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교황과 함께 911 테러 기억하기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테러가 발생한지 17년이 됐다. 이에 따라 우리는 911 테러의 공포에 직면한 세 명의 교황들의 말과 행동을 기억해본다.
200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그날은 화요일이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텔레비전에서 생방송으로 펼쳐지는 사건을 지켜봤다. 당시 교황의 언론 담당 비서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미국인들과의 친밀감을 표하기 위해 어떻게 조지 W. 부시 전임 미국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보안상의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에 있었다. 대신 교황은 전보를 보내 “비인간적인 공격”을 비난하는 한편 그러한 시련의 시간에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다음날은 수요일이라 교황은 내적 고통의 압박과 함께 수요 일반알현을 진행했다. 교황은 “911 테러는 인류 역사의 어두운 날이었으며 인간 존엄에 대한 끔찍한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마음은 때론 형언하기 힘든 잔인한 행동을 낳는 심연”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지난 2008년 4월 20일 처음으로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를 방문했다. 희생자들을 존중하는 뜻으로 교황은 연설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교황은 대신 기도를 했다.
잿빛 하늘 아래서 교황이 공사중인 추모공원으로 내려가며 반사의 연못을 잠깐 응시하자 오보에가 애절한 음악을 연주했다. 교황은 “이해의 하느님, 이 비극의 규모에 압도당한 우리가 이 끔찍한 사건에 직면하면서 당신의 빛과 인도를 구하게 하소서.”
그런 다음 교황은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숨진 희생자들을 비롯해 펜실베니아에 추락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테러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초에 불을 붙였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7년 뒤인 2015년 9월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들의 발자취를 좇아 완공된 그라운드 제로 추모공원을 방문했다. 교황이 흰 장미를 반사의 연못 가장자리에 놓았을 때 들렸던 건 물 흐르는 소리 뿐이었다.
교황은 이 상징적인 장소에서 종교간 대화를 위한 만남을 이어갔으며 모든 종교인들에게 함께 평화를 증진하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이 죽음의 공간은 생명의 공간이 됐다”면서 “이는 파괴와 죽음의 예언자들을 쓰러뜨린 생명의 승리에 대한 찬가, 선으로 악을 쓰러뜨린 찬가, 증오와 분열을 화해와 일치로 쓰러뜨린 찬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