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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코라도 로레피체 대주교 프란치스코 교황과 코라도 로레피체 대주교 

로레피체 대주교, 교황 팔레르모 방문 의미…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불린 사람들”

신앙에 대한 증오(in odium fidei)로 마피아에게 피살된 순교 복자 주세페 풀리시(Giuseppe Puglisi) 순교 25주년을 맞아 성사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팔레르모 방문에 대해 팔레르모대교구장이 자세한 설명을 했다.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을 주실 수는 없었습니다.” 팔레르모대교구장 코라도 로레피체(Corrado Lorefice) 대주교는 9월 11일 화요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황님께서는 시칠리아에, 팔레르모와 피아자 아르메리나(Piazza Armerina)에 오실 뿐만 아니라 매우 뜻깊은 바로 이날에, 돈 피노(don Pino) 피살 25주년이 되는 날에 오십니다. 잊지 맙시다. 이날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순교의 날이요 최대의 증언이 주어진 날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복음을 실천합니다. 복음은 교리의 총체이기에 앞서 본질적으로 사랑하는 분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데까지 이르는 하나의 관계입니다.”

교황이 시칠리아에 온다는 사실의 의미

“교황님께서는 시칠리아에서 우리가 끌어내야 할 많은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으로 오십니다. 교황님께서는 믿음에서, 정의의 길에서, 지중해의 중심부에 자리한 우리 시칠리아의 삶에서, 또한 가난을 체험하고 수많은 모순을 체험하며 여전히 마피아의 숨은 세력을 겪고 있는 시칠리아의 삶에서 우리를 굳건하게 해주시려고 오십니다. 하지만 지중해의 중심부에 있으면서 환대에 익숙한 시칠리아, 만남의 거행을 드러내는 독점적 표징 안에서 문화들과 종교들이 서로 만나는 멋진 교류의 시칠리아로 오시는 것입니다. 오늘날 팔레르모는 모든 사람에게,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행위를, 대단한 정도까지, 하느님 아닌 다른 것이 되기까지 밀어가시는 분이라는 것을 힘차게 알리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이신 분이 인간이 되셨고 부유하신 분이 가난하게 되셨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제 모든 인간의 얼굴에서 피부색을 넘어, 하느님의 모상을 알아보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드높은 인간적 가치를 떠올리시려 오십니다.”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교황님께서는 또 다른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침내 (이곳에) 오신다는 걸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됩니다. 1993년은 마피아가 강력한 신호를 보냈던 해입니다. 마피아는 교회에 맞서기로 작정했지요. 저는 로마, 피렌체, 밀라노의 성당들에 대한 수많은 공격, 그리고 또 9월에 일어난 돈 피노의 피살 사건을 기억합니다. 3월에는 카살 디 프린치페(Casal di Principe)의 또 다른 사제 베페 디아나(Beppe Diana)가 피살됐지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3월 9일에 (마피아를 향해) 외치셨던 말씀, 가슴을 파고들었던 그 말씀을 여러분은 기억하시는지요. ‘회개하십시오. 하느님의 심판이 내릴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도 오신다는 게 분명합니다. 복음적 말씀 한 마디를 하시려고 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대의 길인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말씀하러 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가장 작은 사람들에게 폭력과 억압을 행사하는 사람은 자유를 짓누르기까지, 그리고 무죄한 이를, 특히 팔레르모에서 우리가 익숙한 것처럼 심지어 자신의 임무에서, 자신의 직업에서, 정의와 법치라는 훌륭한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을 제거하기까지 자신의 이익에 따라, 곧 이해관계에 따라 힘을 행사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일 수가 없습니다.”

복자 풀리시(Puglisi)의 성해 안치함이 모셔진 포로 이탈리코(Foro Italico)

통고의 성모님 축일인 9월 15일 토요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8만 명의 신자들 앞에서 미사를 거행할 포로 이탈리코(Foro Italico, 팔레르모의 해안 잔디공원)의 290 제곱미터 규모의 무대 위에 설치된 제대 위에는 칠고(七古)의 성모상이 모셔질 예정이다. 주교좌성당 주임사제 필립보 사룰로(Filippo Sarullo) 신부는 “성모상의 눈길이 높은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대에는 교구 박물관에서 가져온 4미터 높이의 십자고상도 세워진다고 주임사제는 덧붙였다. 25년 전 풀리시(Puglisi) 신부가 신앙에 대한 증오로(in odium fidei) 피살된 브랑카초(Brancaccio) 지역을 향해 있는 무대 위에는 그가 시복될 때 추출한 순교자의 늑골 하나를 모신 성해 안치함이 모셔지는데 이는 팔레르모의 금세공인이 만든 것이다.

소책자 표지의 검은 성모상

미사 안내 소책자의 표지로는 우고 아따르디(Ugo Attardi)가 제작한 검은 성모 성화가 선택됐다. 이는 지난 1976년 파팔라르도(Pappalardo) 추기경이 실시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작품으로 순교를 비롯해 순교가 야기하는 고통이라는 주제를 상기시키는 성화다. 로레피체 대주교는 (이 성화를 가리켜) “고유한 다정함으로 자신의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한 아프리카 여인”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젊은이들을 만나게 될 폴리테아마(Politeama) 광장에 설치된 무대 위에는 엘리아 리 죠이(Elia Li Gioi) 작가가 이민자들이 탄 배의 파편들로 제작한 십자가가 세워진다. 이 십자가는 이번 만남의 말미에 평신도 선교사 비아조 콘테(Biagio Conte)의 ‘희망과 사랑 미션(Missione Speranza e Carità)’에 기증될 예정이다.

 

11 9월 2018,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