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불가리아는 만남의 땅이 돼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 희망과 힘을 주시려고 우리 각자의 곁에 계실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5일 불가리아 성 알렉산데르 네브스키 광장에서 부활 삼종기도를 바치기에 앞서 교회 일치의 긴 역사를 지닌 불가리아 국민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는 부활하셨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이 말을 통해, 이 불가리아 땅에서 동방정교회 신자들과 가톨릭 신자들을 포함한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시기에 축하인사를 서로 나눕니다. 크리스토스 보스크레세(Christos vozkrese)! [군중도 화답한다] 이 인사말은 악과 죽음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큰 기쁨을 표현합니다. 우리 신앙의 핵심에 대한 확신이자 증언입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희망이시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젊음이십니다. 그분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이 젊게 되고 새로워지며 생명으로 충만해집니다. 따라서 제가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전하고자 하는 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살아 계시며 여러분이 생기에 넘치기를 바라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 안에 계시고, 여러분과 함께 계시며, 여러분을 결코 버리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십니다. 여러분이 그분을 멀리 떠날지라도, 여러분이 다시 시작하도록 기다려주시는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계속해서 여러분을 부르시고, 언제나 여러분 가까이에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을 부르시며, 여러분이 다시 시작하기를 기다리십니다. 그분께서는 다시 시작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다시 시작하고, 일어나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당신의 손을 내밀어주십니다. 여러분이 슬픔 때문에 늙었다고 느낄 때 - 사실 슬픔은 우리를 늙게 만듭니다 -, 분노, 두려움, 의심이나 실패로 늙어간다고 느낄 때,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힘과 희망을 다시 주시고자 언제나 그곳에 계실 것입니다”(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Christus vivit), 1-2항 참조). 그분께서는 살아계시고, 여러분도 살아 있기를 원하시며,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십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세상 도처에서 2천년 동안 선포됐습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복음 선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도록 부름 받은 수많은 신자들의 너그러운 사명을 통해 선포됐습니다. 교회 역사에서, 이곳 불가리아에서도, 삶의 성화를 위해 특별히 봉헌된 목자들이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저의 전임자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분은 여러분이 “불가리아 교황”이라고 부르는 성 요한 23세 교황님이십니다. 그분에 대한 기억은 1925년부터 1934년까지 그분이 사셨던 이 땅에서 특히 생생합니다. 여기서 그분은 동방교회의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웠고, 다른 신앙을 고백하는 종교들과 우정의 관계를 쌓으셨습니다. 불가리아에서 축적된 그분의 외교적이고 사목적인 경험은 교회 안에 교회 일치적 대화를 장려하도록 이끌 정도로 그분 마음 안에 그토록 강한 인상을 남겼고, 바로 그 교황님이 원하셨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추진동력이 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훌륭한 교황님”의 현명한 통찰과 영감을 불어넣어준 것과 관련해 이 나라에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이 교회 일치 여정의 자취 안에서, 잠시 후 저는 불가리아의 여러 종교 지도자들에게 인사하는 기쁨의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불가리아는 비록 그리스 정교회 국가이지만, 여러 종교들이 서로 만나고 대화하는 교차로입니다. 이 다양한 공동체 대표들의 모임에 함께하는 것은, 매일 더욱더 필요한  “대화의 문화를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로, 상호 협력을 행동 강령으로, 상호 이해를 방식과 기준으로 채택하는” (아랍 에미리트 연합 사도 방문 공동 선언, 「인간의 형제애」, 아부다비, 2019년 2월 4일) 여정을 걸어가려는 모든 이의 열망을 나타냅니다.

우리는 성녀 소피아의 고대 성당 가까이에 있으며, 제가 앞서 슬라브 민족의 복음화 선구자들이었던 성 치릴로와 성 메토디오를 기억하며 기도를 바쳤던 성 알렉산데르 네브스키 총대주교좌 성당 옆에 있습니다. 불가리아의 그리스 정교회 성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드러내려는 열망으로, 저는 앞서 저의 형제인 존경하는 네오피트(Neofit) 총대주교를 만나 인사하고 포옹하는 기쁨을 누렸고, 마찬가지로 주교단도 만났습니다.

이 사랑하는 나라에 언제나 만남의 땅이 될 필요가 있는 동력을 선사하시고, 이 땅에서 문화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차이를 넘어, 같은 아버지의 자녀들로서 계속 서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이제 하늘과 땅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게, 부활하신 주님 곁에서 전구해주시도록 청합시다. 우리의 기도는 부활 삼종기도(레지나 첼리)의 오랜 기도의 노래로 표현됩니다. 이곳 소피아 대성당에서, 저의 전임자이신 성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많이 사랑하셨고, 이곳 불가리아에서 경배하기 시작했으며 죽을 때까지 품 안에 지니고 다녔던, “하늘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네세바르 성모님의 성화 앞에서 기도합시다.

05 5월 2019,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