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관료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관료 

교황, 교황청 관료들에게 “교회 내 심각한 추문들이 있었지만 빛은 어둠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21일 금요일 오전 클레멘스 홀에서 로마 교황청 관료들에게 성탄 축하를 위한 전통적인 연설을 통해 미성년자 성 학대의 슬픔과 같은 교회 내의 슬픔을 상기시키는 한편, 인류의 어둠을 비추는 수많은 순교자들과 침묵 중에 살아가는 복음의 증거자들도 강조했다.

Debora Donnini / 번역 이창욱

성탄 축하 인사를 서로 나누기 위해 로마 교황청 관료들에게 행한 연설의 시작과 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이들이 저질렀던 심각한 악들은 교회가 세상 안에 무상으로 일군 모든 선들을 결코 어둡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성탄이 증명해준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성탄은 매년 “우리의 인간적인 비참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빛이 계속 빛날 것이고” 또한 “교회의 일부 자녀들이 저질렀던 모든 죄, 그리고 타락과 악조차도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결코 어둡게 만들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교회의 힘이 세상의 구원자이신 예수님 안에 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혼란한 세상에서, 올해 교회의 배는 태풍과 폭풍우를 맞았던 어려운 시간을 지냈고 또 지내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고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으며, 어떤 이들은 두려움 때문에, 이해관계 때문에, 부차적인 목적 때문에, 교회에 상처만 키우면서 그 신비체를 뒤흔들려고 했고, 어떤 이들은 교회가 공격 받는 것을 보면서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지옥의 문이 교회를 이기지 못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계속 일치하고 있다. 사실 그 어떤 인간적인 행위도 인간의 마음 안에 다시 태어나는 신적 빛의 여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성 학대범을 사법기관에 넘겨야 할 교회의 엄중한 책임

교황의 연설은 “가장 고통스럽고 치명적인 문제로 남아있는” 교회 내부의 어려움이 중점적으로 강조됐다. 올해 교황은 성직자들에 의한 미성년자 성 학대 문제 뿐 아니라 양심과 권력의 남용에 관한 주제를 많이 다뤘다. 수년 전부터 교회는 “성 학대라는 악을 뿌리 뽑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고, 주님께 정의를 부르짖으며, 성직자들과 수도자들로 인해 수많은 미성년자들이 겪었던 고통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따라서) 교회는 다윗 왕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며 “혐오스러운 행위”를 저지르고,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자신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추문을 일으키면서 교회의 몸을 찢어놓는 “주님께 기름 부음을 받은 이들”이 있기 때문에, 성 학대를 저지른 사람을 사법기관에 넘기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고 교황은 약속했다. 이어 “종종 그들의 한없이 친절한” “천사의 얼굴” 뒤에 잔인한 늑대의 모습을 파렴치하게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도 “이러한 불충실의 희생자”이며, “이러한, 그야말로 진정한 범죄행위”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러한 혐오스러운 행위(abomini) 앞에서,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누구든지, 사법기관에 넘기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이행하는 데에 교회가 최선을 다하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교회는 결코 추문을 묵살하거나 그 어떤 경우도 경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교회의 일부 책임자들이 과거에 경솔함 때문에, 부족한 믿음 때문에, 준비 부족 때문에, 경험 부족 때문에(우리는 과거에 대한 해석을 통해 과거를 평가해야 합니다), 혹은 인간적이고 영적인 근시안적 태도 때문에, 많은 사례들을 적절하고 진지한 준비 없이 처리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교회 전체의 선택이고 결정입니다.”

