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 위원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 위원들 

교황, 돌봄의 윤리를 통한 사형제 폐지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2월 17일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형제를 고수하는” 국가들에게 사형제 “모라토리엄 시행”을 호소했다.

Sr Bernadette Mary Reis, fsp / 번역 김단희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2월 17일 월요일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against the Death Penalty, 이하 ICDP) 위원들을 만났다. 교황은 ICDP 위원들을 대상으로 준비된 연설을 통해 아직까지 사형제를 고수하는 나라들이 사형제 “모라토리엄(moratorium, 유예)을 시행해주길” 호소했다.

모든 생명은 신성합니다

교황은 ICDP 위원들에게 자신이 사제직을 시작할 때부터 “모든 생명은 신성하다”는 진리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사형제 폐지를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해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8월 개정된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을 통해 이러한 노력이 구체화됐다면서, 이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은 “최근 역임했던 교황들의 교리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처벌을 거부하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사형제를 용인했던 이전의 교리는 “자비가 정의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던” 시대, 곧 “그리스도교적이라기보단 율법주의적이던 시대”의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음에 비추어 ‘사형제는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재차 강조했다.

도덕성 회복

교황은 또한 재소자의 도덕성 회복과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징역형이 “가려진 죽음”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그 누구도 생명, 혹은 “구원과 화해”의 희망을 박탈 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의무

교황은 이어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교회의 헌신에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법률 제도를 결정하는 국가의 주권이 국제법이나 “인간 존엄성에 대한 보편적 인식”에 모순될 수는 없다면서, 유엔의 결의안이 회원국들로 하여금 “사형집행을 유예”하도록 촉구한 바를 높이 평가했다.

사형제를 고수하는 국가들을 향한 호소

교황은 사형제를 아직 폐지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했다. 먼저 사형제가 존재하지만 시행되지는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애초에 사형을 선고하지 않음으로써 모라토리엄 시행을 유지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형제 “모라토리엄이 최고형을 선고 받은 이들에게 있어 형이 집행될 때까지의 단순한 시간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전히 사형을 집행 중인 국가들에 대해서는, “이 잔인한 형벌을 폐지하는 관점에서 모라토리엄을 시행해달라”고 호소했다.

돌봄의 윤리

사회는 타인의 신체나 권리의 훼손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형벌제도를 발전시켜왔다. 이에 교황은 “타인에 대한 선행을 등한시했던 태도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정의에 대한 전통적 접근법에는 “반드시 ‘돌봄/보살핌의 윤리(ethic of caring)’가 보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돌봄의 윤리란 “행동의 원인, 사회적 맥락, 법을 위반한 취약한 이들의 상황, 피해자의 고통” 등을 함께 검토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신적 자비의 인도를 받아 각각의 구체적 사건을 고려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인 동시에 ‘어머니’이기도 한 정의의 형태”다. 교황은 서로를 위한 이 상호 돌봄의 윤리가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는 사랑의 공동체의 밑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사형제 폐지를 위한 헌신

끝으로 교황은 사형제 폐지라는 주제로 돌아와 가톨릭 교회와 교황청이 “사형제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잔인한 형벌을 근절하기 위한 필수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ICDP와 협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것이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부르심을 받은 명분이며, 세례 받은 그리스도교인의 소명을 공유하는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17 12월 2018,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