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탈리아 판사들에 “사회의 선익 위해 정의에 힘쓰십시오”
Robin Gomes / 번역 김단희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9일 토요일 설립 110주년을 기념하는 이탈리아판사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Judges of Italy) 대표단과 만났다. 이날 교황은 변해가는 오늘날의 시대 상황에서 사회의 균형과 선(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의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정의가 우리에게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며” 정의 없이는 “모든 사회 생활이 혼잡한 상태에 머무르게 되므로” 정의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법관이 실현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헌법적 가치의 구현, 민주주의 원칙의 수호, 공동선을 위한 봉사 등을 꼽았다. 아울러 국가가 법관에게 시민의 삶과 고충에 관한 직접적 정보를 허락하고 있으므로, 법관은 한 나라의 입법기관에 속한 “특권적 교섭 담당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 vs 관념
이어 교황은 현실(실재, reality)과 관념(이상, idea) 사이의 갈등에 대해 설명했다. ‘현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관념’은 조작될 수 있다. 교황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인용해 정보가 넘쳐나고 진실의 조작이 흔히 일어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여러분은 관념보다 현실이 우선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생명의 시작과 끝에 관련된 법, 가정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된 복잡한 현실” 등 여러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진짜 진실과 조작된 관념 사이에 존재하는 ‘법적 공백’에 주목했다.
교황은 위와 같은 사안들의 공정한 판결을 위해 재판관에게는 그의 정상적 의무 범위를 넘어서는 책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재판관이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 사회의 변화를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법 해석을 현명하게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의의 집행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러 가지 압력과 요구를 물리치려면, 사법부의 독립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존엄성 존중
정의의 집행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들, 특별히 가장 약한 사람들의 “살아있는 살”과 접촉하는 것이라고 교황은 말했다. 아울러 법원의 판결이 누군가에게는 안심과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상처와 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정의를 집행하는 데 있어 재판관은 언제나 자비에 가까운 “선의의 시선”으로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좀 더 확실한 방식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교황은 이날 참석한 판사들에게 그들이 맡은 역할이 공무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판사들은 모든 시민들,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있어 모범이 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