교황은 성직자들에 의해 자행된 미성년자 성 학대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전 세계의 주교회의 의장들과 함께 모이는 2018년 2월 바티칸에서 열릴 회의를 내다보고 있다. 그 회의는 (성직자들이) 저질렀던 잘못들을 “교회의 몸에서뿐 아니라 사회의 몸에서 이러한 상처를 뿌리 뽑기 위한” 기회로 변화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실, 만일 이러한 아주 심각한 재앙이 일부 성직자들을 타격하기에 이르렀다면,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우리의 사회 안에, 그리고 우리의 가정 안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어 있는가? 그러므로 교회는 (이러한 상처들을) 치유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도덕적, 심리적, 인간적인 차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서서히 죽음으로 이끄는 이 악에 대적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직하게 늑대들의 가면을 벗겨낸 미디어에 감사를

교황은 교회 내에서 일부 사람들이 일부 커뮤니케이션 종사자들을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그 커뮤니케이션 종사자들이) 교회의 성직자들에 의해 자행되지 않은 성 학대 케이스가 더 많다는 점을 무시하고(통계자료는 95% 이상이 그렇다고 말한다), 의도적으로 마치 “가톨릭 교회만 이러한 악을 자행한 것”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교황은 “정직하고 객관적이었으며” “이 늑대들의 가면을 벗기고 피해자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었던”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왜냐하면 비록 단순히 하나의 케이스만 다루었을지라도(“그 자체로 이미 흉물스럽습니다”), 교회가 이를 밝히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추문은 진실을 덮으려는 것이라고 교황은 강조했다.

성 학대범에게 호소... “인간의 심판에 넘기고 하느님의 심판을 준비하십시오”

교황은 다윗 왕의 모습, 곧 우리야를 죽이고 그의 아내 밧 세바와 함께 죄를 지으면서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던 그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연설의 실마리를 잡았다. 교황은 예언자 나탄과 다윗 왕의 만남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하여금 죄의 심각성을 깨닫게 했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타락한 삶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수많은 다윗”을 도와주는 “새로운 나탄이 우리는 필요합니다.”

교황은 “비난과 중상모략”을 식별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제발 거룩한 어머니 교회를 도와줍시다”며 간곡히 요청하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많은 아내들, 어머니와 누이들에 있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 곧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 형제, 이웃, 선생님, (...) 에게서 (잘못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짜 범죄자들은 파렴치하게 자기 자신을 숨길 줄 아는 만큼,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의 가해자들이 신중히 선택했던 피해자들도 종종 침묵하기를 선호하고, 심지어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수치스러워하며 버림받는 공포에 굴복하고 맙니다.”

“미성년자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자 합니다. 회개하고 법의 심판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그리스도의 다음 말씀을 기억하면서, 하느님의 심판을 준비하십시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달고 바다 깊은 곳에 빠지는 편이 낫다. 불행하여라,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많은 이 세상! 사실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마태 18,6-7)”

새로운 네로 황제들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을 억압합니다

성 학대 문제 외에도, 교회를 슬프게 하는 일 중에는 죽음에 처하거나 혹은 닫힌 문 앞에 놓인 난민들의 슬픔이 있고, 물이나 식량 부족으로 매일 죽어가는 어린이들과 사람들의 슬픔, 약자와 여성들에 대한 폭력, 선포된 전쟁과 선포되지 않은 전쟁, 매일 흘리는 무고한 피, 경찰서나 감옥이나 수용소에서 고문 받은 사람 등이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슬픔은 끝없이 이어진 로마 제국의 잔인한 박해처럼 순교자들의 새로운 시대를 가리킨다.

“새로운 네로 황제들이 계속해서 태어납니다. 단순히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의 신념 때문에, 신자들을 억압하기 위해서지요. 새로운 극단주의자 단체들이 교회들, 기도의 장소들, 성직자들과 신자들을 겨냥하면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단체나 오래된 단체들과 비밀집회들이 그리스도나 교회나 신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오늘날 세상 곳곳에서 박해, 이주, 범죄, 불의의 무게 아래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리스도를 거부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용기 있게 죽음을 껴안습니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가 결핍된 세상의 많은 곳에서, 신앙을 자유롭게 살아가기란 얼마나 어렵습니까!”

