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교구 회의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교구 회의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재정비하지 말고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균형, 질서, 확증을 좋아하지 않는 성령을 따르라며 로마교구를 격려했다. 이어 진복팔단의 말씀이 도시의 부르짖음에 겸손과 확신으로 대답하기 위한 핵심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안주영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로마교구 사목 여정 안에서 “기억하기”와 “화해”라는 두 가지 주제에 집중했다. 교구 내 본당과 다양한 단체들은 내년에 (계획한) 여정의 세 번째 단계인 “도시(의 부르짖음) 경청”을 위해 지금까지의 과정을 평가하고 프로그램을 검토했던 며칠 동안의 작업을 5월 9일 목요일 저녁 7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교황의 말씀으로 마무리했다. 교황의 지침과 요청은 앞으로의 여정의 기초가 될 것이다.  

라테라노 대성전에 입장한 교황

대성전을 가득 메운 이들이 기대와 기쁨으로 로마교구 주교(교황)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오르간 연주 음악이 잔잔히 흘렀고 교황은 로마교구 총대리 안젤로 데 도나티스(Angelo De Donatis) 추기경과 함께 입장했다. 시작기도로 “이 도시의 부르짖음에 대한 경청의 능력”과 “당신 백성의 부르짖음을 항상 경청하시는” 주님께 도움을 청했다. 이어 모세가 주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광야에서 진을 치고 있던 이스라엘 자손들의 이야기가 담긴 탈출기 말씀을 들었다.

로마교회의 발표

데 도나티스(Angelo De Donatis) 추기경은 개회 후 교구 내 한 본당에서 수년 동안 사목한 마리오 신부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마리오 신부는 (로마교구에) 성소, 세례성사, 혼인성사의 열정이 감소하고 있다며, 미사 참석률은 9-1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로마교구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한 편에 아름다운 체험들이 존재하지만,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도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선교지”로 변한 교회의 핵심이고 그리스도인의 중심지인 로마의 새로운 복음화라고 말했다. “로마는 선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마리오 신부는 교황에게 “(로마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하며 발언을 마쳤다.

교황을 향한 증언들

아울러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가정 공동체 책임자 겸 로마의 한 가정과 교구 카리타스 책임자 베노니 암바루스(Benoni Ambarus) 신부의 증언이 이어졌다. 교황은 증언을 통해 마약과 알코올에 의존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어려움을 들었다. 또한 결혼하고 아이를 갖기로 선택한 이들의 어려움을 비롯해 별거와 외로움으로 상처받은 커플들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관계를 돌보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암바루스 신부는 카리타스 사업을 통해 매일 만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많은 이들이 부족하지만 하느님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잃지 않고 (하느님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받는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는 증언을 전했다. 또 젊은이들과 가정들의 외침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들어준 것에 감사를 전했다.

교황의 강렬한 연설

교황이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은 참석자들을) 난처하게 했다. 교황은 교구들과 본당들의 첫 번째 유혹이 (이것저것) 정비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가 우리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가 박물관을 정리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잘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은 바로 사람들과 젊은이의 마음, 가정을 길들이는 것을 의미하고, 또한 가장 중대한 죄인 세속성(mondanità)이라고 지적했다. ”정리정돈하는 게 아닙니다.” 교황은 전해들은 증언들을 참고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는 불균형에 대해 들었습니다. 우리는 불균형을 취하도록 요구 받았습니다. 우리는 불균형을 두려워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은 불균형의 가르침입니다.’ 불균형의 노벨상을 받을만한 진복팔단(의 말씀)을 보십시오. 해가 질 때까지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군중들이 모여왔기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얼마나 예민해졌을지 떠올려봅시다. 그들은 시간을 보며, ‘너무 지나치시다’고 말합니다. ‘기도한 후에 밥도 먹어야 하고 할 일도 태산인데 (...)’ 주님께서는 그들을 돌려 보내시고, 외딴 곳이었기 때문에 제자들에게 가서 먹을 것을 사오라고 하십니다.” 교황은 이것이 바로 “교회 사람들의 균형에 대한 유혹”이라고 말하며 여기에서 성직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가서... 기능을 잘 하는 하나의 아름다운 교구를 갖겠지만, 성직주의와 기능주의를 위해 일하는 겁니다.” 이어 교황청보다 더 많은 직원을 두고 있으며, 아름다운 일치의 예식을 거행하지 않고 우수한 기능들이 조합된 예식을 바치기 때문에 하느님과는 항상 더 멀어지는 하나의 교구가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그 교구는 많은 회의, 많은 만남들, 시노드를 조직하지만, 참된 시노드란 한 번의 킥으로 탁자를 공기 중에 던져버리는 성령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제가 들은 바로는 우리가 이와 같지 않은 듯 합니다.”

