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0916454936.JPG

교황, 세계 금융 전문가들에 경제 불평등 해소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로 소외되고 있는 빈곤층의 요구를 우선순위에 두고,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새로운 세계 금융 시스템을 설계할 것을 촉구했다.

Devin Watkins / 번역 김단희

프랑스, 아르헨티나, 멕시코, 파라과이, 엘살바도르 재무 장관들과 노벨 경제상 수상자,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등 세계적 금융 전문가들이 2월 5일 수요일 바티칸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번 워크숍은 “새로운 형태의 연대(New Forms of Solidarity)”라는 주제로 교황청 사회과학학술원이 개최했다.

세계 금융 전문가들은 한 자리에 모여 “포용, 통합, 혁신”을 통해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을 통해 기존의 경제 모델 배후에 감춰진 위험들을 지적하는 한편, 빈곤층과 부유층을 연결하는 가교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불평등 심화 

“세상은 부유하지만 우리 주변에 가난한 이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황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식량, 주택, 의료, 교육, 전기, 식수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등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 한해 약 500만 명의 5세 미만 아동들이 빈곤에서 비롯된 원인들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 문제로 인해 수백만의 인구가 강제노동, 성매매, 장기매매의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있습니다

교황은 이런 현실 때문에 낙담할 것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모두가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라면서, 우리 인류가 “세계적 불평등 상황을 ‘선고’받은 것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고, 먹이고, 치료하고, 입히는 것에 관한 경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빈곤은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는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교황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과 폭력이 심화될 수도, “사회경제 시스템을 ‘인간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죄의 구조

교황은 인류의 역사 전반에 걸쳐 빈부가 공존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현재 세계 50대 부자들의 자산규모가 총 2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면서, 이들 50명의 “세금이나 자선활동만으로도 전 세계 모든 가난한 아동에게 의료 및 교육을 지원”하고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부유층에 집중되는 감세 혜택을 “죄의 구조(structures of sin,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사회적 관심」(Sollicitudo Rei Socialis), 36항 참조)”라고 비판했다. “매년 수억 달러가 세금으로 징수돼 의료 및 교육 자금으로 쓰이는 대신 조세피난처 계좌에 쌓이고 있습니다.”

공동 책임과 형제애

교황은 세계 금융 전문가들에게 형제애와 신뢰를 추구하는 데 있어 “공동 책임”의 자세를 견지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은행과 금융기관이 빈곤층과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회적 보호, 기본 소득, 보편적 의료보장, 보편적 교육복지” 등이 인간의 연대의식의 기초를 형성하는 “경제적 권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끝으로 교황은 세계 경제와 금융을 이끄는 참석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협력해, 빈곤국 개발 지원, 외채 과다국 부채 탕감, 기후변화 대응 등에 활발히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주님 사업의 공동참여자들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인간 존엄, 특별히 소외된 이들의 존엄에 유익한 방향으로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05 2월 2020,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