아울러 교황은 젊은이, 가족, 자선활동과 자원봉사활동, 신자들과 수도자들 가운데 “착한 사마리아인들과 순교자의 영웅적인 모범들이 아주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일부 자녀와 성직자들의 추문”, 그리고 “증거와 반대되는 삶”을 잊게 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교회 안에 가라지 씨를 뿌리며 소명을 배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교황은 이러한 슬픈 일들 가운데서도 자신의 소명을 배반하는 사람들의 불충, 곧 “분열과 불화, 가라지 씨를 뿌리고 자기 형제들을 찌르기 위해 좋은 지향 뒤에 숨는” 이들의 불충도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 사람들은) 방해 받지 않고 파멸의 길을 계속 나아가기 위해, 정당화를, 심지어 논리적인 정당화, 영성적인 정당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교황은 이러한 일은 교회 안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주교 직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격언으로 가라지에 대한 경고의 말을 한 바 있다. “거대한 고발자(사탄)”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의심하도록 이끌면서 분열시키는 자다. 따라서 “지옥의 길은 좋은 지향으로 잘 포장되어 있습니다.” 교황은 “사실 이 가라지를 씨 뿌리는 사람들 뒤에는 거의 항상 은화 30냥을 발견하게 된다”고 덧붙이면서 유다 이스카리옷의 모습을 인용했다. 다윗 왕과 유다는 둘 다 위중한 죄를 저질렀다. 둘 다 선택을 받았고 축성된 사람이 저지른 “죄의 아이콘”이지만, 회개라는 측면에서는 서로 구별된다. 한 명은 뉘우쳤고, 다른 한 명은 자살했다. 이에 따라 교황은 마지막에 가서, 거짓말과 중상모략과 수많은 자기 중심주의적인 치밀한 형태 등 모든 것이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는 “모든 영적 부패와 싸우라”고 모든 이를 초대했다.

침묵 중에 살아가는 복음 증거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황의 연설에서 젊은이를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회의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나 교황청의 개혁 행보와 같은 올해의 기쁜 소식들도 찾아볼 수 있다. 교황은 그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분들이 (개혁은) 언제 끝나는지 묻습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개혁의 발걸음은 좋습니다.” 또한 기쁜 일들 가운데 재정의 투명성과 공개 작업, 그리고 알제리의 19위 순교자들과 같이 세상에 희망을 비추는 “보석들”인 새로운 복자들과 성인들을 기억했다. 아울러 세례 성사를 받는 사람, 신앙을 다시 찾은 사람, 그리고 주교, 봉헌자, 사제들이 자신의 소명을 침묵과 성덕 가운데 살아가는 것처럼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해주는 부모들의 숫자가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문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지 않거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는,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매스컴의 관심에서 멀리 있는 많은 본당 신부들이 없다면 어둠이 (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성탄 “참된 빛이신 그리스도께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끝으로 교황은 그 어떤 단체의 힘도 완벽한 인간들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며(“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속적으로 정화되려는 의지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교황의 초대는 죽음을 무찌르고 악과 증오를 이기는 선과 사랑의 빛, 참된 빛이신 그리스도께 마음을 열라는 초대다. 4세기 이집트 사막 교부 성 마카리오의 언급처럼, 성탄에 위대하신 하느님께서는 작은 이가 되셨다. “이러한 변증법 안에서, 위대함은 작음입니다. 하느님의 애틋한 사랑(la tenerezza)이 있습니다.” 따라서 성탄은 교회가 이러한 시련에서 벗어나리라는 아주 아름다운 확신을 선사한다.

“성탄은 교회의 참된 힘과 우리의 일상적인 노동이(많은 경우, 교황청의 일상처럼 감추어져 있지만, 그곳엔 성인들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감추어져 있고, 죄조차 용서의 기회로 바꾸시고, 타락을 쇄신의 기회로 변화시키시며, 악을 정화와 승리의 기회로 변화시키시고, 수세기를 통해 교회를 보호하고 이끄시는 성령 안에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에게 성탄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교황의 선물

올해도 교황은 선물을 준비했다. 교황의 선물은 로마교구의 리바노리(Libanori) 보좌주교와 로마 신학교의 영성지도 신부인 포를라이(Forlai) 신부가 최근 개정작업을 한 고전작품으로, 탄퀘리(Tanquerey)가 수덕신학과 신비신학에 대해 쓴 책이다. 교황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태도, 이러한 덕목을 색인에서 찾아보라”고 권고하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우리 각자의 개혁과 교회의 개혁을 위해 유익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21 12월 2018,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