사람들의 외침을 들으십시오

교황은 “사람들이 주님께 무엇을 청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우리 또한 자주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마음으로 듣는 것을 멈추었기 때문에, 도시의 부르짖음에 귀머거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5년 11월 10일 피렌체에서 열린 이탈리아 전국 가톨릭 교회 총회에서 한 연설을 상기시켰다. 이는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도 표현했듯이 로마와 이탈리아를 위한 교회의 계획이다. 두 개의 요소로 구성돼 있는데, 교황은 그 중 첫 번째인 겸손에 대한 권고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위한 겸손

“주님께서 당신의 교회가 회심하길 원하실 때 가장 작은 이를 선택하시고 모든 이들 가운데 그를 세우시어, 당신이 하신 것과 같이 작은 사람이 되고 겸손하라고 모든 이를 초대하십니다. ‘교회의 개혁은 겸손과 함께 시작하고 창피함(굴욕)과 함께 성장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우리의 커지려는 야망을 없애주십니다. 오직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이는 어린이와 같이 될 때 하느님 나라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영광을 구하는 이에게는, 타인을 위한 눈도 귀도 없는데 어떻게 작은 이들에게서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작은 이들을 멸시하는 이들은 불행합니다. 또한 작은 이들의 행실이 복음과 거리가 멀다고 해도 그들을 향한 경멸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

자신에 대한 무관심

교황은 두 번째 요소가 무관심이라고 말했다. “오늘 저녁 여기 모인 우리는 개인적인 관심사들을 갖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예컨대, 우리가 속한 기관의 미래, 사회적 인정,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한 걱정, 동네에서 주민들에게 행사하는 약간의 권력에 아직도 집착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성령은 균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교황은 우리 자신을 향한 무관심이 타인에 대한 관심과 진정으로 경청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자아도취와 자기확신(autoreferenzialità)으로 구성된 거울의 죄에 대해 설명했다. “착한 목자는 잃어버린 양을 찾기 위해 99마리의 양을 안전하게 남겨둔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반면 우리는 울타리 안에 남겨진 적은 양들에게 종종 집착합니다. 그리고 적은 양들에게 빗질을 해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교황은 “선교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희생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며 “주님,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타인의 삶을 공감하며 바라보는 이에게 담대함을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진복팔단, 복음의 핵심 메시지

교황은 진복팔단이 그리스도인의 메시지라며 “우리를 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인간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어 진복팔단을 맛보았다는 것은 진정한 삶이 어디에 있는지 배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기중심적 제안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진복팔단은 여러분이 입고 있는 옷을 벗기고 예수님을 따르는 데 있어 더 가볍게 해줍니다. 작은 이들에 대한 추문을 퍼뜨리지 마십시오. 우리는 약자에게 진복팔단의 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기쁨, 자비, 가정의 삶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가 환대받는 체험입니다.” 교황은 소멸 위기에 처한 온유와 자비라는 두 개의 단어를 인용했다. 또한 진복팔단이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직 핵심 메시지로 정착되지 않았을지라도, 시민들에게는 복음의 핵심 메시지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관심에 빠지지 마십시오. 오만함에 빠지면, 예수님의 말씀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섬기지 않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상적인 시선을 갖도록 훈련하십시오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와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이 교구에게 맡겨진 과업을 드러내는 기본적인 두 개의 문헌이라고 역설하며 두 가지 사안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상적인 시선을 배우라는 가르침이다. “삶의 자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느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십시오. 뿌리를 잃고 ‘가스로 가득 차게’ 변화되지 않도록 삶의 이야기들을 모으고 아이들,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그리고 현실과 접촉하십시오.”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상적인 시선을 갖도록 훈련하십시오

두 번째 주요 과제는 도시 삶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상적인 시선을 갖기 위한 훈련의 필요성이다. 부패, 마약, 성추행, 범죄, 빈민들의 전쟁, 외국인 혐오증, 인종차별과 같이 선과 악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생성되는 도시 문화가 존재한다. “오늘 바티칸에서 500명의 로마인들을 만났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럽은 인종차별과 포퓰리즘이 두려움의 씨앗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단체들과의 다양한 만남이 이뤄지는 도시에는 여전히 많은 선들이 존재합니다. 주님께서 도시의 외침을 축복해주시기를 빕니다.” 교황은 다시 한 번 “재정비하지 마십시오”라고 충고했다. 이어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며 성모송을 바치고 축복을 한 다음 연설을 마쳤다.  

09 5월 2019,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