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세계 병자의 날… 교황, ‘너그러움의 문화’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7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를 통해 너그럽게 내어주는 기쁨이 그리스도인의 건강에 대한 지표라면서 너그러움의 문화를 증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inda Bordoni / 번역 김근영

프란치스코 교황은 콜카타의 성녀 마더 데레사와 같이 병자들을 돌보며 너그럽고 꾸밈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이야말로 교회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복음전파자라고 말했다.

교황은 오는 2월 11일 월요일에 지낼 ‘제27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문에서, 사도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을 강조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선물”

교황은 생명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며 개인 소유물이나 사유재산으로 축소될 수도 없기에 “병자들을 돌보는 것은 전문성, 애틋한 마음, 솔직함, 그리고 타인으로 하여금 사랑 받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어루만짐처럼 자유로이 주어진 단순한 행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 무관심의 문화와 쓰고 버리는 문화 속에서는” “선물”이 오늘날의 개인주의와 사회적 분열에 대한 도전에 적합한 범주라면서, 또한 사람과 문화 간의 새로운 관계와 협력 수단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물”이란 단순히 선물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뜻한다면서,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것과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구를 수반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선물이란 성령에서 나오는 하느님의 사랑, 그리고 하느님의 육화에서 절정을 이룬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교황은 이 선물의 전제인 ‘대화’도 언급했다. 대화는 사회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확립된 방법을 깨뜨릴 수 있는 인간 성장과 인간 발전을 위한 가능성을 창출해준다고 교황은 덧붙였다.

모든 이들은 돌봄이 필요합니다

교황은 우리 각자가 “가난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며, 궁핍하다”고 지적하면서,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생존을 위해 부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고, 삶의 모든 단계에서도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는 존재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우리를 겸손하게 해주며, 삶의 본질적인 덕목인 연대의 실천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신자들에게 선을 증진하기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강조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따로 동떨어진 하나의 세계로서가 아니라 타인과 함께하는 형제관계로 바라볼 때라야 비로소 우리는 공동선을 목표로 한 사회적 연대의 실천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가난한 사람으로 우리 자신을 간주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적으로든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든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하느님께서는 겸손하게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로 낮추시며, 끊임없이 그렇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가난 속에서 우리를 도우시고,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선물을 베풀어주십니다.”

콜카타의 성녀 마더 데레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1993년부터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 기념일(2월 11일)에 지내기로 한 ‘세계 병자의 날’은 매년 다른 도시에서 주최된다. 올해는 인도의 콜카타가 선정됐다. 교황은 콜카타의 성녀 마더 데레사의 모습을 모범으로 삼았다. 가난한 이들과 병자들에 대한 하느님 사랑을 눈에 보이게 했기 때문이다.

“(마더 데레사는) 온 생애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너그럽게 나눠주는 분이셨습니다.

인간 생명, 곧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과 버려지고 버림 받은 이들을 보호하고 환대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모든 이들에게 내어주셨습니다. (…) 그녀는 길거리에 죽어가는 이들과 기력이 쇠한 이들에게서 하느님이 주신 존엄성을 보았고 그들 앞에 엎드렸습니다.”

교황은 성녀가 “이 세상의 권력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했다”면서 “따라서 세상으로 하여금 세상이 만든 빈곤이라는 ‘범죄’에 죄책감을 인식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성녀가 가난한 이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에 대한 하느님의 친밀함을 전하는 웅변적인 증거자라면서, 도시의 변두리와 실존적 변두리로 나간 성녀의 사명을 묘사했다. 이어 “성녀 마더 데레사는 언어, 문화, 인종, 종교 등의 차별 없이 우리의 유일한 행동 기준이 모든 인류를 위한 이타적인 사랑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

교황은 보건 분야에서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을 웅변적으로 구체화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너그러움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병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인식을 제고하며 예방을 장려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특정 보건 분야에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많은 협회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교황은 혼자서 병들고 몸과 정신이 쇠약한 노인 등 수많은 이들이 자원봉사자의 활동에서 도움을 얻는다고 지적하면서, 자원봉사자들로 하여금 세속적인 세상에서 꾸준히 교회의 현존의 표징이 되어 달라고 강조했다. “봉사활동은 너그러운 사람이 되려는 깊은 갈망에서 나온 가치관, 행동, 생활방식 등을 전달합니다. 이는 또한 보건 분야를 좀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가톨릭 의료기관

교황은 가톨릭 의료기관에도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의료기관들은 “자기 자신을 내어주고 너그러우며 연대하는 모범을 보이라는 부르심을 받았다”면서 “단순히 사업을 운영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교황은 “건강이란 관계적이며,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의존하고, 신뢰와 우정과 연대를 필요로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공유될 때라야 완전히 즐길 수 있는 보물입니다. 너그럽게 내어주는 기쁨은 그리스도인의 건강에 대한 지표입니다.”

끝으로 교황은 모든 이들에게 “이익의 문화, 쓰고 버리는 문화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선물의 문화, 너그러움의 문화를 모든 단계에서 장려하자”고 초대했다.

08 1월 2019,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