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성덕은 ‘선물’이자 ‘부르심’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삼종기도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성덕으로 부르심 받았음을 떠올리며 성덕이 우리의 힘만으로 달성할 수 없고 하느님의 은총과 우리의 응답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은 우리 모두가 성덕(santità)에로 부르심 받았음을 상기시켜줍니다. 오늘 우리 모두 함께 기념하는, 모든 시대의 성인 성녀들은 단순히 상징이라거나,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는 멀리 떨어진 인간 존재들이 아닙니다. 그와는 반대로, 땅에 발을 딛고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실존적인 일상의 노고를 겪었고, 다시 일어나는 힘과 여정을 계속 이어갈 힘을 언제나 주님 안에서 찾았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성덕은 단지 자신의 힘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의 결실이고 그 은총에 대한 우리의 자유로운 응답의 결실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므로 성덕은 ‘선물’이자 ‘부르심’입니다.

하느님의 은총, 다시 말해 그분의 ‘선물’에 관해 말하자면, 우리가 세례를 받은 날부터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을 통해 거룩한 삶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구매할 수 있거나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성덕의 씨앗은 바로 세례성사입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듯이(요한 15,4 참조),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접붙여졌다는 인식을 한층 더 성숙시켜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과 함께 그분 안에서 살 수 있고 또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성덕은 하느님과 충만한 친교를 사는 것입니다. 그 친교를 이미 지금, 이 지상의 순례 동안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덕은, 선물일 뿐 아니라, ‘부르심’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의 제자들의 공통된 소명입니다. 성덕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신앙 안에서 걸어가도록 부르심을 받은 충만의 길입니다. 그 최종 목표란 영원한 생명 안에서 하느님과의 결정적인 친교입니다. (성덕은) 책임의 수락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성덕은 이처럼 하느님의 선물에 대한 응답이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랑을 통해, 자선을 통해, 만사를 살아가려 노력하면서, 우리 삶의 조건, 의무와 상황에서 성덕의 일상적인 의무를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 우리가 전례에서 기념하는 성인들은 신뢰를 갖고 하느님의 빛에 자기 자신을 내어 맡기며, 삶에서 이 하느님의 빛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인 형제자매들입니다. 이제 그들은 하느님의 어좌 앞에서(묵시 7,15 참조), 그분의 영광을 영원히 노래합니다. 그들은 “거룩한 도시”를 이룹니다. 우리는 이 “지상의 도시”에서 순례하지만, 이 거룩한 도시를 우리의 최종 목표로 희망하며 바라봅니다. 여정의 쓰라림에 지친 것도 사실이지만, 희망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줍니다. 성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자극을 받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성덕의 증인들이 많습니다. “이는 우리 옆집 이웃 안에서 발견되는 성덕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우리 한가운데에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현존을 반영합니다”(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 7항).

형제자매 여러분, 성인들에 대한 기억은 하늘나라를 향해 눈을 들어 올리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지상의 현실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용기를 갖고, 더 큰 희망을 품고 그 현실을 직면하기 위해서입니다. 위로와 안전한 희망의 표징이자, 지극히 거룩하신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당신의 모성적인 전구를 통해, 우리를 동행해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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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1월 2019,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