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사회학술원 주최 회담 (자료사진) 교황청 사회학술원 주최 회담 (자료사진) 

교황, 힘없는 이들을 위한 사회정의 보장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립 사회학술원이 주최한 “사회권과 프란치스칸 교리에 관한 범미 법관 회담”의 폐막식에 참석해 불평등과 기회부족 문제를 경고하는 한편, 사법제도의 변화를 촉구했다.

Linda Bordoni / 번역 김단희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열린 “사회권과 프란치스칸 교리에 관한 범미(Pan-American) 법관 회담”의 폐막식에서 연설하고, 이날 자리한 100여 명의 법관들에게 사회권 수호에 헌신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사회권, 경제권, 문화권의 효과적 이행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북중남미 재판관의 의무와 활동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교황청 사회학술원이 주최한 이번 회담은 지난해 6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동일 주제로 개최된 첫 번째 회의의 성과에 따른 것이다. 2018년 회의에 참석했던 법관과 사법 관계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헌에 담긴 법적 신념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교황의 폐막식 연설은 스페인어로 진행됐다. 교황은 법적 절차를 부적절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진 점을 비롯해 사회권이 “오래되고 쓸모 없으며, 우리 사회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는 여론에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이같은 태도가 “불평등과 부덕(不德)”을 용인하고 정당화하는 경제 및 사회 정책을 지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은 수많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기회가 부족한 점과 불평등”의 만연을 규탄하는 한편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지 못하는 다수의 정책 결정자들을 나무랐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의미의 ‘타인의 신발을 신어본다’라는 표현에서) 사실 ‘신발’이라는 표현도 맞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가난한 이들 중 대다수가 신발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영혼에 관한 문제

교황은 우리가 현재 “사람들의 영혼이 위협 당하는” 역사적 변화의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역설적 위기의 시대라면서,  “규범 분야가 경이롭게 발전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인간에게 부여된 권리를 실질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여러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이 특별히 사회권을 규제하는 법과 관련해 “사실상(de facto)”의 법률이나 규정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하고, 이들이 이런 결정을 하는 데는 재정 적자, 사회적 편익 등 다양한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권의 조직적 위반

이어 교황은 ‘법을 무기로 삼는 행위(lawfare)’를 크게 비난했다. 교황은 적으로 간주되는 국가 혹은 집단을 상대로 법적 제도를 무기로 삼는 이같은 관행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새로운 정치과정을 무너뜨리는 데 이용되고, 사회권의 조직적 위반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의 제도적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중매체 작업과 병행해 이뤄지는 부당한 사법 활동에서 파생된 이같은 관행을 포착하고 무효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법관의 핵심적 역할

끝으로 교황은 “법관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다른 어떤 이해관계나 이유에 우선하는 가치, 곧 용기, 정의, 인간 존엄에 기초한 사법제도의 개혁을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두려움 없이 그 역할에 임할 때 그들 모두가 “사회적 시인들(social poets)”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04 6월 2019,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