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갈라놓으려는 착각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시하셨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동일한 계명의 양면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중 제31주일 삼종기도에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분을 위해 사는 것이요 그분께서 행하는 것을 위해 사는 것이라며, 하느님께서는 선물, 용서, 관계라고 말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일 복음(마르 12,28b-34 참조)의 중심에는 사랑의 계명이 있습니다. 곧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입니다. 율법 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28절).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신명 6,4)라는,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신앙고백을 인용하시면서 그 질문에 대답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신앙을 신경(Credo)의 구체적인 현실 속에 보존했습니다. 곧, 오직 한 분이신 주님만이 존재하시고, 그 주님은 영원한 계약을 통해 우리와 연결돼 있다는 의미에서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셨고,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를 영원히 사랑하실 분이십니다. 이 원천, 이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위한 두 계명이 주어졌습니다. 곧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30-31절).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하신 이 두 가지 말씀을 선택하여 함께 제시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서로 뒷받침해준다는 것을 한 번에 가르쳐 주셨습니다. 비록 두 가지 사랑이 연속적으로 소개됐지만, (이 두 가지는) 동일한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곧, 이 두 가지 사랑을 함께 살아가는 것은 신자의 참된 힘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분을 살고 그분을 위해 살며, 있는 그대로의 그분을 위해 사는 것이요, 그분께서 행하는 것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하느님은 조건 없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선물이시며, 끝이 없는 용서이시고, 촉진시키고 성장시키는 관계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조건 없이 우리의 이웃을 섬기고, 끝없이 용서하도록 노력하며, 친교와 형제애의 관계를 신장하는 데 있어 그분의 협력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누가 이웃인지 특정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웃은 여정 중에, 나의 일상 가운데 내가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내 이웃을 사전에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태도는 그리스도인의 것이 아닙니다. ‘내 이웃은 내가 미리 정해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안 됩니다. 이런 태도는 그리스도인의 것이 아니며 이방인의 것입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웃을 보기 위한 눈을 가지고, 그의 선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예수님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을 훈련한다면, 우리는 항상 귀를 기울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 곁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이웃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분명히 효과적인 응답을 요구하지만, 먼저 나눔을 요청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굶주린 사람은 단순히 한 그릇의 수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소도 필요하며, 경청과 기도, 아마도 함께 기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가장 가난한 형제들의 시급한 사항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무엇보다 형제적인 친근함, 삶의 의미, 부드러운 애정의 필요성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우리 모두를 초대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곧, 수많은 계획을 세우며 살지만 관계를 조금밖에 맺지 않는 공동체가 되는 위험을 피하고, “봉사단체(stazioni di servizio)”로만 남는 위험을 피하고, 동행이라는 용어가 갖는 그리스도교적이며 완전한 의미 안에서 볼 때 동행이 부족한 공동체가 되는 위험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랑 때문에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분과 하나가 되면서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착각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사랑의 이 두 차원은 함께 결합되어 그리스도의 제자를 특징짓습니다. 동정 마리아께서 매일의 삶에서 이 빛나는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증언하도록 우리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04 11월 2018,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