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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성령께서는 희망 안에서 돛을 내리십니다”

“우리 시대의 신속한 변화 안에서 조화는 소외된 것처럼 보이지만 성령께서는 광란 속에서 질서를 잡아주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9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집전한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Emanuela Campanile / 번역 이창욱

역사는 종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지만 성령 덕분에 활력과 열정을 되찾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9일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언급했던 주제는 그리스도의 죽음 이후 제자들의 사건이었다. 교황은 “우리 안에 계신 예수님을 다시 살리시고 살게 하시는” 성령께서는, 사도들에게 하셨던 것처럼, (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하시고,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내시며, 새로운 힘을 주신다고 설명했다.

“종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던 제자들의 사건은 결국 성령의 젊음에 의해 새롭게 변했습니다. 불안에 사로잡혔다고 느꼈던 그 젊은이들은 그들을 새롭게 했던 기쁨에 의해 변화됐습니다. 성령께서 이런 일을 하셨습니다.”

성령의 힘은 “내부에 조화(armonia, 일치 혹은 어울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외부에도 조화를 가져오고, 사람들 사이에도 조화를 가져온다”고 교황은 덧붙였다. 여기서 교황은 맑은 거울에 비추듯 “폭발할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오늘날 세상의 광기를 고찰하고 설명했다.

“모든 것에 우리를 나쁘게 반응하게 만드는 지속적인 긴장감으로 부추겨져서, 신속한 해결책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약을 잇달아 구하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흥분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성령이 필요합니다. 광기 속에 질서를 잡아주시는 분은 바로 그분이십니다. 성령께서는 불안 속에 평화이시고, 낙심 가운데 신뢰이며, 슬픔 안에 기쁨, 늙음 안에 젊음, 시련 속에 용기이십니다. 인생의 폭풍우 같은 물살 사이에 희망의 돛을 고정시키시는 분이십니다.”

성령은 서로 다른 것을 대립시키지 않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화다. 모두가 매우 ‘소셜(social)’하지만 극히 ‘사회적(sociali)’이지는 않은 역사적인 시기에서도 “우리를 교회가 되게 하는” 조화다. 교황은 더 나아가 자기 자신과 현실을 우선시하며 타인을 배제하는 태도에서 생기는 위험이 종종 교회 안에도 도사리고 있음을 경계했다.

“항상 ‘둥지’를 만들며, 자기 그룹 주변에만 모이고, 자신이 선호하는 것들에만 집중하려는 유혹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도, 둥지에서 분파로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어떤 사람을 거스르거나 어떤 것에 대항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지요! 반면에 성령께서는 떨어져 있는 이들을 이어주시고, 멀리 있는 이들을 합쳐주시며, 흩어진 이들을 데려오십니다.”

“ 오늘날 세상에서 부조화는 그야말로 정말 분열이 됩니다.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100년을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태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이어 교황은 성령께서 “자녀들과 형제들의 장소로” 교회와 세상을 “빚어내셨다”고 말했다. (교회와 세상) 두 존재는 혐오의 문화에 의해 그 아름다움이 빼앗겼고, 그런 문화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교황은 애석해했다.

“우리는 사물의 명사를 망각하는 ‘형용사의 문화’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공감하지 않는 의견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의 문화 안에서 살아갑니다.”

오직 “성령에 따라 사는 사람”만이 “희생자에서 사형집행인으로 넘어가면서 악을 악으로” 갚는 논리를 깨뜨릴 수 있다.

“성령에 따라 사는 사람은 불화가 있는 곳에 평화를, 분쟁이 있는 곳에 일치를 전합니다. 영적인 사람들은 악을 선으로 갚고, 오만함에 온유함으로, 악함에 선함으로, 소음에 침묵으로, 험담에 기도로, 비관주의에 미소로 대응합니다.”

그런데 “영적인 존재가 되고”, “성령의 조화를 맛들이기” 위해서는 “우리 앞에 성령의 시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친교”와 “교회”는 자신의 본질을 비꼬고 왜곡시키며, 결국 지치게 되어 본연의 의미를 잃게 된다.

“성령을 통하여 교회는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됩니다. 선교 사명은 개종우선주의가 아니라 같은 아버지로부터 사랑 받는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기쁨을 퍼뜨립니다. 하지만 성령 없이 교회는 하나의 조직에 불과합니다. (성령 없이) 선교는 선전이 되고 친교는 하나의 노력에 불과합니다. 성령은 교회의 처음이자 마지막 필요입니다.”

교황은 “우리를 일치의 장인(匠人), 선을 씨 뿌리는 자, 희망의 사도가 되게 해주시도록” 성령에게 매일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 하느님의 조화이신 성령이시여,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시며 닫힌 곳을 선물로 변화시켜주시는 성령이시여, 저희에게 오소서. 저희에게 부활의 기쁨, 영원한 마음의 젊음을 주소서. 우리의 조화이신 성령이시여, 저희를 한 몸이 되게 하시니, 당신의 평화를 교회와 세상에 내려주소서. 성령이시여, 저희를 일치의 장인, 선을 씨 뿌리는 사람, 희망의 사도가 되게 하소서. (프란치스코 교황) ”

09 6월 2019,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