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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주의는 신앙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로마의 콩고 가톨릭 성당 탄생 25주년을 맞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자이레 전통 예식으로 미사를 거행했다. 교황은 콩고민주공화국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물질적 재화를 축적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타인에게 마음을 열라고 초대했다.

Michele Raviart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특히 분쟁이 들끓고 있는 베니와 미넴브웨 지역을 위해 기도합니다. 분쟁은 외부에서도 비롯됩니다. 수많은 이가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복녀 마리-클레멘틴느 아누아리테 넨가페타(Marie-Clèmentine Anuarite Nengapeta)의 전구를 통해, “사랑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인근 민족의 도움을 통해, 더 이상 서로가 서로를 반대하지 않고, 서로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무기를 포기하기를, 아울러 전쟁에 이바지하는 경제에서 평화에 이바지하는 경제로 변화되기를” 요청했다. 교황은 12월 1일 주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미사 강론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이날은 전임 킨샤사대교구장 고(故) 프레데릭 에츠우(Frédéric Etsou) 추기경의 뜻에 따라 지난 1994년 로마 예수성탄성당에 설립된 로마의 콩고 가톨릭 본당 공동체가 탄생한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자이레 혹은 콩고 전통 예식

로마와 이탈리아에 있는 모든 콩고 공동체가 참례한 이번 미사는 자이레(콩고민주공화국의 옛 명칭) 혹은 콩고 전통 예식에 따라 거행됐다. 이 자이레 전통 예식은 지난 1969년부터 콩고 주교단에 의해 강력히 장려됐으며, 1988년 4월 30일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인준했다. 자이레 전통 예식은 전례 토착화의 긴 과정을 거쳐 로마 예식에 접목시킨 결과다. 아프리카 전통 구어체가 활용되고, 하느님과 친교를 맺는 올바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와 전통 악기가 가미된 노래와 춤을 통해 회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 초대받았습니다

전례력의 첫 날인 대림 제1주일에 교황은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로 오셨다는 확실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리스도인 희망의 뿌리인 대림 시기에서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황은 ‘(다가)오다(venire)’라는 동사가 단지 하느님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도 적용된다고 콩고에서 온 신자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이사야 예언자는 “모두가 다 함께 주님의 산으로 온다”고 예언한다면서, 사실 우리는 하느님께 초대받은 이들이라고 말했다. “초대받은 이는 고대하고 열망합니다.”

“여러분은 집을 떠났습니다. 아끼는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후 여러분은 온갖 어려움과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맞았지만, 동시에 환대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있어서 여러분은 항상 환대 받는 이들입니다. 그분께 있어서, 주님께 있어서, 우리는 결코 외국인이 아니라 고대하던 자녀들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집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항상 집에 와 있다고 느끼십시오.”

기다리지 않고 바라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우리는 하느님께 가기 위한 주님의 초대에 “아니오”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 혹은 충격적인 것이 다가오고 있을 때,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모두가 오로지 먹고 마시는 것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노아의 시대처럼 말이죠.” 교황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두가 삶을 자신의 필요에만 국한시켰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무엇인가 소유하길 바라고, 소비할 것만 바랍니다.”

“소비주의는 신앙을 뿌리부터 부식시키는 바이러스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얼마나 소유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여러분을 만나러 오시고 여러분 가까이에 계신 하느님을 잊어버립니다. 주님께서 오시지만, 여러분은 오히려 여러분에게 다가오는 식욕만 따라갑니다. 형제가 여러분의 문을 두드리지만, 여러분은 성가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말로 소비주의의 이기주의적 태도입니다.”

탐욕은 마음을 분노로 무장시킵니다

사실 소비에 의존하는 것은 “마음을 마비”시킨다. “더 이상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지 못하고 사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수많은 재물(beni, goods)을 소유하지만, 선행(bene, good)은 더 이상 하지 못하고 (...) 집은 물건으로 가득 차지만, 자녀들은 떠나갑니다. (...) 시간을 때우며 시간을 소모하지만, 하느님을 위한 시간과 타인을 위한 시간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사물을 위해 살게 되면, 사물은 결코 만족을 모르고, 탐욕이 자라며, 타인은 내가 달리는 길에서 장애물이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위협받는다고 느낍니다. 항상 불만족하며 분노하고, 증오의 수준까지 도달합니다. ‘나는 더 많이 원해.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많이 가지고 싶어.’ 오늘날 우리는 소비주의가 지배하는 곳을 바라봅니다. 단지 말을 통해서라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폭력이 있고, 얼마나 많은 분노가 있는지요! 우리는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기어이 적(원수)을 찾으려 합니다! 이와 같이, 세상은 죽음을 가져오는 무기들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는 분노의 마음으로 계속 무장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합니다.”

기도와 사랑의 보물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것에서 우리를 일깨워주시고자 하신다. 밤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곧 새벽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으며, 모두를 휘감고 있는 잠에 빠지지 말고 깨어있어야 한다는 초대를 받는다. 하지만 이제는 깨어 있어야 할 임무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삶의 의미가 (재물을) 축적하는 것이라는 유혹을 이기고 (...) 많은 것을 소유해야 행복해진다는 거짓의 가면을 벗기는 임무입니다.” 특히 성탄의 달에, “우리는 어디서든 반짝거리는 소비의 눈부신 빛을 거슬러 저항해야 합니다. 기도와 사랑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가장 큰 보물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평화로 이끕니다

오직 그럴 때라야, 마음이 주님과 형제들에게 열릴 때라야, 칼은 보습이 되며, 창은 낫이 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현재 상황을 연상하는 말이겠지만,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그대로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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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12월 2019,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