 이번 영상 메시지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인류를 위해 자비의 증거자들로서 더 깊은 일치를 이루길” 기도하는 한편, “우리 스스로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다른 이들에게 일치를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하느님이 성령 강림 대축일에 세상을 생명으로 “물들게” 하신 일과 최근 전 세계를 할퀸 코로나19 사태를 대조해서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위로자’이시며 하느님의 친밀함이신 성령이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보증”하시고, “고통 가운데서도 항상 용기를 북돋는 온화한 힘”을 허락하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한편,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최초의 성령 강림 대축일에 베드로 사도가 권고했던 ‘회개’에 관한 복음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가 지금껏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과 우리 지구의 황폐화 앞에 무감각”하게 대처해 왔다면서, 이전의 방식으로 회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기도운동을 위해 영상 메시지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교황과 웰비 대주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산타 마르타의 집’ 남수단 고위 당국자 및 교회 지도자를 위한 영성 피정 일정 당시, 웰비 대주교는 교황에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메시지를 녹화해줄 것을 부탁한 바 있다. 

영상 메시지 전문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기쁜 마음으로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님, 여러분과 함께 제 진심 어린 생각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이날 우리는 하느님의 영이 권능으로 내려오심을 기념합니다. 성령 강림 이후 하느님의 생명은 우리와 함께하시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희망과 평화와 기쁨을 가져오십니다. 이날 하느님은 온 세상을 생명으로 “물들게” 하셨습니다. 지난 몇 달 간 이 땅을 할퀴었던 죽음의 전염병과 얼마나 다른지요!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사랑이신 하느님의 생명을 우리 마음속에 부어주시길 성령께 간구해야 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마음을 바꾸어야 합니다.

성령이 강림하신 그날,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만났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서로 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필수 조치들을 준수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한편,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어쩌면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우리를 하나되게 한 것입니다. 상처입은 불안한 마음으로 위로를 바라는 이들이 지금 얼마나 많은지요! 예수님은 성령을 일컬어 파라클리토(Paraclete), 곧 ‘위로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도 성령이 주시는 위로를 체험해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고통 가운데서도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내적 평화이며, 항상 용기를 북돋는 온화한 힘입니다. 성령은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하느님이 우리를 지탱하심을 보증하십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선물에 보답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령의 위로, 곧 하느님의 친밀하심을 나누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이를 실천에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많은 것들을 한 번 떠올려 봅시다. 위로, 격려, 나를 보살펴줄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줄 누군가, 나와 함께 울고 내가 어려움에 맞설 수 있게 도와줄 누군가 등이 있을 것입니다. 남이 나에게 해 주길 바라는 그대로 우리도 남에게 해 줍시다(마태 7,12 참조).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고 있습니까? 그럼 내가 먼저 귀를 기울입시다. 격려가 필요합니까? 그럼 내가 먼저 격려해줍시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싶습니까? 그럼 내가 먼저 외롭고 소외된 이들을 보살핍시다. 내일을 위한 희망이 필요합니까? 그럼 오늘 내가 먼저 희망을 나눕시다. 지금 세계는 ‘희망의 기근’이라는 비극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고통, 공허, 위로할 길 없는 슬픔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가 함께, 성령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위로의 전달자가 됩시다. 우리 함께 희망의 빛을 발하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그러면 주님이 미래를 향한 우리의 여정에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십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이 여정에 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오늘날 너무나도 혹독한 시련에 처한 인류를 위해 자비의 증거자들로서 더 깊은 일치를 이루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일치의 선물을 허락해 달라고 성령께 기도합시다. 이는 우리가 형제자매로 살아갈 때만 형제애의 정신을 전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다른 이들에게 일치를 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서로에 대한 책임을 느낍시다.

성령은 우리에게 지혜와 선한 가르침을 내려주셨습니다. 이 시기 어렵고 시급한 결정들을 내려야 하는 이들을 도와주시길, 그들이 인간 생명과 노동의 존엄을 수호하도록 도와주시길 성령께 청합시다. 우리는 보건, 고용, 불평등 및 빈곤 해소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류애적 가치로 충만한 비전이 필요한 때입니다. 뒤쳐진 이들을 무시하고 성공만을 이기적으로 추구하던 이전의 방식으로 회귀해서는 다시 일어설 수 없습니다. 비록 많은 이가 그 길로 들어설 지라도, 너희는 방향을 바꾸라고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오순절에 베드로 사도는 성령에 힘입은 담대한 용기(파레시아, parrhesia)로 “회개하십시오"(사도 2,38)라고 말하며, 모든 이로 하여금 세례를 받고 삶의 방향을 바꾸도록 촉구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길을 틀어 하느님께로, 우리 이웃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과 우리 지구의 황폐화 앞에 무감각하게 동떨어져 있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굶주림, 전쟁, 생명 경시, 무관심의 대유행에 맞서기 위해 일치를 이뤄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걸을 때 우리는 멀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복음의 생명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희망의 표징입니다.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여러분도 저를 위해 그분의 축복을 빌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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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5월 2020,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