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세속에 빠져드는 것은 하느님에게서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13일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가 점차 “주님을 잊고 다른 신들, 곧 돈과 허영과 자만과 타협”하는 “마취상태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라고 권고했다.

Debora Donnini / 번역 김호열 신부

모든 것을 상대화하고, 돈, 허영, 자만의 신들과 “타협”에 들어가며, 자신을 점차 죄에 빠져들게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 강론에서 솔로몬 임금의 이야기를 성찰하면서 이를 마치 “마취상태에 빠지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이날 전례의 제1독서(1열왕 11,4-13 참조)가 주님께 충실하지 않았던 “솔로몬의 배교”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솔로몬 임금이 늙자 그 아내들은 그의 마음을 다른 신들에게로 “마음을 돌려놓았다”고 설명했다. 솔로몬은 처음엔 “좋은 소년”이었다. 그는 주님께 단지 지혜만을 청했고, 하느님은 그를 지혜롭게 해주셨다. 솔로몬이 지혜롭다는 말을 듣고 판관들이 찾아왔으며, 아프리카의 스바 여왕은 많은 선물을 싣고 그를 찾았다. 교황은 “스바 여왕이 약간은 철학자였다”면서 “솔로몬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으나 솔로몬은 이 여왕의 물음에 모두 대답했다. 답변하지 못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느린 배교

이어 교황은 그 당시는 여러 명의 여인과 결혼할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많은 여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것”이 합법적인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솔로몬의 마음은 이방의 많은 여인들과 결혼했기 때문에 약해진 게 아니라, 다른 신들, 다른 백성을 선택했기 때문에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솔로몬은 “덫”에 빠졌다. 그의 아내 중 한 명이 (모압의 혐오스러운 우상) 크모스나 (암몬인들의 혐오스러운 우상) 몰록을 숭배하자고 요청했을 때 그는 그렇게 했다. 솔로몬은 자신의 모든 외국인 아내를 위해 그들의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다. 요컨대 솔로몬은 “모든 것을 허용했으며, 유일한 하느님을 숭배하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는 여인들을 크게 사랑해서 마음이 약해졌으며, “그의 삶에는 우상숭배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므로 지혜를 청하며 기도하던 그 지혜로운 소년은 주님이 내치실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교황은 지적했다.

교황은 이것을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배교가 아니라, 서서히 진행된 배교”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버지 다윗은 적어도 두 차례 심각한 죄를 지었지만, 즉시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 다윗은 끝까지 자신을 지켜주신 주님께 충실했다. 다윗은 자신의 죄와 자신의 아들 압살롬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 압살롬이 죽기 전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와 사람들이 자신을 모욕했을 때, 다윗은 자신의 죄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낮추었다. 교황은 “다윗은 성인이었지만, 솔로몬은 성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님은 솔로몬에게 많은 선물을 주셨지만, 솔로몬은 마음이 약해져서 모든 것을 허비했다. 이것은 “한 번의 죄”에 관한 게 아니라, “미끄러지는 것(scivolare)”이라고 교황은 설명했다. 

“솔로몬의 아내들은 남편의 마음을 (하느님에게서) 돌아서게 했고, 주님께서는 그에게 진노하셨습니다. ‘너는 (나에게서) 마음이 돌아섰다.’ 이는 우리의 삶에도 일어납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범죄자는 아닙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에게 한 것처럼 큰 죄를 짓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위험은 어디에 있습니까? 자신을 점차 죄에 빠져들도록 하는 것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서서히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상대화하고, 하느님께 대한 충실을 잊어버리고, 마취상태에 빠지는 것입니다. 솔로몬의 아내들은 다른 민족 출신이었고, 다른 신들을 섬겼습니다. 우리도 종종 주님을 잊고, 다른 신들, 곧 돈과 허영과 자만과 타협합니다. 이는 아주 서서히 진행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없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세속적인 것을 경계하십시오. 하느님과 악마를 동시에 두고 편안할 수는 없습니다

교황은 이민족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처럼 행동하는 것은 세속적인 사람이 되는 것, 이교도가 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시편 105(106)장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는 우리를 세속적인 것으로 서서히 미끄러지게 합니다. 이는 중대한 죄입니다. ‘모두 다 그러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네, 비록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 우리는 이러한 말로 하느님께 대한 충실함을 잃는 대신 우리 스스로를 정당화합니다. 이것이 현대의 우상들입니다. 이 세속화의 죄를 생각합시다. 이는 복음의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순수함과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의 사랑의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악마를 동시에 두고 편안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도 좋고 악마도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줍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충실을 잃은 사람입니다.”

우리를 잡아 주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될 것입니다

교황은 이러한 사람이 사실상 “하느님뿐 아니라 악마에게도” 충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론을 마치며 교황은 우리 마음이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우리를 잡아 주는 은총을 주님께 청하자고 권고했다.

“솔로몬의 이 죄를 생각해봅시다. 지혜롭고, 주님에게서 축복을 받았으며, 아버지 다윗의 모든 유산을 물려받은 솔로몬이 어떻게 죄에 떨어졌는지 생각해봅시다. 어떻게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어떻게 우상숭배와 세속화에 대해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됐는지 생각해봅시다. 하느님이 어떻게 그에게서 왕국을 떼어 내셨는지 생각해봅시다. 우리 마음이 약해지고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우리 자신을 멈출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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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월 20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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