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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와 함께 ‘주님의 기도’…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공통 뿌리를 굳건히 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쿠레슈티의 루마니아 정교회 새 주교좌 성당에서 다니엘 총대주교와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아버지, 형제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우리를 도와주소서.”

Michele Raviart / 번역 안주영

2018년 11월에 축복한 ‘백성의 구원’을 위하여 봉헌된 부쿠레슈티의 루마니아 정교회 새 주교좌 성당에 5월 31일 금요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루마니아 정교회 다니엘 총대주교가 형제로서 함께 입장했다. 그들은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 위해 형제로서 성당 중앙 통로를 거쳐 제단까지 걸어 갔다. 처음엔 라틴어로, 다음에 루마니아어로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다니엘 총대주교는 지난 199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사도적 순방을 떠올렸다. 당시는 새 주교좌 성당 건축을 시작하기 전이었는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건축금을 기부한 바 있다.

“우리” 없는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황은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에 앞서 루마니아의 수호성인 안드레아와 베드로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기 위해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간 복음 내용을 상기하며 “온전한 부르심은 형제 없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고아로 버려두지 않겠다고 하신 약속의 확증이라며, “형제의 선물을 받고 (선물을) 받아들이기 위한 신뢰를 우리에게 제공해준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우리 아버지’라고 말할 때마다, ‘아버지’라는 말은 ‘우리’라는 말없이 존재할 수 없고 머무를 수도 없다고 반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도를 통한 일치는 예수님의 사랑과 중재의 체험에 또한 동참하여 우리가 ‘나의 아버지와 너희의 아버지, 나의 하느님과 너희의 하느님’이라고 말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이는 ‘나의 것(il mio)’을 ‘우리의 것(il nostro)’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기도가 되게 해주는 초대입니다. ‘아버지, 형제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것이 되게 우리를 도와주소서. 형제의 행동과 한계를 판단하지 않고 당신의 형제로 먼저 그를 환대할 수 있게 우리를 도와주소서. 타인의 선물을 망각하고 (우리가) 중심에 머물며 우월한 형제라고 느끼는 유혹을 극복할 수 있게 우리를 도와주소서.”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교황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믿고 사랑하고 또한 많은 고통을 받은 후에 하늘 나라에서 당신과 함께 살고 있는 신앙 안에서의 많은 형제자매들과 또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지상에서 지킬 수 없었던 일치를 청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그들과 같이 우리도 우리의 모든 관심의 중심에 주님의 이름을 두면서 그분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기도할 때 우리 곁에 마련해주신 주님의 살아있는 반영을 형제의 인격 안에서 인식하기 위해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고 주님을 흠숭하는 것을 잊어버리면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선물을 청하고 요청들을 열거하는데 그치는지 모릅니다. ‘지나가는 많은 것들 안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을 통하여, 아버지, (변함없이) 머물러 있는 당신의 현존과 형제의 현존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소서.’”  

소비주의의 화려함을 포기하십시오

“주님의 나라가 오기를 청하며 희망하십시오.” 교황은 돈, 흥미, 권력의 논리에 기울어진 세상의 역동은 주님의 나라를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버지, 점점 더 무절제한 소비주의에 빠져들고, 현란하지만 사라질 반짝임에 현혹된 우리가 기도하는 것을 믿고, 권력의 편리한 확실성, 세속의 교활한 유혹들, 자기만족을 믿는 공허한 오만함, 외모를 가꾸는 위선을 포기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소서. 그러면 우리가 당신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나라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기억의 빵

교황은 주님께서 오순절 때와 같이 우리를 이끌어 주셔서 “우리의 소속, 언어, 문화, 민족의 경계를 넘어 복음의 기쁜 소식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했다. 이어 일용할 양식인 주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의 빵”은 “사랑받는 자녀라고 느끼게 해주며 온갖 외로움과 고아신세를 해결”해주고, “봉사의 빵”은 “우리 안에 형제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주면서 서로 봉사하기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일용할 양식을 청하면서 주님께 또한 기억의 빵,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 정체성의 뿌리, 인류와 특별히 젊은 세대가 많은 유동적인 상황 안에서 뿌리가 없다고 느끼고 존재를 확립하는데 무능하다고 느끼는 도전 속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뿌리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우리가 청하는 빵은 씨앗에서 이삭이 팰 때까지, 수확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를 갖고 공동체의 인내로운 농민의 열정을 우리 안에 불어넣어줍니다. 그리하여 일치의 씨앗을 돋우고 선(善)을 발효시키며 의심없이, 거리를 두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으며, 확인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화해로 유쾌함이 넘치는 가운데 항상 형제 곁에서 행동하는데 여념이 없게 해줍니다.”  

또 교황은 (우리가 청하는 빵은) “많은 이들에게 부족하고 소수가 여분을 가지고 있는 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님의 기도”는 “현 시대에 사랑의 결핍 앞에서, 주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개인주의와 무관심에 맞서는 부르짖음”이라고 덧붙였다.

타인의 배고픔을 채워줘야 하는 필요

교황은 기도할 때마다 “우리를 내어주는데 배고픔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로 살기 위해서는 우리를 유지하기보다 부서뜨려야 합니다. 축적하지 말고 나눠야 하며, 우리 자신을 채우기보다 타인의 배고픔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이의 것일 때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빚을 탕감해주기를 청하며 우리에게 빚진 사람들의 빚을 갚기 위해 헌신합시다.” 교황은 또 형제를 진심으로 용서하면서 “과거는 등 뒤에 놔두고 현재를 함께 품으며” 고요한 삶에 만족하지 말고 항상 “투명함과 진실함으로” 형제들의 얼굴을 찾으라고 권고했다.

“악이 마음의 문 앞에 도사릴 때(창세 4,7 참조) 우리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죄악의 실체를 감추면서 당신과 이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싶은 유혹이 더욱 강렬해질 때, 아버지, 우리를 도와주소서. 형제 안에서 당신을 향하여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 곁에 놓아주신 지지대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을 주시고 형제와 함께 ‘우리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교황은 이어 루마니아 주요 시민과 정치 당국 관계자들에게 묵주를 선물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참석한 모든 신자들을 축복한 다음 기도를 마쳤다.

31 5월 2019,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